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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출장 여행기(벨기에&독일)
작은돌 2006-07-30 19:13:34 | 조회: 6097







N형,
긴 장맛비에 여여하신지요.
출장을 겸한 유럽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기업의 역사를 쓰는 사가(史家)로서,
바쁜 일정을 쪼개어 다리품을 팔아가며
많은 곳을 보고 느낀 점을 임께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여행은 나 자신으로 돌아옴이며, 타인에 대한 겸손한 이해”라는
어느 분의 말씀처럼,
그곳의 문화와 사람들을 겸손히 만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얻은 견문을 양분 삼아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는
정직한 귀향이 되도록 나름대로 애썼습니다.
채 알지 못하여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들이 무척 많으나
그저 낭만만은 아닌, 저 자신을 재발견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는 말씀을 미리 전합니다.

형께서도 익히 아시듯,
유럽은 화려한 대리석과 울창한 산림의 나라들의 집합체입니다.
어느 나라를 가든, 길게는 수천 년이 된 유서 깊은 대리석 건물과
그늘 짙은 울창한 숲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끝 간 데 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대지...
이들 모두, 우리에겐 한껏 부러움을 자아내게 하는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유럽여행은 벨기에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벨기에는 이미 17세기에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평을 받았다는 곳일 정도로, 면적은 넓지 않은 나라이지만
도시의 풍광만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꼭 십년 전, 직장을 정리한 저는 아내와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때 스위스에서 접했던 감흥은 사람들이 마치 산양처럼
온순하고 착하다는 거였는데,
벨기에 사람들이 인상이 그와 비슷했습니다.
이는 아마도 자연환경이 우수하며
적은 인구에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들의 공통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감히 풍요로운 자들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여유로움과 느긋함, 평화로운 미소가 곳곳에서 배어납니다.

벨기에는 유럽 물류의 거점도시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를
‘유럽의 심장(Heart of Europe)’이라고 부릅니다.
수도인 브뤼셀 중심부의 그랑플라스에 서보면
삶과 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는 유럽의 광장과
각종 문화재를 접하게 됩니다.
국회, 왕궁, 박물관 건물, 성 미셀 대성당이
빼어난 자태로 둘러서 있습니다.

그랑플라스를 조금 벗어나면
유명한 ‘오줌 누는 소년’ 청동상을 만납니다.
세계 각국의 국빈들이 이 나라를 방문할 때면
이 청동상의 옷을 만들어와 입히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지고 있어,
그동안 선물로 받은 옷만도 천 벌이 넘는다고 합니다.









N형, 벨기에는 맥주가 아주 유명합니다.
브랜드 맥주만도 5백여 종에 이르고,
주점별로 직접 만들어 파는 맥주만도 수백 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따라서 벨기에 맥주의 향과 맛은 종류에 따라 아주 독특합니다.
루벤대학 앞의 광장에서 맛있는 맥주를 골고루 맛보며
밤을 맞았습니다.
노천카페에서 밤이 깊도록 대화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는 풍경은
삶이 주는 평화와 여유로움이었습니다.
농촌의 풍경 역시 꽤나 아름답습니다.
유럽은 어디를 가듯, 밀과 보리의 수확이 한창이었고,
들판의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였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였습니다.
프랑크푸르트는 브뤼셀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입니다.
라인강의 지류의 하나인 마인강이 도심을 흐르는 이곳은
상업과 교통의 도시이기에
독일인들은 이곳을 ‘영원한 러시아워의 도시’라고 부릅니다.
도심은 아름다운 현대식 건물이 즐비합니다.
구시가의 중심인 뢰머 광장 주변에는 자태가 웅장한 대성당이 있고,
세계 대문호인 괴테의 생가와 베토벤, 하이네, 쉴러 등
예술가들의 기념상이 있는 거리도 나옵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작센 지방은 니체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N형,
저는 이번 여행기간 동안 비행기에서건, 기차에서건
틈날 때마다 니체의 저서를 읽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요즘 니체의 저서를 탐독 중입니다.
때문에 그의 조국인 독일에서
그를 좀 더 깊게 만나고 싶은 바람을 안고 왔습니다.
‘돈’만이 사람들을 진지하게 만드는 시대,
모든 가치 대상을 돈으로 표현하는 시대를 마르크스는
‘보편적 부패의 시대’라고 규정했지요.
이런 시대는 덕도 부패하고, 사랑도 부패하고, 신념도 부패하고...
한마디로 모든 가치관이 부패합니다.
때문에 이런 시대야말로 허무주의 시대라고 할 수 있지요.
니체의 철학을 단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허무를 극복하기 위한 사상입니다.
플라톤 이래의 정통 형이상학과
중세 기독교의 신권중심사상이
과학과 이성의 진보로 인해 균열되고, 붕괴된 이후,
물신(物神)에 의해 지배당하는 시대를 보면서
니체는 존재의 허무를 극복하는 참다운 인간형으로
위버멘쉬(Uebermensch, 초인)를 주장합니다.
위버멘쉬는 자기 삶의 참다운 주인임을
선언한 힘(권력)의 의지입니다.
달리 말해 기존의 가치를 극복하여
창의성과 자유의지로 충만한 참인간을 말합니다.
(결국 이런 철학은 예수 그리스도를 참되게 만나고자 하는
신앙인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니체의 이런 철학적인 화두는
근대를 넘어선 탈근대의 서막을 열었고,
전 세계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의 담론을 꽃피웠지요.
‘니체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당분간 저는 그가 던진 메시지를 탐구하며 지낼 계획입니다.












N형, 본의 아니게 이야기가 너무 딱딱해졌군요.
독일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하시면서
함께 여행을 떠나시지요.
프랑크프루트에서 외곽으로 조금 벗어나면
펠트베르크라고 하는 산이 나옵니다.
울창한 숲은 부럽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숲은 저절로 무성할 수는 없는 법,
숲을 가꾸고 보존하고자 하는 이들 국민의 노력은
실로 대단하다고 합니다.
산허리에 지은 그림 같은 집과
밀밭 풍경은 한동안 눈길을 붙잡아 세우더군요.










프랑크프루트에서 비스바겐을 지나 루데스하임으로 향했습니다.
독일의 젓줄인 라인강에 접해 있는 이곳은
광활한 포도밭 단지입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포도밭 규모의
장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인강의 샛강인 모젤강도 나오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모젤와인 산지가 바로 이곳입니다.
이곳에서 맛보는 화이트와인의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주변은 중세의 거리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참새가 지날 정도로 좁다는 참새골목 양편에는
호프집과 기념품 가게들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독일의 맥주 맛은 자타가 공인하듯 세계 최고입니다.
목 넘김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매끄러운 기름이라도 삼키는 느낌입니다.
햄과 소시지, 치즈 맛도 가히 세계 최고였습니다.














바흐라흐 고성 등이 있는 라인강변에 따라 차를 달리면
유명한 언덕이 하나 나옵니다.
N형, 학창시절 배운 노래인 ‘로렐라이’라는 노래를 기억하시는지요?
절벽 꼭대기, 하얀 깃발이 꽂혀 있는 곳이 바로 로렐라이 언덕입니다.
언덕에 올라서면 라인강의 유연한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 언덕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옵니다.
로렐라이라는 처녀가 믿음이 없는 연인에게 절망하여
바다에 몸을 던진 후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하여
조난시키는 반인반조(半人半鳥)의 바다 요정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전설은 많은 문학작품과 노래의 주제가 되었는데,
하인리히 하이네가 지은 시는 수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곡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기억에 아련한 로렐라이 노랫말을 끝으로
독일 여행 이야기를 접습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쓸쓸한 이 말이
가슴 속에 그립게도 끝없이 떠오른다
구름 걷힌 하늘 아래 고요한 라인강
저녁 빛이 찬란하다 로렐라이 언덕

저편 언덕 바위 위에 어여쁜 새악시
황금빛이 빛나는 옷 보기에도 황홀해
고운 머리 빗으면서 부르는 그 노래
마음 끄는 이상한 힘 노래에 흐른다.


2006-07-30 19: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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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2
  • 이장집 2006-07-31 21:13:19

    좋은 여행을 하셨군요.
    잘 보았습니다.
    언제 시간나면 여행 이야기좀 들어야겠습니다.
     

    • 노래하는별 2006-07-31 09:22:33

      덕분에 잠시 좋은시간 갖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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