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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나들이(함초채취)
강변연가 2006-07-09 13:58:17 | 조회: 6206
항상 다섯시 반이면 잠을 깨니

삼십분 쯤 일찍 일어난다는건

별거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여섯시에 출발한다해도

코웃음치며 절대 안늦는다했는데

둘째 동생이 전화를 해온 그 아침 시각은 다섯시 삼십칠분

에구에구~

난 아직 잠도 덜깼다.



씻어놓은 쌀에 불을 켜고

총알같이 샤워를 하고 준비를 하는데

어째 그리 시간은 빨리간다냐.

명색이 큰언니가 젤 늦으면 어쩌누.

여섯시가 되기전에 집에서 나섰지만

집결지인 셋째네 집에 도착하니 여섯시 반이다.



둘째가 사온 김밥을 아침으로 간단히 하고

대진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우린 잠이 들었지.

장계라던가.....거기서부터 국도를 타고

벌교에 도착하니 열시가 조금 안되었다.

약속 시간은 열시였나본데

셋째가 아는 얼굴이 없다 걱정한다.

작년 채취모임엔 예닐곱명이 참석했다더니

여기저기 옹송거리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함초를 채취하러 온사람들 같다.

족히 오십여명은 될것 같네.



함초는 미네랄이 풍부하여

고혈압이나 당뇨등등 우리 몸에 아주 좋을 뿐 아니라

자연농업으로 농약을 사용안하고 농사짓는 사람들에겐

아주 중요한 농자재 역할을 한단다.

흑설탕에 버무려 재워 발효를 시켜서 농작물에 살포를 한다네.

과일은 단맛도 강해지고 작물이 튼튼해진다지.

전국에 있는 일류농사꾼들은 다들 집합한것 같다.

거기 우리 세 자매만 객꾼 같다.

아니 셋째는 빼고 둘째랑 나랑 둘만.......



반바지로 갈아입고 뻘에 들어가는데

불그레한 함초가 발갛게 깔려있다.

신었던 장화를 벗어놓고

진흙뻘에 한발을 디뎠다.

와아~허벅지까지 순식간에 푸욱 빠져든다.

한손엔 낫을 들고 한손엔 커다란 봉지를 들었는데

미처 숨을 가다듬을 사이도 없다.

그런데도 다른 분들은 저만큼 안쪽으로 뻘을 건너 함초를 채취한다.

거기 함초는 더 좋아보인다.

나도 저기로 건너가야지.

마음은 앞서는데 감히 용기가 나질않는다.

두 다리를 허벅지까지 뻘속에 묻어놓고 갈등에 빠졌다.

그때 셋째가 휘적휘적 빠른걸음으로 건너간다.

에라~나도 가야지.



두어발자욱 떼기도 어렵지.ㅎㅎ

양손을 차라리 뻘위에 딛고 다리를 옮겼다.

바닷가 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니 널판지같은걸 놓고

무게 중심을 분산하는것 같기에 흉내를 내보았다.

비닐 봉지가 널판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무게가 분산이 되긴되었나보다.

수월하게 건넜으니.



이미 잘라낸 함초의 밑둥이

사정없이 발바닥을 찔러댄다.

정말 아프다.

이미 옷은 위고 아래고 할 것 없이 다 버렸다.

함초 채취는 전쟁같다.

서로들 좋은 함초를 많이 채취하려고

빠지는것에도 아랑곳없이 빠지며 낫을 움직인다.

내가 필요한만큼 적당히 채취를 했다.

나오는건 식은죽먹기다.

채취한 함초봉지를 앞에다 놓고

썰매를 밀듯이 나오면된다.



아~그 짱뚱어탕은 왜 그리 맛이 없는지.

그 여주인은 또 왜그리 퉁명스럽고 맛이 없는지.

남자들한텐 잘해줘야한다며 남자들 앞에 음식을 먼저 내려놓는 그 여자.

자기도 여자면서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그 여자.

남자들은 돈을 더 내고 여자들은 덜 냈나?

음식값은 나오는 가격을 나누어 갹출하는것이었다.

치미는 생각대로라면 그 상 엎어버리고 나오는거였지.

삼만원짜리 짱뚱어탕에 들어간 짱뚱어는 열마리도 안된다.

물을 달래도 들은 시늉도 안하고 여자가 하는 말은 콧등으로도 안듣는 여자.

차가 수십여대 있으니 음식 잘하는 줄알고 들어오는 차들.

그 사람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

내년에 거길 다시 간다면 나는 단호히 거기 가서 밥을 안먹는다.

아니 그 집에서마냥 짱뚱어탕이라는 음식이 그 정도밖에 안된다면

차라리 김밥 싸들고 가서 먹을란다.

꾹꾹 참으며 웃음으로 얼버무리려 노력하며

'그래 다신 안오면 되지'했었다.



거기서 점심 사건만 아니었다면

대체로 만족스런 하루였지.

벌교까지 가서 순천만을 안보고 온다는건 말이 안된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순천만 갈대밭 구경을 갔다.

갈대밭 사이에서 울어대는 새들.

끝도없이 펼쳐진 갈대무리들.

거기서 차를 세워놓고 둘째랑 한시간을 잤는가.

잠시 내렸다가 올라올 줄 알았던 셋째 부부는

한시간이 족히 넘어서야 돌아온다.

내생각대로 술 한잔하며 이야기 보따리 풀었다네.



돌아오는 길은 내내 내리는 비로 심란하다.

창문도 열지못하고 우울하게 졸며 왔다.

실랑은 어제 못 마신 술이 그리 아까웠는가.

내일 데리러 온단다.

동생네서 또 하루를 자야겠네.
2006-07-09 13: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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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7
  • 강변연가 2006-07-12 13:21:23

    목사골님.
    오셨다면 더욱 좋았을것을요.
    으아리님 말씀대로 그 집에서 참을 수 없엇던 건
    무슨 말을 하건 대답도 안하고 무시하는 그 주인 여자의 태고였습니다.
    손님이 어떤 말을 해도 너는 지껄여라식으로 대답을 안하더군요.
    짱뚱어탕은 뒷전이엇어요 사실은.
    그런 집에서 음식을 먹을 분위기가 아니었지요.
    우리 상에 있던 분들은 밥을 남겼어요.
    저야 워낙 식성이 좋으니 깻잎이랑 대충 때웠지만요.
    그 주인 여자분.
    계산을 끝내고도 무얼 그리 빠뜨렸는지 상마다 쫓아다니며 고개를 끄덕이며 숫자를 헤아리더군요.
    다른 손님이 들어왔으니 상을 얼른 치우고 손님 받을 궁리는 뒷전으로 보였어요.
    참......어찌 저리 사나.....싶더군요.

    먹으러 가는게 목적이 아니었던만큼
    비록 뒷전으로 겉돌기는 했어도(호호~)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아주 즐거웠습니다.

    거기 사람들이 다 그집처럼 불친절한건 아니겠지요.
    들꽃향기님.
    아주 귀여운 인상을 받았어요.
    마른 체격일 땐 대단하셨을 것 같았어요.
    아주 아름다운 인상.

    함초는 줄기를 다 떼어내고
    흑설탕에 꼬옥 눌러앉혔습니다.
    잘못하면 벌레 생긴다기에 초긴장 중입니다.
    발효기간이 너무 길기에 조금 걱정은 되지만요.
    굉장히 유익한 하루였었습니다.
     

    • 목사골 2006-07-10 18:13:16

      강변연가님! 참 오랫만에 뵙군요.
      반갑습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과수원일이 걱정이 되어서
      참가를 못했는데 여러님들 반갑게 만나지 못해서
      못내 아쉬웠답니다.
       

      • 으아리 2006-07-10 09:34:19

        짱뚱어탕에 많이 속상하셨나 봅니다,
        맛 보다 더 속상한 게 불친절이더군요.
         

        • 노래하는별 2006-07-10 09:22:39

          저희가 가는 중간중간 여러님들이 전화를 했지요
          아마도 여기저기 옹기종기 서서
          서로들을 못알아보다 했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줄 몰랐지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갯벌에 몸을 던지지는 못했지만요 ㅎㅎㅀ
           

          • 숨결 2006-07-09 22:01:21

            덕분에 저도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오늘 서너시간 함초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냈습니다.
            양이 많아서 내일 흑설탕에 담궈야 할 것 같아요.

            자주뵈요. 강변연가님!!
             

            • 산야로 2006-07-09 20:43:41

              강변연가님이 늘푸른 유성님 언니되시는가보다
              어찌 자매분들 글쏨씨들이 그리 좋은지 정말 부럽네요
              어제 좋은님들 많이 만나서 반가웠고 즐거운 하루 되었죠
              근데 어제 짱뚱이탕은 정말 좀 심한거 같데요
              정읍에서 그런음식을 하면 개업과 동시에 폐업 하지요 ㅎㅎ
              순천 갈대밭 가족과 함께 한번 가보고 싶네요.
              이런 모임 간혹 있었으면 ㅎㅎ 놀기만 좋아해서 ...
               

              • 강변연가 2006-07-09 14:01:43

                어제 다음에 있는 제 카페에 올린 글이에요.
                함초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니......
                이 정도의 소개밖에 못했네요.
                행복한 하루였댔어요.
                다음에도 또 뵈올 수 있기를......
                이번처럼 서먹서먹하진 않겠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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