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짓기엔 아직 이른 어제 오후 였어요.
조금은 핼쑥해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불쑥 마당으로 들어 오셨습니다.
핼쑥한 사람을 보면 더 추워보이 잖습니까?
가까운 곳에 살아서 운동 삼아 자전거 타고 왔다며
청국장환 한 봉지를 사러 왔다 말씀하십니다.
말이 가까워 찾아 오셨다지만
이 바람 부는 날
그것도 자전거 타고 예까지 오셨다 하니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어요.
그리곤 청국장환 하나 밖에 못 사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제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시더군요.
몸에서 느껴지는 언어 라는거 아세요?
우리 청국장에 금가루를 뿌려 만든 것도 아니거늘
그냥 가까운 슈퍼에서 사 드셔도 좋을 것을
뭐하러 여기까지 바람맞아 가며 오셨을까?
아주~잠깐은 그런 생각도 들었답니다.
가끔 주문 받다 보면 여러분들을 접하게 됩니다.
마마님청국장을 먹기로 했으니 잘 해서 보내달라 하시는 분
얼마 만큼 구입을 하니 조금은 깎아 달라시는 하시는 분
서비스를 많이 챙겨 달라시는 분
택배비가 너무 비싸다시는 분
그러나 또 어떤 분들 중에는
많이 주문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애써 만든 거 그냥 편하게 앉아 먹기만 해서 죄송하고 고맙다~
되려 더 챙겨주시는 분도 간혹 계신다지요.
사실 그냥 먹는것도 아니고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인데도
정말 미안해 하시는 분들도 의외로 많이 계십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힘듬 속에서도 일을 할 수 있나 봅니다.
제품을 보내다 보면
시래기 한 줌
김치 한 쪽이라도
더 담아 보내주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돈이 얼마가 오고가고는
생각을 안합니다.
그냥 마음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지요.
안 주어도 누가 뭐라 안하지만 왠지 그래야 될 거 같을 때는
그냥 제 마음을 따라갑니다.
여름철 시래기는 가마솥에 삶아 깨끗히 씻어 한 줌씩 짜서 넣어 드리지만
---이 경우는 바로 국 끓여 드실 수 있다지요.
겨울철 시래기는 소금물에 담가 놓았다 보내드립니다.
보관도 그렇고 그 많은 양을 삶기도 그렇고 김장으로 인해 일도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이 경우는 내가 씻어서 삶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제 마음엔 겨울철 이만한 국거리 없겠다 싶어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 소금물에 담갔다 보내 드리는데
삶는 것도 싫고 먹지도 않으니
보내지 말라시는 분도 종종 계십니다.
이상해요~
여름엔 그런 분이 하나도 안 계신데...
되려 더 많이 주세요~ 하시는데...
그럴 땐 저도 상처 받습니다.
저도 속물 인간 이잖아요~
제 마음 같은 줄 알고
잘 삶아서 맛있게 국 끓여 드실 줄만 알았는데
불편하고 귀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참 많았습니다.
설사 귀찮다고 해도 그 정도는
맛있게 국 끓이거나 된장 지져 드실 줄 알았는데...
다 제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그래서 요즘은 시래기를 보내지 않습니다.
그냥 시래기 좀 주세요~
시래기 좀 있나요~하시는 분께만 보내 드립니다.
조금의 불편함도 허용하지 않는 요즘 세태에
가끔은 놀라는 경빈입니다.
아....어쩌다 이야기가 완전히 삼천포로 갔습니다.
얼굴이 조금은 창백해 보이는 아저씨를 향해
"추우신데 생강차 한 잔 드릴께요~."
"생강차 매워서 못 먹어요~."
"그럼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커피도 먹으면 안됩니다."
" 아~네에~......"
순간 첫 느낌 그대로
어딘가 아프신 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까칠하고 초췌해 보이는 얼굴에
돈을 주신다며 꼬깃꼬깃 지갑을 여시더니
천 원 짜리 네 장
만 원 짜리 한 장 건네 주십니다.
그리고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힘도 없이 후르르르 ~~
마루 위에 떨어집니다.
그 지폐가 떨어 진 줄도 모르시는 아저씨...
얼른 주워 드리며
뭔가를 하나 손에 쥐어 드리고 싶은데 생각도 안나고...
마침 어머님이랑 청국장 포장을 하고 있었던지라
청국장 한 덩이를 얼른 집어 들고 건네 드렸어요.
" 아이고 고맙습니다.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
"신김치 있으면 조금 넣고 끓여드시고 없으면 그냥 두부하고 버섯만 넣으셔요.'
그러시며 안절부절 눈을 못 마주 치시네요.
왠지 그러고 싶었습니다.
청국장 한 덩이를 가지고 되돌아 가는 그 차거운 길이
따뜻하길 바랬습니다.
그리곤 무엇이던
행복한 마음으로 나누며 살 수 있을 때
나누이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경빈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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