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덕이동 제형이 엄마입니다.
겨울 방학 잘 지내고 계시지요?
1년 동안 인사 한 번 제대로 못드리고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네요.
위로 누나 셋이 있고 더구나 작년에는 고 3 누나가 있다보니 제형이에겐 더 신경을 쓰질 못했어요.
아니 더 솔직히 말한다면 나의 일이 힘들다고
네 맘대로 커줬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도 조금 있었네요.
그래서 수업시간에 방해만 안 될 정도로 준비물만 대충 챙기면서 다녔던거 같네요.^^*
이 녀석이 학교 급식이 우리집 반찬보다 더 맛있다고 하니 너무 웃긴거 있죠?
급식 때문에 힘들어 하는 엄마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부분에선 제가 복 받았다~ 생각을 합니다.
"선생님 제형이가 학교에서 나오는 밥이 적어서 배가 고프다고 합니다.
김치랑 반찬을 조금만 더 주셨으면 해서요~.급식 아주머님께 말씀 좀 전해주세요~."
이렇게 처음으로 전화 드렸던게 생각이 나네요.
김치와 밥을 좀 더 달라고 전화 한 엄마가 저 말고 아마 없지 싶네요.^^*
아이와 차분하게 앉아서 도란 도란 이야기는 못하지만
그날 그날 해야 할 일은 하도록 하고 일기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한 가지 주제를 주거나 뭔가 이야깃 거리를 만들어 어찌 쓰는지 되도록
터치를 하지 않는 편이랍니다.
교육방송은 챙겨보질 못해서 마음 한쪽이 걸리긴 하네요.
평일엔 수영장 가는 시간이고 주일엔 교회가서 있다보니 그 시간을 놓치게 되니 어쩐답니까?
그렇다고 녹화를 해서 보여줄 부지런함은 제게 없으니
책 많이 읽게하고 소심한 아이 활발하고 씩씩한 아이가 되도록 많이 이끌려고 해요~
누나 셋을 키워보니 결국 스스로 할 줄 알아야지 이러고 저러고 하나 하나 간섭하다보면
은근히 의지를 하는 습관이 생기더라구요.
수영장 다니면서도 저 혼자 수건이랑 수영복 챙겨서 시간 맞춰 나가는 걸 보면 대견해 죽겠어요.
이곳은 큰 도로에서 조금 들어간 곳이라 조금 멀리 걸어야 하거든요.
토요일 하교 길도 혼자 걸어오겠금 하느라 입학하고 학교까지 몇 번을 같이
걸어 가기도 했답니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작은 벼 모종을 보면서
여름에는 출렁이는 벼를 보면서
가을에는 노랗게 고개숙인 벼 이삭을 보면서
겨울에는 까까머리 논 밭은 보면서 걸어 다녔네요.
처음에는 숨차 하더니 제법 익숙하게 잘 오고 갑니다.
그 길이 아이에겐 훗날 그리움이 될꺼라 믿고 있습니다.
가끔은 500원으로 오뎅이랑 떡볶이 사 먹는 것이 큰 즐거움 이더라구요.
그래도 누나들 보다 혼자 돈 쓰는 시기가 빨라진거 같습니다.
누나들 초등학교 시절에는 이 동네 구멍 가게 하나 찿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고학년이 되어야 그나마 가게를 갈 줄 알았는데
제형이는 1학년이 되어 새앙쥐 마냥 들락거리니 누나들 보단 많이 빨라진거지요.
처음 500원을 주니
"엄마~뭘 사먹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여요~.대게 좋아요~." 해서 배꼽 잡고 웃었다네요.
그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거든요~^^*
세 딸아이 키울때 보다 가족과 함께 부딪기는게 더 많아 사랑은 제일 많이 받고
자라는 거 같아요.
누나들에게 언니~ 언니 ~하던 녀석이 이제는 같이 목욕 하는 것을 쑥쓰러워 할 정도로
속이 여물고 많이 컸어요.
올해 2 학년이 된다 생각하니 더 많이 큰 녀석 같으네요.
벌써 겨울 방학이 중간쯤 왔네요.
어떤 학년을 맡으실지는 모르나 제형이에겐 1학년 선생님으로 영원히 남아 계실것인데
앞으로 학교에 계시는 동안 제형이 커 가는 것 살째기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방학식 날 검은 봉지에 청국장 다섯 덩이 넣어
제형이 손에 쥐어 주면서
"선생님~ 방학동안에 엄마가 맛있게 드시래요~."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는데
그렇게 했나 모르겠네요.
그렇게 선생님께 1년 인사를 검은 봉지로 마무리 한 셈이네요.
조금 더 넉넉한 마음으로
선생님과 차 한잔 마주 할 시간이 있을거라 기대하면서
선생님께 안부 전해드립니다.
덕이동에서 제형이 엄마 윤광미 올립니다.
꼬랑지글:
학교선생님 중에서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
첫 선생님인 1학년 선생님이
남다르단 느낌이 듭니다.
아이에 대해 별 다른 상담을 해보진 않았지만
1년 동안 별 탈 없이 행복하게 다녀준 아이와
아이 담임 선생님께
감사하고 싶었네요.
그게 뭐 별거랍니까 그래서 아이 선생님께
짧은 메일을 하나 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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