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랴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세상 누구나 다 아는 가을입니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는 그런 계절의 이동일진데
왜 그런가요?
이 망할놈의 가을은
우리집 장독대에서 자울자울 졸던 똥개 '돌팍'이조차 괜스리 지깐놈 뒷태를 쓸쓸하게 하는 가을입니다.
난 별로 즐겨하지도 않던 산행을 했습니다.
사실 사과농사를 하는 농부는 무척 바쁜 시절입니다.
도장지 걷고 잎따주고 알돌리고 숙기촉진하고...
심지어 반사필름 까느라 6km정도를 쪼그리고 걸었더니 무르팍이 부어 오르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저 남쪽 하동에서부터 자농 식구들이 온다니 기꺼이 산행에 따라나섰지요.
렌즈나 필터도 없이 카메라만 하나 달랑 들고...(사실은 도시락이나 물따위를 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네당)
평생을 정읍에서만 살아온 산야로님은 내장산 구석구석을 잘도 앎으로
아까운 입장료도 안내는 샛길등산로를 용케도 찾아내 험한 돌밭을 오르더만...
솔직히 난 죽갔습니다.
숨은 턱까지 차는데, 물팍은 시리고 아픈데, 종아리는 후들거리고 망할 잔가지는 귓볼을 간혹 후리므로 신경질이 확 오르기도...
그러나 간혹 이런 그림을 만나게 되므로 까칠해진 성격을 누그려뜨립니다.
아직 단풍이 들려면 이십일은 있어야겠으나 쏟아지는 역광을 이용해서 억지로 붉은색을 잡아내 봅니다.
문득 어제 본 영농일지가 생각난 건 온 산의 나뭇잎이 죄다 말라 비틀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9월4일 저녁 무렵 상당량의 비가 온 이후로 42일째 가뭄이니 이거 클났네요.
어쨋거나 빈몸이 이리 힘겨울때 수십킬로를 어깨에 맨 이 부부의 남편은 얼매나 힘이 들었을까나? 헐~~~(상당히 죄송합니다.)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는 게 아니고 한곳을 바라본다더니...
또 뵈올때마다 이젠 친구같아지는-내가 어리므로 친구하면 손해겠군 -_-;;글터님, 오늘 좋은 사진 많이 찍었나요?
그리고 들꽃향기님.
여기까진 예의상 사진 몇장 끼웠습니다.
이외에도 다른분이 계시다는 거 알리라 믿고...
백련암(白蓮庵)이란 하얀 연꽃이 핀다는 암자입니다.
찾은 시기가 워낙에 어물쩡하였으므로 백련이 달랑 하나, 것두 아주 쪼매난 걸루...그러나 연못의 그림자는 예술입니다.
가을하늘이 공활한 건,
지난 여름의 치열함 때문입니다.
습하고 찌는 여름을 견뎌온 그 치열함이 이처럼 무슨 물감을 홱홱 뿌린 듯 푸르고 공활한거지요.
백련암에서 본 장군봉의 하늘
마지막으로 하나,
딸만 셋을 둔 난 도란도란 얘길 나누는 이런 모녀가 부럽습니다.
우리집 딸년들도 맨날 지 엄마와 수군거리고 난 옆집 닭 보듯 하니...
딸들을 생각하며 찍었는데...
그들의 표정이 좋기도 하거니와 멀리 보이는 전망대 팔각정도 눈에 들어옵니다.
정읍 농부 미루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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