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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1학년 3반 4번 제형이 엄마입니다.
경빈마마 2007-01-12 08:34:02 | 조회: 7235






선생님 안녕하세요?
덕이동 제형이 엄마입니다.
겨울 방학 잘 지내고 계시지요?

1년 동안 인사 한 번 제대로 못드리고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네요.
위로 누나 셋이 있고 더구나 작년에는 고 3 누나가 있다보니 제형이에겐 더 신경을 쓰질 못했어요.

아니 더 솔직히 말한다면 나의 일이 힘들다고
네 맘대로 커줬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도 조금 있었네요.

그래서 수업시간에 방해만 안 될 정도로 준비물만 대충 챙기면서 다녔던거 같네요.^^*

이 녀석이 학교 급식이 우리집 반찬보다 더 맛있다고 하니 너무 웃긴거 있죠?
급식 때문에 힘들어 하는 엄마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부분에선 제가 복 받았다~ 생각을 합니다.

"선생님 제형이가 학교에서 나오는 밥이 적어서 배가 고프다고 합니다.
김치랑 반찬을 조금만 더 주셨으면 해서요~.급식 아주머님께 말씀 좀 전해주세요~."

이렇게 처음으로 전화 드렸던게 생각이 나네요.

김치와 밥을 좀 더 달라고 전화 한 엄마가 저 말고 아마 없지 싶네요.^^*

아이와 차분하게 앉아서 도란 도란 이야기는 못하지만
그날 그날 해야 할 일은 하도록 하고 일기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한 가지 주제를 주거나 뭔가 이야깃 거리를 만들어 어찌 쓰는지 되도록
터치를 하지 않는 편이랍니다.

교육방송은 챙겨보질 못해서 마음 한쪽이 걸리긴 하네요.
평일엔 수영장 가는 시간이고 주일엔 교회가서 있다보니 그 시간을 놓치게 되니 어쩐답니까?
그렇다고 녹화를 해서 보여줄 부지런함은 제게 없으니
책 많이 읽게하고 소심한 아이 활발하고 씩씩한 아이가 되도록 많이 이끌려고 해요~

누나 셋을 키워보니 결국 스스로 할 줄 알아야지 이러고 저러고 하나 하나 간섭하다보면
은근히 의지를 하는 습관이 생기더라구요.

수영장 다니면서도 저 혼자 수건이랑 수영복 챙겨서 시간 맞춰 나가는 걸 보면 대견해 죽겠어요.
이곳은 큰 도로에서 조금 들어간 곳이라 조금 멀리 걸어야 하거든요.
토요일 하교 길도 혼자 걸어오겠금 하느라 입학하고 학교까지 몇 번을 같이
걸어 가기도 했답니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작은 벼 모종을 보면서
여름에는 출렁이는 벼를 보면서
가을에는 노랗게 고개숙인 벼 이삭을 보면서
겨울에는 까까머리 논 밭은 보면서 걸어 다녔네요.

처음에는 숨차 하더니 제법 익숙하게 잘 오고 갑니다.
그 길이 아이에겐 훗날 그리움이 될꺼라 믿고 있습니다.

가끔은 500원으로 오뎅이랑 떡볶이 사 먹는 것이 큰 즐거움 이더라구요.
그래도 누나들 보다 혼자 돈 쓰는 시기가 빨라진거 같습니다.
누나들 초등학교 시절에는 이 동네 구멍 가게 하나 찿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고학년이 되어야 그나마 가게를 갈 줄 알았는데
제형이는 1학년이 되어 새앙쥐 마냥 들락거리니 누나들 보단 많이 빨라진거지요.

처음 500원을 주니
"엄마~뭘 사먹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여요~.대게 좋아요~." 해서 배꼽 잡고 웃었다네요.
그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거든요~^^*

세 딸아이 키울때 보다 가족과 함께 부딪기는게 더 많아 사랑은 제일 많이 받고
자라는 거 같아요.

누나들에게 언니~ 언니 ~하던 녀석이 이제는 같이 목욕 하는 것을 쑥쓰러워 할 정도로
속이 여물고 많이 컸어요.

올해 2 학년이 된다 생각하니 더 많이 큰 녀석 같으네요.
벌써 겨울 방학이 중간쯤 왔네요.

어떤 학년을 맡으실지는 모르나 제형이에겐 1학년 선생님으로 영원히 남아 계실것인데
앞으로 학교에 계시는 동안 제형이 커 가는 것 살째기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방학식 날 검은 봉지에 청국장 다섯 덩이 넣어
제형이 손에 쥐어 주면서
"선생님~ 방학동안에 엄마가 맛있게 드시래요~."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는데
그렇게 했나 모르겠네요.

그렇게 선생님께 1년 인사를 검은 봉지로 마무리 한 셈이네요.

조금 더 넉넉한 마음으로
선생님과 차 한잔 마주 할 시간이 있을거라 기대하면서
선생님께 안부 전해드립니다.

덕이동에서 제형이 엄마 윤광미 올립니다.





꼬랑지글:

학교선생님 중에서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
첫 선생님인 1학년 선생님이
남다르단 느낌이 듭니다.

아이에 대해 별 다른 상담을 해보진 않았지만
1년 동안 별 탈 없이 행복하게 다녀준 아이와
아이 담임 선생님께
감사하고 싶었네요.

그게 뭐 별거랍니까 그래서 아이 선생님께
짧은 메일을 하나 보냈답니다.



2007-01-12 08: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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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9
  • 경빈마마 2007-01-13 09:00:05

    마리님 공감가신다는 것을 보니
    막내에게 마음이 짜안 하신게지요.

    풋내기님이 양혜영님이라구요?
    접수해 놓습니다.
    전화 한 번 드릴께요.
    감사합니다.

    숨결님 향기님 싸움하는거 구경해야쥐~~ㅋㅋㅋ
     

    • 들꽃향기 2007-01-12 16:13:53

      숨결님 뭐예요? 대책없는 향기???!@#$%^&*()  

      • 숨결 2007-01-12 14:01:38

        얼마전 작은돌님 집에가서
        신영복님의 글귀를 보았습니다.

        거기에 이런 글이 감동으로 다가왔는데..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란 글입니다.

        그 순간이 중요하고 그 순간 평화가 되어야 평화라는 말인듯싶어요.

        인생에서 나중은 없는 거죠.
        그런데 항상 나중을 생각해서 지금을 넘겨버리네요.

        오랜만에 만나는 딸래미
        선영이와 성은이
        그리고 대책없는 성우랑 향기랑
        함께 덕유산 설산을 걸어보며

        지금을 곱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앗~
        또 미루네요. ㅋㅋ
         

        • 풋내기 2007-01-12 13:58:44

          정말 생각이 깊으신 마마님 정말 마음이 아릅답습니다
          항상 머리에는 지혜를 가지고 계시고 늘 구상하면서 또한 손끝에는 항상 일을 가지고 열심히 사시는 모습 정말 아름답습니다 재형이가 마마님 닮아셨는가 봐요 자립성이 엿보입니다 저번에 전화번호 말씀이 이제사 생각이나네요
          지하실에서 마 정리하느라고 1달을 바쁘게 지나다 보니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이해 하세요 tel 033-345-9889 hp 011-9942-3769 언제 시간 한번 나시면 한번 들려 주세요 사는 이야기도 논하고 하게요 하시는 일 대박 나시고 건강 하세요 샬롬 [풋내기가 아니고 양혜영 입니다+풋내기]
           

          • 꽃마리 2007-01-12 13:39:07

            마마님!
            저두 공감이 가요
            4명의 엄마라...
            저두 항상 막내에게 미안한 마음이라
            마마님, 글 읽곤 마음 찡하네여....
             

            • 경빈마마 2007-01-12 10:50:17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 아줌마죠?
              별님만 새댁으로 해줄께요.^^
              오잉 금순님도 조금 된 새댁으로 해줄께요.
              향기님은 우린 헌댁? ㅎㅎㅎㅎ
              그렇다고 삐지지 마시게요.

              고맙습니다.
              함께 마음 보태주셔서 말이죠.
               

              • 노래하는별 2007-01-12 10:29:34

                경빈마마님의 글을 보면 혹시 마마님은 분신술 능력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것저것 세심하게 신경쓰시면서 하는일들이 많아서요
                그것도 그냥 일 하시는것이 아니라 정말 마음을 쓰시면서
                일을 하시는것 같아요 그게 참 쉽지않을거 같은데...
                항상 반성하게 됩니다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는 자세로 생활하시니
                자녀분들이 아주 건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 금순이 자연농원 2007-01-12 09:54:49

                  너무 귀여워요.
                  행복한 모습이네요.
                  마마님 열심히 사시는 모습 자체가
                  산교육입니다.
                  감사하는 마음 고마워하는 마음
                  아름다워요.
                   

                  • 들꽃향기 2007-01-12 09:37:22

                    마마님!
                    정말 우쨍...

                    이 글을 보면서 저는 한없이 반성을 해야 할거 같습니다.

                    저도 가만히 뒤 돌아 보면 선영이가 첫딸이라 선영이에게는 정말 신경을 많이 썼던거 같은데 둘째부터는 방목 그 자체라
                    주위에서 한번 보고도 딱 알아 맞주더라구요.

                    "웃으면서 방목하시면서 키우시는군요"
                    하지만 뒤에서는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구요.

                    어떤것이 옳은건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끌어안고 이것저것 다 해주다 보면 자기 스스로 판단해서 해야 할일을 잘 하지 못할까 하는 염려가 생깁니다.
                    아니 저 스스로 그렇게 위로를 합니다.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정말 아이들 스스로 알아서하는것이 많아졌어요.

                    오늘 마마님 글을 읽고 나서는 내가 울 아이들에게 넘했나 맘이 짠해지네요.
                    마마님 막내 아드님은 넘 행복해 보여요.

                    학년이 마치는 날 저는 담임을 만나는 편입니다.
                    1년동안 감사하다고...
                    올해도 2월에 가서 인사를 드릴 예정인데
                    먼저 메일이라도 한통 보내야겠네요...
                    늘 마마님을 사모하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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