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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동천의 귀농일기
동천 2006-06-16 08:42:10 | 조회: 7598
오랫만에 이 글을 쓴다.
하동 농장에는 깊은 산골이라 인터넷이 들어오지 않아 밖에 나와야만이
컴을 할 수가 있다.
오늘은 익산 아들집에 올라와서 컴에 들어왔다.

그동안 풀과의 전쟁을 벌이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혼자서 2500여평의
농장을 관리하노라면 온갖 잡풀들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

야외 재래식 화장실을 만들고, 장마에 대비하여 무너질 위험이 있는
논 둑을 돌로 정비하고,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돌들을 집터로 모으고
(나중에 집지을때 기초로 쓰기위해), 코스모스, 봉숭아, 들깨, 수세미,
차조기, 칸나 등 모종들을 옮겨심는 등 언제나 그렇듯이 농사일은 끝이 없다.

또 요즘에는 바랭이 풀들이 막 커가는 계절이라 작을 때 뽑아내지 않으면
힘들다.

바랭이는 다른 풀과 달리 뿌리가 흙속에 단단히 박혀있어 좀더 크면
뽑아내기가 쉽지않다.
그래서 나는 크기가 1센티 정도 되는 바랭이 풀들을 깔판을 깔고 앉아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하나하나 뽑아낸다.

특히나 부추, 대파, 취나물, 황기, 도라지, 열무, 배추 등 어린 싹이
올라오는데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앉아서 두어 시간 뽑고 나서
아침을 먹는다.

좀 큰 작물들은 풀들이 커도 뽑아내기가 쉽지만 이제 새싹이 올라오는
작물들은 같이 커가는 잡풀들을 그대로 놔두면 작물보다 풀이 더 빨리 커서
풀이 어릴때 뽑아내지 않으면 작물들까지 같이 뽑혀버린다.

우리 먹을 양식이 되는 700여평의 논에는 잡풀들이 어찌나 자라는지 큰
풀들을 집사람과 여러날 뽑아내고는 이제 막 올라오는 바랭이들이 잔디밭
같이 깔려있어 할 수 없이 벼는 살고 잡풀은 죽는 제초제를 사다가 뿌렸으나
그리 시원하게 죽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집사람과 의논하기를 내년 봄에는 논 두 곳 중 한 곳은
고사리 뿌리를 사다가 심어 고사리 밭으로 만들자고 했다.

고사리는 한 번 심어놓으면 밭을 갈 필요도 없고, 처음 2년만
풀 관리를 잘하면 오랫동안 풀과의 전쟁을 벌이지 않아도 되고,
농약을 치지 않아도 되고, 봄 한철만 고생하면 되고, 그래서 한
3년 정도만 지나 고사리뿌리들이 번식하면 그 뿌리를 파다가
다른 논에다 옮겨심어 그 고사리 판돈으로 쌀을 사다가 먹자고 했다.

오죽하면 쌀농사를 그만두고 고사리 농사를 짓자고 하겠는가.
그동안 무공해로 농사짓는다고 약 안치고 쌀농사를 지어보았지만
5년 동안 풀 때문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소득은 형편없고( 논
세마지기에 통상 쌀 세가마정도)...

다행히 우리동네는 해발이 높아(450미터) 병해충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농사일은 풀과의 전쟁이라 그 문제를 해결해야
진정으로 자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유인으로 원만한 삶을
영위할 수가 있을 것이다.

약안치고 농사짓는다고 뼈빠지게 고생만 하다가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오히려 자연의 일부인 잡풀들이 원망스럽고, 농사일에
노예가 되어 하우적대는 모습만 보일 것이다. 거기다 농사지어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면 그 고생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도시에서 살다가 귀농해서 농사일만으로 소득원이 된다면 아마도
풀과의 전쟁을 벌이다 지칠 것이다.

다행히 나는 작으나마 연금이 나오고 내 먹을거만 농사짓고,
나머지 땅에다 각종 나무들과 꽃들과 약초들을 취미삼아 키우기
때문에 그래도 마음은 즐겁지만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농장에서
고생해야만 농장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 이 또한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삶인지라 고사리라도 심어 일거리를 덜어야 건강뿐만 아니라
고생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암투병을 위해 지리산 깊은 산골에 들어와서는 농사일에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내 자신을 돌아보면 과연 바람직한 삶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제는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농장에 물골을 정비하느라
한나절을 다 보냈다. 또 임시 집 지붕은 부엌쪽에 비가 새어 큰 그릇을
두개나 밭쳐놓고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등 요즘 농장생활은 정신이 없다.

그래서 스레트지붕을 새로 기와 도단으로 정비하기위해 건축자재가게에
들러 가격과 종류들을 알아보았다.

이러한 나날중에서도 그래도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은 수많은 분들이
지원해주고 내가 심어놓은 온갖 생명들이 잘 자라준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약용식물들과 유실수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우리 먹을 먹거리들이
풍성하게 자리하고, 꽃들이 쉬임 없이 피고지고 하는 농장을 아침마다
둘러보면 그래도 나의 수고로움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은 나를 더욱 힘솟게
한다.
2006-06-16 08: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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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6
  • 한량 2006-06-17 10:35:20

    논에다 고사리를 심겠다는 그 심정 이해가 됩니다.
    ...
    그래도 행복하시죠?
     

    • 오리 2006-06-17 08:46:57

      동천님.

      오리입니다.

      귀농 잘하셨습니다.

      파이팅.
       

      • 하늘바람아비 2006-06-17 01:38:10

        반갑습니다..동천님,!
        동천님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되네요,,

        2500여평이면,, 몹시바쁜 나날들을 ,보내실텐데..
        건강도 여의치 않으시다니,,힘내세요!,,^^*

        농장을얼마나 잘가꾸어놓으셧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풀과의 전쟁,,^^* ,, 각물별로 생태가 틀려서 ,,!
        풀방제에도 요령이 ,, 필요하실텐데,,
        그저,, 풀과 좀더 친해지는 ,마음으로 바라보시면 ,,
        마음이한결편해질겁니다,,
        땅을 갈지않는 다면 , 스스로 땅이 살도록 유도하시면 ,
        수확량의 약간의 감소를 각오하시면 ,생각보다 풀들이
        고민스럽지 않을수있답니다,,

        풀과의전쟁,,,,,,,,,,,
        제가 잘아는 형님께서는 ,
        풀에대해서,,,,,한마디로 절 깨우치게 한적이 있습니다..

        제풀에 지쳐서란 말아시죠!^^

        그분이 그러더군요."풀은 제풀에 지치도록 도와주면된다"

        이말을듣고 웃기도했지만 ,,자꾸만 곰씹게 되더군요,,!

        마음느긋하게 잡수시고,, ^^* 즐거운 농사 되길빕니다!

        그저 제자신도 잘 못 추스리는 ,,제가 주제넘게 적어봅니다.

        건강하시길 빕니다. ^^*
         

        • 글터 2006-06-16 09:23:05

          '농사일에 노예가 되어...'라는 말씀에
          가슴도 아프고 코끝 찡합니다, 동천님...

          청학동 드갈 때마다
          '심곡'을 스치며
          요즘은 동천님 들어와 계실 텐데...
          눈도장만 보내지요^^

          몸으로 마음으로 매달려
          알차게 꾸려가시는 농장에 함 가보고자파여, 동천님~

          점점 더워지는 때,
          건강도 잘 챙기시구여...^^
           

          • 노래하는별 2006-06-16 08:50:19

            2500평이면 꽤 넓네요
            건강 조심하시면서 여유있게 지을 수 있는
            규모로 줄여보시면 안될까요? 제가 뭘 몰라서... ^^;;
             

            • 동천 2006-06-16 08:43:08

              6월 24일 정모에서 반가운 님들을 뵙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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