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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봉우리
미루사과 2007-01-06 18:38:27 | 조회: 6504




난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아한다, 혹은 싫어한다?


산이든 뭐든, 가서 보면 뭔가 흥이랄지 감동이랄지 하는 걸 느껴야 하는데


난 도무지 산을 보면 그냥 산이더라구요.



지난 가을,


숨결님과 들꽃님, 으아리님 오솔길님등이 내장산 등반을 한다고 하기에 사실 별로 내키진 않지만...


그래도 명색이 동갑내기 친구라는,


농업 대선배이자 농촌운동한다고 그야말로 쎄가 빠지는 조 영상이를 모른체 할 수는 없어서 난생 처음 산을 하루종일 따라 다녔습니다.


근데요,


이게 또 다닐만 하더라구요.


하여 요샌 시간만 나면 주변의 산을 뒤지고 다닙니다.


김밥 한줄과 사과 두어알 베낭에 넣고 가다가 쉬다가,사진찍다가 먹다가, 봉우리에 오르다 그마저 싫으면 그냥 내려오고...



대한이가 소한이네 집에 놀러왔다 얼어죽었다는 오늘(小寒),


입암산에 올랐습니다.


이곳 입암산엔 충무공께서 정읍의 초대 현감으로 계시던 시절 산성을 쌓아 놓기도 했던 곳입니다.


유난히도 그악스럽게 눈보라가 휘몰아쳐 산성주변만 둘러보다 그냥 내려왔는데요,


시내의 어느곳에서 소주한잔 하다보니 충무공을 그려낸 소설 '칼의 노래'가 생각이 났습니다.


하여 서재에서 칼의 노래를 꺼내 정말 가슴을 때렸던 문장을 찾아냈습니다.


전란속의 통제사 이 순신의 절박함이 통째로 묻어나는 명문 중의 명문입니다.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온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


끼니는 시간과도 같았다.


무수한 끼니들이 대열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지만, 지나간 모든 끼니들은 단절되어 있었다.


굶더라도, 다가오는 끼니는 피할 수는 없었다.


끼니는 파도처럼 정확하고 쉴새없이 밀어닥쳤다.


끼니를 건너뛰어 앞당길 수도 없었고 옆으로 밀어낼 수도 없었다.


끼니는 새로운 시간의 밀물로 달려드는 것이어서 사람이 거기에 개입할 수 없었다.


먹든 굶든 간에, 다만 속수무책의 몸을 내맡길 뿐이었다.


끼니는 칼로 베어지지 않았고 총포로 조준되지 않았다.



이 글을 옮겨 적으며 또 몇장의 사진도 생각이 납니다.


얼마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60대 중반의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안나 푸르나를 등반하며 촬영한 사진이 꼭 보고 싶어졌습니다.












봉우리-김민기




2007-01-06 18: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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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8
  • 숨결 2007-01-08 10:09:40

    그렇게 준비하다 보면
    자연이 주는 비약이 있죠.
    하나의 밀알이 떨어저 당해년도에 수백배의 수확을 내는 겁니다. 하늘의 햇빛과 공기와 물, 그리고 아주 조금의 정성으로 말입니다.
     

    • 숨결 2007-01-08 10:03:07

      그 끼니...
      이일을 시작하면서 내내 끼니 걱정이 없었던 적이 없었네요. 언제나 여유있어 식구들에게 제대로되 끼니를 챙겨줄까
      그리고 제때에 그 끼니를 챙겨줄까

      고민하다...
      신사동 사채업자의 돈을 써보기도
      대학로 전당포 아저씨 돈도 써보기도하고
      유공주유소 유류할인권을 써보기도 하고
      상품권 와리깡을 해보기도 하고
      카드 와리깡을 해보기도 하고
      생명보험을 깨보기도하고
      아이들 교육보험을 깨보기도하고

      향기 부추겨서 돈꿔오라고 시켜보기도 하고
      여러 님들께 손내밀어 구궐을 해보기도 하고
      ...........

      참 무리없이 일을 진행했으면
      그런 일이 보다 적게 생겼을테지만
      태생이 저돌적이고 깡 무식해서...

      참 그것이 안됐습니다. ㅎㅎㅎ
      지금 역시 그 끼니에서 벗어나질 못했습니다만
      2007년은 그 끼니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전년도에 여러 상황을 조정했습니다.

      나이가 먹어가니 그 끼니를 챙기는 일이
      더욱 힘들어지고 자신감이 상실되는 겁니다.
      어쩝니까 이제는 일의 조준을 현재의 역량에 맞춰해야죠.
      2006년도의 반성이지만 무리없이 천천히 갔었더라면 지금보다 훨나졌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자연이 그렇고 , 농사가 그런데,...
       

      • 으아리 2007-01-08 10:02:07

        음, 사진 멋있습니다.
        조만간 산에서 함 봅시다^^
         

        • 이화 2007-01-08 09:46:38

          요즘은 눈속에서 뛰어 댕기며 빵,빵,한다는데....
          혼자 먹지말고 전화좀 주세요
           

          • 강물처럼 2007-01-07 20:03:35

            며칠 전, 정읍에 눈이 많이 내렸다기에
            전화를 했으나 연결이 안돼 걱정하면서, 그냥 깜박 잊고 지냈는데, 여유있게 산에 오르면 별 일은 없겠고.

            나도 새 해는 어떻게든 산과 가까워져 볼려 하고 있는데..
            자주 산이예기 많이 올려주시길 바람니다. 그래서 새해는
            더욱 건강하시고......
             

            • 오솔길 2007-01-07 11:51:40

              신선처럼 사시는것 같슴니다.
              시간이 허락될때 부지런히 다니세요.
              늘 건강 하세요.
               

              • 차(茶)사랑 2007-01-07 09:24:03

                미루사과님 사진도 조코 노래또한 직입니다...
                진짜로 산은 모든걸 감싸주고 이해해주고 안아줍니다..

                그래저도 산을 조아헙니다.
                그래서 산에살지요 ㅎㅎ

                언제 시간되시거들랑 목사골님과 뱁실령함 올라봅시다요..
                 

                • 산야로 2007-01-07 09:02:22

                  미루사과님 그러다 산꾼 되겠는데 ㅎㅎ
                  지난 가을과는 영 다른데 ?
                  시간 있으면 연락해요 .가까운곳에
                  재미있는코스 참 많으니까 안내 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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