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 고향에는
정기나무에서 신나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오지게 뜨겁은 땡볕을 몰아내고
제 아무리 덥어도 정기나무 밑에만은
찬바람이 씽씽 불게 헝께
낮잠이 절로 꼬시게 오나이다.
시방 고향에는
온 천지 산천이 다 씨레기장이 되서
깨뎅이 벗고 들어갈 디가 없어도
엔데미 꼬랑으로 쪼매만 들어가먼
간이 벌렁벌렁하게 씨언한 둠벙에
몰강물이 철철 넘어 흐릉께
백두산 천지 말고는 부러불거이 없내이다.
시방 고향에는
나갈 사람 다 나가 삐리서 널찍한 울 안에는
너댓마리씩 나 믹이는 달구새끼가
배지껏 주 묵고 살이 오지게 쪄서
지름이 자르르 흐르고
윤이 나서 반들반들허니 돌아댕깅께
복날만 지달리고 있내이다.
시방 고향에는
오녀름에 오지게도 땀을 흘리게 허던
논 맬 일도 없고
철나무 허고 쇠깔 벨 일도 없응께
모시 등지게에 빳빳허니 풀을 믹이서
시언허니 대라 입고
행이나 땀 날깨미 기동도 안 헝께
요새 겉으먼 개팔자나 사람 팔자나
허벌나게 늘어졌내이다.
시방 고향에는
백운산 꼬랑에서 흘러내린 동삼 오롸낸 물이
수어천 고기들을 얼매나 살을 찌워놨는지
수어천 물이 모지랠라고 헝께
요놈들 몇마리 잡아서 호박 새끼나 삐지 옇고
고추장 풀고 방앗닢이랑 젯피가리랑
매움헌 풋꼬치를 썰어 여서
뽁짝 뽁짝 낄이먼
기냥 소주 댓병이 막 비서 나가내이다.
시방 고향에서는
객지에 나가서 고생허는 동무덜이
올 여름에나 한번 댕기 가까 히서
매실주랑 동동주랑 당가 놓고
씨암탉 애끼 놓고 고향 지킴시롱
저무나 새나 지달리는 동무들이
시방도 어즘잖이 남아 있응게
무답시 동해니 서해니 몰리 감시롱
쎄가 오댓발이나 빠지게 욕만 보고
싸 댕길 거 없을 성 보이내이다.
------- 서 재환 님의 "고향의 여름" 全在
서 재환 님은 전남 광양의 진상면에 살고 계신 시인입니다.
저와는 작은 독서 모임을 같이 하는데 논농사를 짓는 농부이기도 합니다.
못알아 듣는 단어가 있다면 한번쯤 검색해보는 즐거움은 어떠실지...
천천히 읽으시면 흐믓함이 함께 퍼집니다.
사진은 마흔살 넘어 얻은 늦둥이 "예니"인데요,
어제 오늘 더위 땜시 완전히 맛이 갔기에 가족과 함께 내장산 계곡으로 도망갔다 왔습니다. ^.^
목사골님처럼 제주도도 못가고....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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