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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돈없는남자랑사는이야기11] 잘 헤어지는 법
평화은어 2006-07-10 17:28:03 | 조회: 8108
글을 올린지가 좀 되었지요...
농사 짖느라 바쁘신데 객적은 소리만 늘어 놓는 것 같아서
조금 주저했습니다.
그저 지리산 한귀퉁이에 사는 여자가 사는 얘기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고
가볍게 읽어 주세요...

여기 지리산, 구례는 빗줄기가 약해졌습니다.
남편네는 작은 산사태로 집안을 못벗어나고 저는 4륜구동 지프를 몰고
다행히 잘 다니고 있답니다.

현재 커뮤니티에 놀러오는 식구들이 많이 변해서
잘 모를까봐
잠깐 말씀드리자면
저는 구례에 사는 예펜네,
바깥으로 돌아다니며 일한다고 얻은 바깥사람입니다.
생명평화결사 www.lifepeace.org 라는 단체의 lifepeace 이고요.
단체 살림 및 사업을 맡아하고 있는데 참 바쁘네요.
제 옆지기는 집에서 노는 놈팽이입니다.
흐흐흐
약간 궁금한 것이 나을 듯...

벌써 열한번째 올리는데 아마도 자농에는 몇번 빠져있을겁니다.
아마,
이 비에 사랑하는 농사물하고도 헤어지는 분이 있다면
헤어지는 것이 사람하고만의 일이 아니니
같은 느낌이 드시겠지요...

비오니 마음 한켠이 차분하게 젖어오네요...
술한잔 하면 좋을 것 같은 날입니다.


******************

지금, 여기 지리산,
정전중이었다가 전기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으례 같은 멘트에 같은 억양으로 듣게 되는 태풍의 이야기...
파블로의 조건반사처럼
가슴이 뛰는 태풍 보도를
이번에는 조금 이르게 듣고 있습니다.

다들 무사하신지...

지난 밤만 해도 비오는 창가에서 술한잔에 차한잔에 옛추억도 하나 더듬으며
그리 마시면 좋겠다 했는데
지금은 전혀 낭만적이지 못한 소식들을 듣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옛추억이고 보면 낭만일수 있지만
지금 현재라면 그리고 곧 추억이 될 연애라면
낭만이라는 말은 이경우 우롱이겠지요...
아마도 폭풍전야처럼 고요하나 심하게 미동하다가 심장을 치는
태풍 같은 것이 헤어진다는 일일 것입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가슴이 뛰고 그리고 설마 나에게는 무슨... 하면서 비켜가고 싶은
이런 날,
헤어짐에 대하여 이야기하려니 저도 마음이 뜁니다.

지지난주던가요
저희 집에 제주도에서 13명의 손님들이 다녀갔습니다.
9명의 제주대학생들과
4명의 선배들...

2박3일을 함께 보내면서 우리집에서 하룻밤을 재웠습니다.
건장한 청년들 열셋이 움직이려니
집안이 꽉찬듯 그만큼의 활기가 가득하고
마음도 뿌듯하고 생생해지더군요.

요즘은 젊은 친구들을 보면 참 즐겁습니다.
잘하면 잘하는대로, 실수하면 실수하는대로, 건방지면 또 그러는대로,
귀엽기도 하고 상큼하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고
그런 친구들과 이틀밤을 술을 마시고 춤도 추고 이야기도 하고
그리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틀째밤이던가요
하루는 피아산방님이 이야기를 하고
하루는 내가 말문을 여는데
대학생들의 여자선배가 묻습니다.

"잘 헤어지는 법이 있나요 잘 헤어지고 싶어요."
사랑의 폭풍이 잦은 젊은 날에 당연한 물음,
잘 만나고 잘 헤어지는 것,
알고 싶었을 겁니다.

음~ 그래서 내가 떠들었습니다.
첫째... 되도록이면 헤어지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일을 다해본다.
자존심, 전당포가 있으면 맡겨둔다. 그러고 헤어져야 두번다시 생각 나지 않는다.
두번째... 다른 일에 신경을 쓴다. 사랑하던 순간을 떠올리지 못하도록 바쁘게 움직인다.
세번째... 다른 사람을 만난다. 사랑의 상처는 사랑이 고친다.
네번째... 상대에게 복수할 생각을 한다. 그러는 동안은 즐거울수도 있다.
다섯번째... 헤어지는 대상과 깊은 관계라면 자신의 욕망과 습관을 바꿔내야 한다. 금욕과 절제로.
여섯번째... 잊는다. 어떡하든지 간에...
그이외에도 서너가지를 더 말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나는 내게 그 질문을 한 이의 눈을 한참 응시하다가 그랬습니다.
정말 '잘 헤어지는 것은 잘 견디는 일'이라고
잘 견디기 위해서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라고
헤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 더 어떻게 해본다는 것이 어렵다면
스스로에게 '별수 없잖아, 내 마음도 어쩔수 없는데 그의 마음을 어떡하겠느냐고'
내가 나에게 사실을 말해주고
슬프면 울고 괴로우면 악도 써보고 취하고 싶으면 취하고
하지만 나를 보호하기 위하여 나를 망가지게 하면 안되니까
내가 내 앞에서만
헌데 그게 너무 외로우면
내가 그래도 되겠다 싶은 사람 하나 골라서
그 사람 앞에서만 그러라고...

내가 그 말을 하는 사이
헤어진 그녀와 어떡하든 다시 만나겠다고 말했던 젊은 남자아이는,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헤어지는 일이 단지 연인과의 일만이겠습니까!
죽음으로 인하여 우리는
실은, 모두 헤어지게 되어 있는 것을요.

우리 모두 그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연습 많이 한다고 실전에 꼭 강하리란 법은 없지만
모두 하나의 과정인 것을요.

지난밤 저도 헤어지지 않으려는 꿈을 꾸고 깨어났습니다.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고 말하고 있었어요.
일상에서의 나는 잘 견디는데 꿈속에서의 나는 잘 못 견디고 있더군요...

그런겁니다.
산다는 게,
그러니 그렇게 조금 모자란 나를 인정하고
잘 견디며 살아봅시다.



돈남사야기11번째 끝.
2006-07-10 17: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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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8
  • 으아리 2006-07-13 09:36:13

    평사리 들판에 소나무 두 그루가 있죠,
    늘 거기, 그 자리에 있는대도
    매번 보는 느낌이 다르면서 감동을 주더군요.
    어쩌다 깃드는 새, 어쩌다 머무는 구름,
    어쩌다 들러가는 사람,
    그들에게 (소나무와의) 헤어짐은 슬픔이나 고통하곤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 생에 아름다운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 오렌지제주 2006-07-12 07:04:54

      은어님!피아산방님!
      잘 지내고 계시죠?
      지금은 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태풍따라 올라왔다고 할까요.
       

      • 작은돌 2006-07-11 11:21:51

        평화은어님, 잘 지내시남요?
        원규 형님도요...
        아, 님의 이름을 대하니 그냥 코끝부터 찡해지네요. ㅎㅎ
        그쪽에에 내려간 지가 오래이다보니
        뵌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네요..
        날 잡아 내려갈 때 연락드리겠습니다..
         

        • 늘푸른유성 2006-07-11 08:19:27

          남녀간의 헤어짐은 그런대로 쉬울지 모르지만 자식과는 영원히 헤어지기 힘든게 아닐까요?늘 가슴에남을것 같습니다.  

          • 하늘바람아비 2006-07-11 03:42:53

            평화은어님~! ,,,,,곧 날이샐터인데 ,,제가낚을까봅니다..!
            ,,,,,,,헤어지는법이 ,,만남처럼,, 느껴집니다,.....
            은어님의 ,,곧곧의 헤어짐이(을) 얼마나 아쉬워했을까싶습니다,,,,,!!!!!!
            "운다고 될일은아니잖아"라고 ,,,,그저,,그런,말처럼
            그리그리 살아가지만 ,,
            ,,,,
            .....
            ..,,ㅎ 이리도 ,,소상히 갈차주시면,,헤어짐방관죄입니다 ㅋ
             

            • 경빈마마 2006-07-10 20:42:56

              평화은어님...참 어렵네요.
              닉네임 리플놀이 오셔야 겠어요.
               

              • 노래하는별 2006-07-10 20:32:40

                그러게요 잘 견디며 살아보아요~

                목사골님 그쪽은 어떠신지요...
                 

                • 목사골 2006-07-10 18:05:48

                  평화은어님! 그동안 잘 계셨어요?
                  허기사 어디서 어떤일을 하든 어떻게 지내든
                  누구든 각자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간다고 할까요.
                  피아산방님은 잘계신가요? 반갑구요.
                  몇일전 지리산 남원쪽으로 한나절 차타고 지나다녔지요.
                  산내면 지날때 실상사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고요.
                  혹시나 그쪽에 평화은어님 기신가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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