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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청국장 한 덩이
경빈마마 2007-01-09 19:25:15 | 조회: 6322





저녁 짓기엔 아직 이른 어제 오후 였어요.
조금은 핼쑥해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불쑥 마당으로 들어 오셨습니다.

핼쑥한 사람을 보면 더 추워보이 잖습니까?

가까운 곳에 살아서 운동 삼아 자전거 타고 왔다며
청국장환 한 봉지를 사러 왔다 말씀하십니다.

말이 가까워 찾아 오셨다지만
이 바람 부는 날
그것도 자전거 타고 예까지 오셨다 하니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어요.

그리곤 청국장환 하나 밖에 못 사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제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시더군요.

몸에서 느껴지는 언어 라는거 아세요?

우리 청국장에 금가루를 뿌려 만든 것도 아니거늘
그냥 가까운 슈퍼에서 사 드셔도 좋을 것을
뭐하러 여기까지 바람맞아 가며 오셨을까?
아주~잠깐은 그런 생각도 들었답니다.


가끔 주문 받다 보면 여러분들을 접하게 됩니다.

마마님청국장을 먹기로 했으니 잘 해서 보내달라 하시는 분
얼마 만큼 구입을 하니 조금은 깎아 달라시는 하시는 분
서비스를 많이 챙겨 달라시는 분
택배비가 너무 비싸다시는 분

그러나 또 어떤 분들 중에는
많이 주문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애써 만든 거 그냥 편하게 앉아 먹기만 해서 죄송하고 고맙다~
되려 더 챙겨주시는 분도 간혹 계신다지요.

사실 그냥 먹는것도 아니고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인데도
정말 미안해 하시는 분들도 의외로 많이 계십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힘듬 속에서도 일을 할 수 있나 봅니다.

제품을 보내다 보면
시래기 한 줌
김치 한 쪽이라도
더 담아 보내주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돈이 얼마가 오고가고는
생각을 안합니다.
그냥 마음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지요.

안 주어도 누가 뭐라 안하지만 왠지 그래야 될 거 같을 때는
그냥 제 마음을 따라갑니다.

여름철 시래기는 가마솥에 삶아 깨끗히 씻어 한 줌씩 짜서 넣어 드리지만
---이 경우는 바로 국 끓여 드실 수 있다지요.

겨울철 시래기는 소금물에 담가 놓았다 보내드립니다.
보관도 그렇고 그 많은 양을 삶기도 그렇고 김장으로 인해 일도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이 경우는 내가 씻어서 삶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제 마음엔 겨울철 이만한 국거리 없겠다 싶어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 소금물에 담갔다 보내 드리는데
삶는 것도 싫고 먹지도 않으니
보내지 말라시는 분도 종종 계십니다.

이상해요~
여름엔 그런 분이 하나도 안 계신데...
되려 더 많이 주세요~ 하시는데...

그럴 땐 저도 상처 받습니다.
저도 속물 인간 이잖아요~

제 마음 같은 줄 알고
잘 삶아서 맛있게 국 끓여 드실 줄만 알았는데
불편하고 귀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참 많았습니다.

설사 귀찮다고 해도 그 정도는
맛있게 국 끓이거나 된장 지져 드실 줄 알았는데...
다 제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그래서 요즘은 시래기를 보내지 않습니다.
그냥 시래기 좀 주세요~
시래기 좀 있나요~하시는 분께만 보내 드립니다.

조금의 불편함도 허용하지 않는 요즘 세태에
가끔은 놀라는 경빈입니다.

아....어쩌다 이야기가 완전히 삼천포로 갔습니다.



얼굴이 조금은 창백해 보이는 아저씨를 향해

"추우신데 생강차 한 잔 드릴께요~."
"생강차 매워서 못 먹어요~."
"그럼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커피도 먹으면 안됩니다."
" 아~네에~......"

순간 첫 느낌 그대로
어딘가 아프신 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까칠하고 초췌해 보이는 얼굴에
돈을 주신다며 꼬깃꼬깃 지갑을 여시더니
천 원 짜리 네 장
만 원 짜리 한 장 건네 주십니다.

그리고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힘도 없이 후르르르 ~~
마루 위에 떨어집니다.

그 지폐가 떨어 진 줄도 모르시는 아저씨...

얼른 주워 드리며
뭔가를 하나 손에 쥐어 드리고 싶은데 생각도 안나고...

마침 어머님이랑 청국장 포장을 하고 있었던지라
청국장 한 덩이를 얼른 집어 들고 건네 드렸어요.

" 아이고 고맙습니다.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
"신김치 있으면 조금 넣고 끓여드시고 없으면 그냥 두부하고 버섯만 넣으셔요.'

그러시며 안절부절 눈을 못 마주 치시네요.

왠지 그러고 싶었습니다.

청국장 한 덩이를 가지고 되돌아 가는 그 차거운 길이
따뜻하길 바랬습니다.

그리곤 무엇이던
행복한 마음으로 나누며 살 수 있을 때
나누이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경빈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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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9 19: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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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7
  • 경빈마마 2007-01-11 07:07:05

    아...야채농부님.
    고맙습니다.

    하나의 밀알이 싹을 틔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간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 길이 버겁고 힘은 들지만
    누군가는 앞장을 서 줘야 한다는 거지요.
    보이지 않는 작은 사랑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저도 화이팅 입니다.
     

    • 경빈마마 2007-01-11 07:07:01

      풋내기님 안녕하세요?
      가끔은 힘들어 에이~ 몰라~
      하면서 내키지 않은 일을 할 때가 있지요.
      그러고 나면 한 참 동안 제가 많이 힘들어요.
      좀 손해 볼 걸...
      그냥 배려할 걸...
      해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 다면
      결국 그 해가 자신에게 돌아옴을 앎니다.
      풋내기님의 격려 힘입어 또 열심히 삽니다.
      감사합니다.
       

      • 야채농부 2007-01-10 20:31:08

        감사함의 너무귀한모습입니다
        담을그릇이라야 담겨지는것같습니다
        속상한 경우가너무 흔하게일어나지만 극기가 바로이를통해 터득되어집니다
        오래전부터 야채를 복지시설에 좋은일로여기고 정성을다해
        길러서 보내보지만 인식이부족하거나 봉사의 사명감부족한
        몇몇사람의 모습을보면서 허탈해질때가 있지만
        그상한마음보다 내게보람으로 더해짐이 부해져 무턱대고
        하기로 하고보니 저울질하던생각이 멀리갔습니다
        경빈마마님의 말씀대로 배려도 습관이고 훈련입니다
        화이팅 입니다.
         

        • 풋내기 2007-01-10 13:00:47

          상대방을 배려한다는거
          어쩌면 살아가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서
          내것으로 만들어간다는거라 생각
          사진으로야 많이 보았지만 어찌 각박한 현실에 이렇게 마음 [통]넓은 사람이 있을까 생각 해 보았습니다
          콩사랑에도 기끔 구경하러 가는데 말씀 말씀이 정감이 가는 말씀만 하시니 사시는 모습 또 배우고 갑니다
           

          • 경빈마마 2007-01-10 09:43:50

            배꽃뜰님 고맙습니다.
            그런 배꽃뜰님도 마음이 따뜻한 분 같습니다.


            목사골님 그러게 말입니다.
            살다보면 정말 벼라별 사람 다 만나요.
            서로 서로 좋자고 생각하던 일도
            생각지도 않게 어긋나 버리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래서 속이 상해요.

            상대방을 배려한다는거
            어쩌면 살아가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서
            내것으로 만들어가는 거라 생각되네요.

            배려도 습관이고 훈련이라 여깁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 목사골 2007-01-09 20:58:04

              여름에 배 작은상자 하나씩 착불로 보내다가
              맛없는 배 줬다고 짜증 부리며 택배비가
              아깝다는 어떤 여자분의 전화를 받고 너무 상심이 커서
              내가 괜히 못난짓거리 한것이 얼마나 후회스러웠는지
              한동안 마음의 상처가 가라않지 않더이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신분들이 훨씬 많지만 아무래도
              싫은 사람도 있다는걸 알고는 이제는 뭘 챙겨주고
              싶어도 상대를 배려 하는건지 생각이 많이 갑니다.
              마마님의 그 따뜻한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 배꽃뜰 2007-01-09 20:18:18

                나누어 주는 것도 어쩔 때는
                눈치가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경빈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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