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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제목을 뭐라할까?
늘푸른유성 2006-09-02 09:02:16 | 조회: 6691
아침에 닭장에 가서 문을 열어주니 뒤뚱거리며 뛰는놈
펄펄 날아서 나오는놈,먼지가 한번 풀썩...한차레 나온 뒤에야
녀석들이 조용해 진다. 그런데 한 녀석이 바닥에 그대로
앉아있다.
또 걱정이 된다.근심어린 표정으로 다가가 바라보니 역시 병이 난 것이
한 눈에 보인다.
목은 돌아가고 머리는 바닥에 축 쳐져서 들지도 못 하고 , 한쪽 눈은
어찌 된 것인지 뜨지를 못 한다.
헉! 또 한마리가 죽겠구나. 혹시 전염병은 아닐까?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내가 수의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축산과를 나온것도 아니고.닭을 처음 키우는 초짜가 뭘 알겠는가

저 세상으로 그냥 보내기엔 너무나 가엾은 생각에 약을 한번 먹여보기로 했다.
물에 타서 먹여보려고 부리를 물에 대주니 힘들게 고게를 흔들며
물 먹기를 거부한다. 아니 어쩜 먹을 수가 없는것이겠지.
"좀 먹어라. 이놈아! 먹어야 살지."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저히 못 먹겠다는 듯 한사코
먹기를 거부한다.
뒤 돌아 나오며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이 녀석들 먹이를 주러 오는 시간이
이 녀석 땅에 묻는 시간이 되겠구나 하는 거였다.

저녁에 먹이를 주러 갔는데 눈은 이 녀석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죽었을 줄만 알았던 이 녀석 장소를 많이 옮겨가 있다.
옆에는 애인인 듯한 숫놈이 한 마리 턱 하니 버티고 있고.
먹이를 주니 다른 닭들이 난리가 났다.
그런데 이 두녀석 꼼작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다.
병이 난 녀석 옆에 있다가는 숫놈 이 녀석도 병이 날 것만 같아서
발로 툭 차버렸다.
떨어지기 싫다는듯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녀석을 보니
머릿속이 아주 복잡해진다.
약을 가져다 다시 한번 이 녀석에게 먹여보려고 시도를 했다.
역시 먹지를 못하고 머리를 바닥에 툭...
다른 녀석들은 집에 들어가고 이 녀석은 밖에 혼자 남았다.
녀석 옆에 약 물을 놓고 들어 오는데 내 마음은 온통 슬픔이
들어와있다.

다음날 막내 희경이 한테 닭장 문을 열어주라했다.
녀석이 죽어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닭장에 가기가 싫어졌다.
"희경아! 닭 죽었니?"
"아뇨. 안 죽었어요."
두 시간쯤 후에 밥을 주러 가봤다.
녀석이 안 보였다. 녀석 옆에 놔 뒀던 물은 거의 없어졌고.
한참을 고개를 돌리며 찾으니 녀석 같은 녀석이 보인다.
역시나 밥을 줘도 그냥 앉아만 있다.
그런데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녀석앞에 밥을 줘 봤다.다른 녀석들이 더 난리를 부린다.
먹는다.먹어....녀석이 밥을 먹는다.
눈을 바라보니 좀 이상하긴 해도 눈을 떴다.
약을 물에 타서 옆에 놔 주니 살겠다는듯 아주 잘 먹는다.

녀석 살았구나.

하루가 또 지났다.
오늘은 어떤 녀석인지 알아볼 수도 없다.
다들 활기가 찬 모습으로 먹이를 찾아 밭을 헤메고 다닌다.
2006-09-02 0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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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
  • 늘푸른유성 2006-09-02 09:09:09

    요즘 우리 닭들이 마음속에 짝을 만드는 중인것 같습니다.
    큰 녀석들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애정표현을 하고 있습니다.닭살 커플이라고들 하죠. 녀석들을 보면 이런 녀석들이 아주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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