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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행복한 가출
늘푸른유성 2006-08-30 09:04:50 | 조회: 6674
어제밤엔 예고도 없이 비가 오더니 오늘 아침은 제법 쌀쌀한것이
가을 냄새가 물씬 묻어나고 있네요.

월요일에 장엘 갔는데 배추값이 비싸다며 남편이
배추를 얼마 사오지 않았더군요.
물건을 진열하기도 전에 아줌마들이 배추값을 물어보고,
흥하고 도망가다시피한 아줌마들이
다른 곳에 가서 물건 값을 다시 물어보고 사가니 배추가
금방 동이 나 버렸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남편한테 배추를 더 사오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 놈의 장마가 휴양림에 심은 우리 배추를 모두 먹어버렸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쯤 돈 벼락을 맞고 있을텐데요.
배추가 상하는 걸 보고 부랴부랴 크는 놈을 따 냈지만,
비가 오면서 하루하루 달라지던 배추가 어느날 한 포기도 없이
썩어버리더군요.

한참후 남편이 공판장에서 배추를 싣고 왔습니다.
묵묵히 배추를 내리던 남편이 저랑 눈이 마주치자 아주
재미있다는듯 혼자서 미소를 짓더군요.
"왜?"
제가 눈이 마주치자 남편에게 물었죠.
남편 말로는 오골계 두마리가 가출을 했답니다.
뭐 단순 가출이야 늘 있는 일이니 이야기 거리도 안되죠.
그런데 이번에는 단순 가출이 아닌 말 그대로 이야기가 될 만한
가출을 했다는 겁니다.
우리 닭들요. 가출 해 봤자 뻔 한거든요. 배밭을 방황하거나
아님 앞집 뒷마당을 헤메거나....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가출을 했답니다.
암놈 한마리와 숫놈 한마리가 산 길을 한참 내려와
동네 한가운데에 있는 마을 회관까지 내려왔더랍니다.
이 녀석들 사람으로 말하면 지금 한참 청소년 시기인데
아마도 둘이 바람이 나서 가출한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두마리가 신나게 산길을 따라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하니 남편도
저도 자꾸 웃음이 나오더군요.
남편이 녀석들을 잡으러 다가가니 녀석들 피한다고 피하는 것이
골목안에 있는 우리친정집으로 피하더랍니다.
거참 우스운 녀석들입니다.
고양이도 그렇고 오골계 이녀석도 그렇고 가출만 했다하면
우리 친정으로 가버리니....
2006-08-30 09: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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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늘푸른유성 2006-08-31 08:40:58

    별님 으아리님 그리고 목사골님 안녕하시죠? 한번 가출 맞을본 수탉녀석 저녁에 집엘 안들어가고 밖에서 잠을 잔답니다. 아마도 또 다른 가출을 꿈꾸는 모양입니다.  

    • 목사골 2006-08-30 21:26:20

      닭들도 청춘이고 알도 잘 낳고
      이젠 재미가 나는군요.
       

      • 으아리 2006-08-30 11:05:55

        가축도 주인을 따라하는 거 아니가요^^
        늘 재밌는 이야기 보따리...
         

        • 노래하는별 2006-08-30 10:04:44

          뛰어야 벼룩이네요 아니지 뛰어야 오골계군요 ㅎㅎㅎ
          행복한 오골계 한쌍을 떠올리니 정말 웃음이 나오는데요
          여기는 오늘도 비가 내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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