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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어느 늦가을 아이 학교 가는 길...그리고 투덜투덜
경빈마마 2006-12-14 12:05:34 | 조회: 7024


나의 삶이 어쩔 수 없거늘...
내 상황이 늘 그렇거늘...
생각 하면서도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냥 집 안 살림만 알뜰 살뜰 하면서
생각나는 대로 두서 없이 막 넣어 놓은 책장도
정리하고 그러면서 옛날 사진첩도 한 번 보고

하루는 그릇 정리하면서
있는 그릇 없는 그릇 죄다 꺼내 이쁘게도 사용해 보고도 싶고

아이 손잡고 서점에 가서 하루 종일 잡지도 뒤적이고
읽고 싶은 책도 마음대로 읽다가
저녁 지을 무렵 집에 와서 밥하고 싶고

모임에 나가서도 때로는
밥 걱정안하고 편안하게 앉아서 수다 떨다 오고도 싶고

가끔은 나 만을 위해서
아무거나 되는 대로 바르는 것이 아니라
용도에 맞게 바르면서 손도 가꾸면서 메뉴큐어도 한 번 발라보며
이쁘게 화장도 하고 싶고 머리도 이쁘게 파마도 하고 싶고

배 고파서 후다닥 밥 먹고 쓰러져 자는게 아니라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수영장도 운동도 다니고 싶고

시장에 가서도 후딱 후딱 장만 보고
집에 오는게 아니라 이것 저것 구경도 하고 만져도 보고
흥정도 한 번 해 보면서 살고 싶다고...

물론 중간 중간 여기저기 다닌 적도 있고
좋은 일도 있었겠지만
제 머릿 속에는
그리 크게 남아 있지 않다는 거지요.

늘 바쁘게 정신없이
생활 전선에서 사시는 친정엄마 모습이
정말 싫었던 저 였습니다.



늦은 가을 어느 날 제형이를 또 따라가 봅니다.

아침 드시고 시장에 나갔다가
다른 집은 저녁 먹고 치울 무렵 집에 오셔서
부랴 부랴 저녁지어 드시고 할 일 있으면 밤 새 하시다
그냥 쓰러져 주무시고 또 장에 가시고
그러니 집 안이 어수선하고 정리가 안될 수 밖에
없었지요.

그 살림 살이 안에 제가 늘 끼여 있었어요.
엄마를 많이 도울 수 밖에 없었다는 거지요.

정말 싫었는데 그 뒤를 졸졸졸 따라가고 있네요.

딸이 많다고 다 친정 엄마를 도와주는 것은 아닌거 같아요.

뺀질 거리는 딸이 분명 있어요.
그게 언니던 아우던 위 아래 상관이 없는 거 같아요.

지금 우리 집을 보면 그런 딸이 꼬옥 있듯 ...

조물 조물 해서 먹고 살 줄 안다고 어머닌 제게
완성된 반찬을 보내주신 적이 별로 없어요.

넌 잘 하니까 해 먹어라~ 하면서
된장 고추장 젓갈 마른 멸치 김 미역 등등...
이런것만 보내시고
언니들에겐 김치나 밑 반찬 보내 시더라구요.

얼마나 서운했던지...


동네를 빠져 나가는 길목이 스산하여 아이를 불러봅니다. 제형아~~

가격으로 치면 아마 제게 더 많이 왔을 것인데
바로 와서 먹는게 아니라 제가 직접 만들어야 하니
친정 엄마에게 서운한 것이 오묘한 뭐 그런건가 봐요~

그러면서 제 아이들을 생각해 보네요.

분명 제게 섭섭하고 속상한게 있을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엄마가 힘드니 무조건 엄마 도와라~
네가 시간이 그래도 제일 많잖니~하면서
일을 시키면 저라도 엄마가 싫을 것 같아요.

친정엄마가 제게 그랬듯
아이들에게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시키면
제가 그랬던것 처럼 싫으면서도 했을거 같아요.


바로 이런 모션이 나옵니다.


요즘 형빈이에가 그럽니다.

왜 나만 시키느냐?
언니들 집에 오면 왜 안시키냐?
내가 더 많이 했지 않느냐?

그러고 보니 예전에
친정 어머니에게 제가 말했던 것처럼
토씨 하나 안틀리더군요.

아마 손해 보는 듯 한 느낌이 드나봐요.
그런데 정말 그럴 거 같아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그걸 잠시 잊고 있었네요.


싱글 벙글 학교 가는 길이 즐겁습니다. 학교 급식이 맛있어서 좋다는 아이...^^


친정 엄마처럼 살기 싫어~ 하던 저 였는데
살면서 나도 모르게 닮아가고 있는 것 처럼
우리 아이들이 절 닮아가면 안되는데...

잔소리가 부쩍 늘은 것을 보니
제가 요즘 힘이 들었나 봅니다.

잔소리도 여유있게 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네요.

잔소리면 잔소리지 잔소리가 뭔~ 여유가 있냐?
라고 하시겠지만
뭐 그런거 있잖아요~

힘들어서~ 속이 상해서 ~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이 아닌
이것 저것 생각 하면서
엄마로서 차분하게
이러고~ 저러고~ 알아 듣게 말 할 수
있는 여유 말예요.

정말 우아하게 잔소리 하고 싶다면
웃으실라나요?


논 밭 사잇 길...

하긴...여유있는 잔소리 라는게 따로 있을까 마는...
적어도 내 감정이 섞여있는 잔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요.


오늘이면 메주 만들기가 다 끝납니다.

어젯 밤에 친정 어머님 전화 왔어요.
"메주는 다 쒔냐 불은 피웠냐 엄마도 김장 했다~."

그러시며 이래 저래 속상한 이야기 풀어 놓으시네요.


이리 저리 똘래 똘래...

하나 같이 자식들이 친정 어머니 마음 편한게 안 놔둔다~싶으네요.
참 복도 없는 여인입니다.

아이들이 복복 기어다니고 재리할 때가 키울만 하고
그 나마 초등학교라도 다닌다면 낫지 싶으네요.

커가면 커 갈수록
들어가는 돈도 많아지고 (요즘 정말 실감하고 삽니다.)
아이들 장래 생각하는 일 많아지고
문제도 많아지고
제 짝 잘 만나 잘 살아주는게
또 얼마나 어려운가 싶은게
사람의 근심이란 끝도 밑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내 자식 잘 된다고 자랑할 일 못되고
그렇다고 남의 자식 어떻다고 말할 일도 아니다는거
어르신들 말씀 하나 틀린게 없어요.

언제 어떻게 될지 사람일은 아무도 모르니까요~



웃는 모습이 밝아서 더 이쁘다지요,

그렇다고 지금이 제형이 마냥 이렇게 크지 말고 머물러라~ 할 수도 없는 일...

찬 바람 불고 한 해가 마무리 되려 하니
새삼 두려워 지기도 합니다.


제형아~조금 더 크더라도 이 길을 걸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음 좋겠다.

우리 아버님 내년 이면 10 년을 누워 계시네요.
속된 말로 징하다~~ 싶지만
울 어머니 정말 고생 많으시네요.

이제는 그런갑다~하고 일상이 무덤덤 해지기도 합니다.

아버님은 듣지 않고 보지 않으니 속 상할 일 적습니다.
그냥 어머님께 투덜 거리기만 하면 끝이고
입에 맞는 음식 가져다 드리면 되고
가끔씩 간식 드시게 하고
하루에 서 너 번씩 기저귀 갈아 주고 나면
그게 전부 입니다.

나머지는 어머님이 다 껴안고 가시는 거지요.


황량한 들판...지금은 더 춥습니다.

왼쪽 손 목이 아프시다는 어머님.
무릎이 더 아파 신경통 약을 드셔야 주무시는 어머님.

빨리 메주 끝내고 아버님 얼른 재우고
어머님 모시고 동네 목욕탕 한 번 더 다녀 올랍니다.


저 만치 걸어가는 아이가 부쩍 커 보입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 목욕탕이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우리네 삶이 질퍽 하다가도
가끔은 반듯한 길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하루 하루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 마마님청국장 -




2006-12-14 12: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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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6
  • 마아가렛 2006-12-16 23:18:30

    음악 참 좋습니다.
    아이도 넘 귀엽구요.
    구수하게 말씀하시는 마마님..부럽셉네다
     

    • 으아리 2006-12-15 09:46:34

      밝고 건강한 아이 모습이 좋습니다,
      이런저런 삶을 잔잔하게 그려가는 마마님의 글도 좋구요^^
       

      • 기운쎈 아줌 2006-12-14 19:01:14

        전 초등학교 4 학년 때부터 저녁 밥을 했답니다. 그것도 화덕에 불 때서...
        어려서부터 착하다 착하다 그 소리 때문에 동생처럼 뺀질거릴수가 없었죠.
        경빈마마님 어쩜 저를 보는 듯 합니다. '여유' 늘 동경의 대상이였죠. 현실에서 행복과 여유를 찾고자 늘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경빈 마마님께 경의의 박수를 보냅니다. 아자!
         

        • 미루사과 2006-12-14 17:58:53

          세상엔 대체로 고만고만한 힘듦을 가진 사람들이 부대끼고 복작거리기 마련인가 봅니다.
          좋은 글 고마웠습니다.
          동쪽을 향하여 나아가는 제형의 뒷모습도 느낌을 갖게 하네요.
          나나 무스꾸리인 듯, 혹은 멜라니 샤프카인가?
          노래하는 목소리가 매우 귀에 익은데, 아주 좋군요.
           

          • 숨결 2006-12-14 17:52:41

            늘 존경스럽네요.
            그렇게 바쁜일정중에 이런 사진과 글을 올릴수 있는
            그 가슴은 어떤가슴일까요.
            청국장 먹으면 그런 맘에 사랑과 여유가 가득해져요??

            ㅎㅎㅎ
             

            • 배꽃뜰 2006-12-14 17:39:57

              ㅎㅎㅎ
              이상하게 여러 형제 중에
              궂은 일 껴안고 가는 형제가 있더군요.
              같은 어려운 환경에 살았어도
              그 어려움 피해가면서 사는 형제가 있더군요.

              경빈님은 궂은 일 껴안고 가는 입장이었네요.
              저도 이상하게 궂은 일은 제 몫이더군요.

              그렇게 살다보니 당연히 제 몫은 이것인가 하면서도
              가끔은 나를 위한 인생 살고 싶다는 생각에 머무르면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ㅎㅎㅎ
              지금에 자리에 없어서는 않됄 경빈님.
              그 만큼 소중한 사람 아니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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