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기를 타고 내리는 땀방울이 쉽게 마르지도 않고 힘겹게 하더니
한 밤중 아련한 꿈속에 빗소리가 자장가 처럼 들린다.
이제 배봉지 씌우기가 시작인데 비와 술래잡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사다리에 올라 가끔 숨을 돌리려 고개를 돌리니
뽀얀 밤꽃이 하늘에 뜬 구름처럼 녹색의 바다에
살포시 누군가 한웅큼씩 가져다 놓은 듯 하다.
과수원 한켠 밤나무에도 실타래를 걸친듯 밤꽃이 한창이다.
꽃이라고 기대를 하고 보면 마음에 확 댕기지 않는다.
바람에 실려 오는 느끼한 냄새는 향기라고 하기에는 무리이다 싶다.
너무 모진 표현인가.
한 여름 뙤약볕에서 해바라기 하며 일을 하다보면 많이 지친다.
산뜻한 느낌도 아닌 느끼한 향을 풍기는 밤꽃은
더위와 더불어 피하고 싶어 진다.
며칠 전 밤나무 곁에 있는 배나무 접과를
황급히 마치고 돌아서는데
곁에서 일하던 남편
" 여보! 밤꽃이 폈다."
" 응. "
알고 그런건지 모르고 그런건지
얼른 그곳을 떠나 멀찌감치 있는 배나무 접과를 하는데
밤꽃을 따서 가지고 와서는 코 밑에 까지 갖다 대며
" 냄새 좋다 맡아 봐."
" 됐어."
" 맡아 봐! "
" 응! "
' 욱! '
밤꽃을 들고 가며 다시 냄새를 맡고 있는 남편.
' 우ㅡㅡㅡㅡㅡ 욱
못말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