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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7월의 문턱에서......
배꽃뜰 2006-07-07 00:18:03 | 조회: 7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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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문턱에서


조명옥


3월의 중턱에서 봄맞이를 시작하며 과수원 들판에서의 생활이 벌써 4개월째로 접어든다.
봄 햇살 퍼지면서 삭막한 가지에 꽃눈이 꿈틀거리며 하루가 다르게 불거져 터지면서
하얀 배꽃의 축제가 시작된다.
천지를 덮는 화려한 배꽃에 취하여 잠시 농사일의 힘겨움을 삭힌다.
올망졸망 맺힌 열매솎기 중간 중간 배나무에 거름을 주기도 하며
며느리 앞세우고 나들이 간다는 봄볕을 맞으며
땀으로 엉겨 붙는 옷자락을 친구하는 여름의 중턱까지
눈만 뜨면 과수원 들판에서 하루를 헤메인다.

자연의 변화는 쉬지 않고 물 흐르듯이 멈추지를 않는다.
무심코 마당 한켠에 뿌려 놓은 봉숭아도 바쁜 와중에 눈길이 가서 보면
볼그스레한 잎을 벌리고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현관 앞에 온 팔을 벌리고 서 있는 포도나무에도 지나며 문득 보니 송알송알 녹색
포도송이가 앙증맞게 매달려 있다.
요즈음 밤이면 간간이 뿌려 주는 비 덕택에 온갖 풀들이 하루가 다르게 씩씩하게
하늘을 향하고 있다.

배봉지 씌우기.
과수원의 이런저런 일 중에도 우리 부부 둘이서 해결하기 가장 힘든 것이 배봉지 씌우기다.
해마다 그렇듯이 우연찮게 일꾼을 얻어서 거의 해결을 보았다.
나머지 군데군데 빠진 곳의 봉지 씌우기는 주인 몫이기에 뒤 처리 기간도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큰 일거리는 해결한 셈이니 마음 한 쪽이 놓인다.
큰 덩어리 해결하고 나니 다른 농작물들이 여기저기서 손짓을 하고 있다.

주인의 따뜻한 손길을 받지 않았는데도 감자는 땅속에 제 할일을 다 해 놓았다.
남편과 막내가 점심에 조금 캐서 쪄 놓았는데 파삭하니 맛이 그만이다.
지난 해 친분 있는 분이 한 상자 보내 준 호박고구마를 막내가 잘 먹어서
올해는 밭 한뚝에 심었는데 주위에 풀들에 가려져 태양을 보려고 목을 빼고 있다.
고추밭에 풋고추 따러 지나다니면서 조금만 참으라고 진정을 시킨다.
바쁜 일 대충 끝나거나 비오는 날이라야 손길이 갈 것 같다..
메주콩은 지난번 비오는 날 마음을 식힐 겸 해서 비를 맞으며 풀을 잘라 주었더니
무럭무럭 자라 햇살을 끌어안고 우거져서 기특하다.
서리태는 메주콩 보다 조금 늦게 파종을 해서인지 성장이 조금 부진하고
메주콩 풀 잘라 줄 때 같이 해 주었건만 풀들의 기세에 치여 절절 매고 있는데
이 고비만 넘기면 될 것 같다.
김칫거리로 심어 놓은 얼갈이는 솎아 주지도 못하였는데
저희들끼리 어깨를 비비면서도 푸르르다.
열무는 꽃대가 올라와 꽃이 피기 시작하고 꽃도 화단의 꽃만큼 눈길을 당긴다.
상추를 뜯으러 가다 스치는 아욱에도 잔잔한 꽃이 한창이다.
상추밭 옆 쑥갖밭에 진노란 쑥갖꽃은 아무리 바빠도 잠시 발길을 잡는 매력이 있다.

호박은 타고 올라가라고 띄워 놓은 줄을 찾지 못하고 풀밭을 기어 다니고 있어
저녁 반찬으로 호박 따러 갔다가 대충 길을 알려 주느라고 발목이 잡혀서
저녁 준비가 늦어졌다.
늦은 저녁식사 시간으로 남편의 심통이 발동하여
호박, 가지, 풋고추를 따가지고 집에 들어와 보니 가스레인지에 라면물이 끊고 있다.
결국 남편과 딸아이가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말았다.

오는 듯 가는 듯 간간이 뿌리는 빗방울은 농사꾼의 바쁜 손길을 머무르게 할 수가 없다.
얼마간의 빗방울로 뒷걸음치지 않는 것이 농사꾼이다.
?駭?말랐다 하는 어깨자락이 저녁나절이면 쉰내가 풀풀 난다.
어스름 저녁이 되어서야 마지못해 일손을 놓고 차거운 물을 등짝에 뿌리면서
온 종일 달려서 열에 들뜬 자동차의 엔진을 식히듯 온몸의 피로를 식히며 하루를 접는다.






2006-07-07 00: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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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2
  • 숨결 2006-07-07 16:10:51

    배꽃들님 멋쟁입니다^^

    저도 2박3일 강행군하고
    자동차 엔진을 식히듯이 피로를 식혀볼려 기댑니다.
     

    • 노래하는별 2006-07-07 09:46:23

      한창 바쁘시지요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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