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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리운 인디아
작은돌 2006-06-27 16:04:34 | 조회: 6530





























인디아와의 첫 만남은 시작부터 지연되었다.
세 시간 동안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발을 묶어놓고서야
인디아 항공 소속의 낡은 비행기는 늦은 밤 비로소 출발을 했다.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도 물론 없었다.
서양식의 시간 관념에서 멀찌감치 벗어나 있는 곳,
인디아의 첫인상은 이처럼 45도에 이르는,
숨통을 옭죄는 더위만큼이나 낯설고도 갑갑했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 없이 사람들은 오가고,
시장 좌판이든, 도로 한 가운데든 가리지 않고
힌두교의 상징인 소떼들이 유유히 오고간다.
도로는 언제나 사람, 자전거, 오토바이, 우마차, 릭샤, 자동차 등
갖가지 교통수단들로 엉킨다.
이곳에서는 차선이 무의미해 역주행도 예사로 벌어진다.
연신 빵빵거리는 크렉션 소리가 귀청을 때려대지만
신기할 정도로 얼굴을 붉히거나, 사고가 나는 현장을 발견할 수는 없다.

인디아는 가난하고 헐벗어 있다.
문짝도 없이 내달리는 낡은 버스는 언제나 만원이며,
유지와 보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거리와 집들은 낡을 대로 낡아 있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로 북적이고, 무질서해 보인다.

이쯤에서 생각해본다.
우리는 강요된 질서 속에서 무질서하게 살아가는데 익숙하다.
이들은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 이들만의 살아가는 질서를 찾아간다.
이 큰 대조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들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건 바로 종교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삶이 곧 종교인 이들에겐 따로 허세가 없고, 살아가는 일에 서두름이 없다.
있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모습으로, 신의 말씀을 좇아 오늘 하루를 살 뿐이다.
이들은 이러한 현세의 모습이 그대로 영생에 이르는 길이라고 믿으며 살고 있다.




























인디아의 문화와 삶은 크게 델리 중심의 북인도와
동부의 캘거타, 서부의 뭄바이(봄베이), 그리고 남부의 중심인
첸나이로 구분된다.
때문에 오랜 기간 이곳에 채류하며 폭넓은 문화 탐사를 경험하지 않는 이상
누구에게나 인디아는 한량없이 낯선 대상이다.
코끼리의 다리 하나를 만져보며 전체를 상상해 볼 뿐인 것이
인디아의 여행이니, 이 기록은 남부 지방의 이야기에 국한한다.

첸나이는 남인도 문화를 대표하는 곳이다.
벵골만에 면한 코로만델 해안에 있는 이곳은 항구도시로,
타밀라두 주의 주도(州都)이다.
드라비다 문화가 주도하는 첸나이는 이슬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인도 문화의 보고(寶庫)로 통한다.
힌두교인 중심의 남인도인은 피부빛깔이 검고,
성품은 온순하며 정이 많다.
이슬람 중심의 북인도 사람은 피부가 희고 이지적인 면에 비한다면
이곳 사람들은 인디아의 오리지널에 가깝다.
종교로 봐서도 전체의 팔 할은 힌두교인이고,
나머지 소수가 이슬람과 기독교인 등이다.
이따금씩 대하는, 검은 차도르를 두른 이슬람 여인의 모습이
이곳에서는 이채롭기까지 하다.






















인디아의 여름 날씨는 고온다습하고, 도시 전체는 후끈후끈한 찜통이다.
마치 펄펄 끓는 가마솥에 들어앉아 있는 느낌이다.
내성이 있는 이들에게도 여름 더위는 고역인 듯하다.
마리너 해안에는 하루를 마치고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연인들은 해변에 앉아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할아버지와 손녀는 더운 여름밤에 길이 남을 추억을 바다에 새긴다.
2년여 전 크리스마스 이브 때 발생한 쓰나미는
이곳 해안으로도 밀려와 천여 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일어서며 삶은 계속되는 것...
해안에서 만난 남인도 사람들의 표정은
한낮의 더위를 털어버린 채 한결같이 여유롭고 밝다.


















힌두교인의 수가 절대적인 탓에 시내 곳곳에는 힌두 사원이 있다.
힌두 여인들은 향기로운 자스민 꽃잎을 실로 엮은 것을
머리에 장식하고 거리를 거닌다.
자스민 꽃은 신의 은총인 '삶의 행운'을 의미한다.
힌두사원을 방문하려면 누구나 신발을 벗고
자스민 꽃잎을 목에 둘러야 한다.
힌두 사원은 이들에게 신께 모든 걸 의탁하는 마음을 다지는
성전일뿐만 아니라, 밤마다 더위를 식혀주며
하루를 접으며 지인들끼리 모여 담소를 나누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거룩한 성전인 동시에 뒷동산 같은 삶의 터전인 것이다.














인디아의 전통적인 문화와 색채를 간직한 곳이지만
이곳 첸나이에는 기념비적인 기독교 유적지가 하나 있다.
이곳은 예수의 열 두 제자 중의 하나인 성 토마스(도마)가
A.D 50년에서 70년까지 복음을 전파했던 유적지이다.
1천5백년 이상 된 성 토마스 교회가 언덕 위에 남아 있고,
도심에는 성 토마스의 유골과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무덤과 기념관도 있다.
대형 교회가 들어서 있을 정도로 첸나이는
인디아에서 기독교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기도 하다.


















첸나이 지방의 대표적인 유적지의 하나는 7세기경에
마말라 왕이 건립했다는 마말라 프람이다.
해안가에 연해 있는 마말라 프람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중국의 바위암각 기둥 등의 기법을 이용해
지은 석조건축물로, 인디아인들의 전통적인 신전이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해안가 모래 위에 터전을 닦아 지은 것인 만큼
쓰나미가 덮쳤을 때, 이곳 유적지도 유실될 위기에 처했으나
다행히 보존되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거센 풍상을 몸으로 겪고 이겨낸 신전의 자태가
출렁리는 푸른 바닷물에 견주어 의연하고도 위엄이 있다.
























인디아를 말할 때에는, 실크를 빼놓을 수 없다.
수작업을 통해 실크로 만든 카펫과 숄, 머플러는
인디아 사람들의 섬세한 수공예의 수준을 가늠해 보기에 충분하다.
이들 제품은 워낙 빛깔이 곱고 윤기가 잘잘 흘러
하나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만큼 강한 구매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열대 지방인 탓에 열대식물로 만든 방향제와 약제들도 볼거리이다.










간디에 대한 이들의 존경심은 어떨까?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장군 정도라는데,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이 모두 간디인 것을 보면
그보다 더할 것 같은, 말 그대로 ‘마하트마’임을 느낄 수 있다.

이상, 코끼리의 한 쪽 다리 중에 있는 발톱 하나쯤을
겨우 만져본 소감을 적어보았다.
인디아를 많이 알고자 하는 것으로 여행의 목적을 삼는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인디아는 이방인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 식의 규준화된 사고를 훌훌 벗어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기꺼이 가다가 느껴보고자 하는 마음이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그러면 언제든 인디아는 깊은 속내를 한 꺼플씩 더지지만,
그러나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 보일 것이다.
그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가슴이라면, 그대 역시 '인도병'에 감염될 위험이 크다.


아, 나는 벌써 인디아가 그립다.
나마스테, 나마스테...


2006-06-27 16: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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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5
  • 지리산숨결 2006-06-28 13:24:40

    작은 돌 글보다
    그모산님 더 반갑습니다. ㅎㅎ
    잘계셨는지요.

    켈커타 지역과는 분위기가 약간 다른 듯한데요.

    그 사람과 염소와 소와 개, 원숭이들이
    엉켜 무더위 여름밤을 삭히는 어수선한듯한 밤
    전기가 값자기 나가자
    신비한 광채들이 주변을 채웠습니다.

    다름아닌 반딧불이 반짝 반짝 빛을 발하는 겁니다.
    그야말로 감동, 감동이 아닐 수 없었죠.

    저도 인도 한번 다녀와 인도병에 걸렸습니다^^
    심지어 인도에서 살고 싶은 강한 충동까지
    제가 다녀온 곳은 캘커타에서 기차로 3시간 떨어진
    '샨티니케탄'이란 곳이었는데

    시인 타고르가 설립한 비스바바라티 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진 아주 전형적인 농촌입니다. 참 아름답죠.

    진정한 아름다움, 태고의 향취가 가득담긴
    그들의 농경생활,,,,,, 모두,,,,
     

    • 노래하는별 2006-06-28 13:01:37

      작은돌인 잘 다녀오셨나 보네요 좋은 시간이 되셨나 봅니다

      그모산님도 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날이 덥네요 자주 뵈요 ^^
       

      • 들꽃향기 2006-06-28 10:10:11

        인도에 매력을 느낀다는데
        저는 가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던데...
        지금 이 사진을 보니 한번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경험들 가슴이 깊이 깊이 간직하세요...
        부럽당
         

        • 하늘바람아비 2006-06-27 21:26:47

          무질서속의 질서,,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느껴집니다 ,,! ㅎㅎ  

          • 그모산 2006-06-27 16:24:18

            나마스테
            인도를 오갈 때마다 산업화 되어가는 현장으로서
            공해에 찌든 모습들이 너무 안타까왔는데
            좋은 사진들 감상 잘 합니다.
            근데 인도에서 가장 많은 코끼리관련 사진들은
            아직 안보이군요^^ 자동차들마다 장식한 개인종교물들도
            인도는 미지가 많은 나라여서
            현대인들에게는 많은 호기심을 주기에 충분하죠
            류시화씨가 쓴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읽으면
            인도에 대한 일면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죠
            인도 여행 더 멋지시고
            타지마할이나 아잔타 혹은 엘로라 석굴과
            많은 곳을 감상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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