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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늙은이의 바램 (퍼온 글)
기운쎈 아줌 2006-12-19 20:06:34 | 조회: 7321
나는 70이 넘은 보잘것 없는 늙은이라네..
70평생을 농사꾼으로 살아왔고..이제는 힘없는 늙은이가 되었지..
평생을 농사를 천직으로 여겨왔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네..
자식들은 그만 쉬라고 성화지만 내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
농사일을 손에서 놓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네.
평생..농사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내가..이렇게 몇자 적는 것은..
농업이 갈 수록 천대를 받는 현실이 안타까워..
늙은이의 바램을 젊은이들에게 이렇게라도 알리고자 함일세..
부디..보잘 것 없는 늙은이의 넋두리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진지하게 읽어봐 주기를 자네들에게 바라네..


나는 1936년..경기도 화성의 한 시골마을 빈농의 7남매중 둘째로 태어났지..
집안 살림은 어찌 돌아가는지 관심도 없는 한량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 온갖 품앗이를 다니며 고생을 하시는 어머니..
맏이인 형님은 집안을 세우기위해 공부에만 전념해야 했으니..
언제나 어머니를 도와 농사일을 다녀야하는 것은..
형님과 어린 동생들을 제외한..나와..바로 아래 아우의 몫이었지..
일제 치하가 끝나고 해방이 되었지만..5년만에 일어난 6,25..
가난한 우리가...가난에서 벗어날 길은 점점더 멀어져만 갔지..
너무나도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학교를 다니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고...훈장님이었던 동네 어르신에게..
회초리를 맞아가면 간신히 글을 깨우쳐야 했다네..

아침에 일어나면..어머니를 따라 들에 나가야했고..
밤 늦게까지 농사일을 해도..굶는 날이 먹는 날보다 많았지...
하루 빨리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었고..
어린 나이에 농사일이 버거울때도 많았다네...

언제나 내 머릿속엔 어떻게 하면..내 힘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고..
그러다 군대에 입대를 했지..
제대를 해도 아무 기반도 비빌 언덕도 없던 나는..
담뱃값으로 나오는 몇푼을 모아..
제대하면서 돼지 몇마리를 샀다네..

그리고는 내 힘으로 일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지..
어머니를 따라 들일을 하고..품앗이를 다니는 동안..
농사에 대해...나도 모르게 노하우가 쌓였더군..
그렇게...죽을 힘을 다해 일을 했고..돼지는 점점 많아졌고..
그렇게 한마리 두마리 불려나가던 것이 소가 되었고..그 소는 또다시 소를 불려..
밥은 굶지 않을 정도의 땅과..소를 가지게 되었지..
그때 내 나이가..35..기반이 생기고 나서야 결혼을 했지..
지금이야 35이면 노총각 축에도 못들지만..
19, 20에도 결혼을 하던 그 당시에는 노총각중에서도 노총각이었지..
안사람은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었고..둘이 되어 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네..
그렇게 살림은 조금씩 나아져갔고..어느덧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어..
그러던중.....술도 마시지 않는 안사람에게..간경화라는 무서운 병이 찾아오고야 말았네..
안사람의 투병생활이 시작되면서..내 어깨에는 여러가지 짐이 얹혀졌지..
어린 아이들..병든 아내를 두고..흔들릴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더욱더 열심히 살았네..
혼자 농사일에 소까지 키우며..안사람의 병원비를 대고 아이들을 공부시켰지..
하지만..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힘들기만 했어..
10년이 넘도록 투병생활을 하는 아내의 병원비는 어마어마했고..
빚을 지지 않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일해야했지..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며..살림을 유지해가는것이 신기하다고 할 정도였지..
다행히 빚은 지지 않았지만.....아내는 결국..고생만 하다 세상을 떠나고야 말았네..
아내가 떠나고 한동안은 마음을 잡기 힘들더군..
하지만..늦게 본 자식들을 위해 아버지는 강해야했지...
열심히 농사일을 했고..그렇게 세 아이들 모두 대학 공부까지 시켰네..

안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병원비며 약값..치료비..그리고 아이들의 교육비..
이 모든 것은 농사를 지어서 충당을 했고..
뿌린 만큼 돌려주는 정직한 땅 덕분에..
아버지로서..남편으로서의 의무를 다 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네..
아마..내 노력만큼 돌려주는 땅이 아니였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없었을걸세..
몇십억을 가진 재산가가 된것은 아니지만..
남부럽지 않을 정도의 여유는 가지게 된것도..
모두....그 녀석들(땅) 덕분이지..

힘든 농사일을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네만..
내 인생을 반추하면 농사일 만큼 값진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네..
그래서 가끔씩 자식들에게도..농사일을 해보라고 권유하고 있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네..
우리 먹거리가 설자리가 없어지고..
점점 농업은 천시하는 사회 풍조..
청년실업이 몇십만에 이른다면서도..
농사일을 해보려는 젊은이들은 찾아보기가 힘든 현실이..
아무리 봐도 안타깝기만 하다네..

농사일..쉬운일은 아닌것은 인정하네..
하지만..나같이 배우지 못하고..기술도 없는 늙은이는..
그저 때되면 씨뿌리고..또 때되면 거두는 일만을 해왔지만..
자네들에겐 명석한 두뇌와..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한때..벤쳐사업에 엄청난 젊은이들이 뛰어들었었지..
농사도..벤쳐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왜 모르는가..

農者天下之大本 이라 했네..
요즘 젊은이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을 이야기일지 모르나..않
우리의 근원지에서 해법을 찾아야할때가 아닌가 싶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 버렸구만..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지는 법이라네..
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당부하고 싶은 말은
부디..늙은이의 쓸데없는 소리라 여기지 말고..
한번쯤 마음을 다해 이글을 읽어주기를 바라네..
2006-12-19 20: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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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
  • 비둘기 2006-12-21 13:20:06

    농업은 가난하지만 마음이 부자인 직업으로 만 알았는데, 이글을 읽고나니 마음뿐만 아니라 부자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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