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꾸물 잔뜩 흐린 날씨 덕분에
안방 돌침대와 작은방 가득
한 자리를 떡 차지하고 앉은 '엿기름'입니다.
저희 엄마는 명절이나 제사가 돌아오면
늘 식혜를 하시는데,
식혜를 하실 때마다 좋은 엿기름을 구하기 위해서
참 고민을 많이 합니다.
엄마의 맘에 드는 질 좋은 엿기름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시장에서 파는 엿기름은 이름만 엿기름이지,
냄새도 나지 않는 시원찮은 거라,
그 신통치 않은 엿기름으로
우리 집 식혜의
(어디서 쉽게 맛 볼 수 없는 기막힌 식혜--"저의 당숙들 말")
맛을 내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엄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겉보리를 사서 직접 기르기로....
10kg의 겉보리가 시골서 배달되었습니다.
그것을 깨끗이 씻어서
(무지 더럽더군요. 무슨 나방같은 것도 무지 많이 나오고...)
한 이틀 뿌리를 내린 뒤 싹을 틔우고,
어제부터 말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꾸물거리는 날씨 때문에 채 아직 덜 마른 엿기름을
말리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급기야 안방 돌침대를 차지했습니다.
엿기름이....
싹 틔인 엿기름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가
집안에 진동을 합니다.
바람 통하라구 활짝 열어놓은 창 때문에
저는 지금 집 안인데도 잠바까지 입고 있습니다.
그래도 바싹바싹 말라가는 엿기름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대가 됩니다.
고급스럽게 말린 엿기름으로 얼마나 맛있는 식혜가 만들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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