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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누나 내 종업식에 올꺼지?
경빈마마 2007-02-11 23:39:48 | 조회: 8271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요즘은 제형이 때문에 웃고 사네요.
하나 거침없이 똠방 똠방 얼마나 말도 잘 하는지
위로 큰 누나들이 셋이다 보니 느는게 말인가 봐요~


16일 1학년 종업식이네요.


졸업식하고 종업식을 같이 생각하는지
지난 금요일 학교에서 돌아와
주간계획표를 냉장고에 탁~붙이며
제 누나들에게 아주 당당하게 말을 합니다.

"누나 내 종업식에도 올꺼지?"

오잉
푸하하하하~~누나 셋이서 박장대소!

"제형아~ 네가 1학년 봄 방학 하는데 왜 가냐 6 학년 졸업할 때 꼬옥 갈께!."

그러면서 귀여워 죽겠다는 듯 세 누나들이 볼을 부비대더라구요.

앞으로 2012년 2월
막내 제형이 초등학교 졸업식날
세 누나야들이 꽃다발 하나씩 들고 가면
졸업식장이 참 화~한 하겠다 싶더라구요.

어르신들 늘 하시는 말씀이
지금이야 줄줄이 공부 가르쳐야 되니 조금 힘들겠지만
(조금이 아니라 엄청~많~이~ 힘듭니다요.)
나중에 다 커봐라~
많은 것 같아도 다 제 살길 가다보면
하나 없어 보이고 집이 썰렁하더라~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견뎌봐라~

심지어는 제형이 밑으로 하나 더 낳아도 되는데...
라고 끔찍한 말씀 하시는 분들도 더러있어요.

실제로 제형이 100일 지났을 때인가요?
다음에도 또 낳으면 아들 낳으니 하나 더 낳아라~ 하셔서
기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누나만 셋 있고 형제가 또 없으면 제형이가 섭섭하다나요?
외롭다나요?

하이고~
할머니 수빈이는 오빠야가 없어서 섭섭하다 하고
덩달아 형빈이는 밑으로 여동생이 없어서 우짜고 저쩌고 하는데.

되얏시요! (저 혼잣말 입니다.^^)

섭섭해서 낳고 외로워서 낳고 어쩌다 보면 축구부 결성되겠어요.ㅋㅋㅋ
아이를 잘 낳다보니 별 말을 다 들어보며 살아온 저 입니다.

지금이야 아이 많이 낳으라고 국가에서 장려하지만
형빈이 낳을 때만 해도 한 집에 하나씩만 낳으라고 하던 때라
의료보험 혜택도 하나 못 받았답니다.
그래서 주변 눈치 봐가며 셋 째 임신하고
싼 병원 찿아 다니며 아이를 낳았다네요.

배는 남산만 해가지고
수빈이 옆에 걸리고 경빈이 유모차에 밀고 다닐 때 저 얼마나
신기한 사람 취급받았는지 몰라요.
아마 젊은 색시야가 맨날 배 불러 있으니 깝깝해 보였나 봐요~

참 나이 어린 제가 어쩌면 아무 생각없이 아이들을
다 낳을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하긴...아무 생각없으니
다 낳았는지 모르겠네요.

2012년 하니 까마득한 먼 훗날 같은데 그래봤자 6년 뒤네요.

앞으로 6년 뒤면
세 딸아이가 몇 살이 되는거야 하고 계산을 해보니
수빈이 26세 경빈이 24세 형빈이 23세가 되는거더라구요.
오호 @.@ 정말 아찔하네요.

그럼 나는?
어쩌다 나이를 생각하다보니 그냥 쓸쓸해 지네요.

요즘 제가 조금 큰 아이 때문에 힘이드네요.
15일 되면 진로가 다 결정되겠지만
생각하며 기다리는게 이리 힘든지 몰랐네요.

요즘 수빈이가 그럽니다.
자기 보다 엄마가 더 힘들어 한다고.
자기도 힘들지만 15일 지나면 어차피 뭔가 하나는
결정해야 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제가 요즘은 철없는 엄마가 되고 있어요.

그래 앞으로 5 일만 더 기다리자.
그리고 무엇이던 결정하자!
맘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 마음을 다 헤아리고
하릴없이 뜬 구름 잡진 않겠다고
말해주는 수빈이가 고맙습니다.



뒤 늦게 낳은 아이이다 보니 (저는 아니지만 미소가님 에게만 늦둥이지요.)
아빠 노릇 좀 잘 해주면 안되겠냐고 가끔은 미소가님께 투정을 부립니다.

숙제도 좀 봐주고
준비물도 좀 챙겨주면 안되냐고
나 혼자 애 낳았냐며 투덜 거리기도 합니다.
순전 어거지 이겠지만 가끔 마음이 뒤틀리면 이런말 한다지요.

하기는 같이 만나는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50대 중반 이상 들이다보니
아이들이 어려봤자~중 고등 학생이거나 직장을 다니거나
아니면 혼기가 꽉 차서 결혼을 할 나이이거나
심지어는 그 친구 아들 딸들이 손녀 손자 본 사람들이 많다지요.
그러니 초등학교 1 학년을 둔 아빠인지 잘 모르나 봐요~

요즘은 이런 저런 생각하며 산다는게 참 싫습니다.
일도 손에 안잡히고 건망증이 심해지네요.

시어버린 깍두기 물 넉넉히 붓고 참치 한 캔 넣고
아이들 먹겠금 푹~~지져준다고 가스불에다 올려놓고는
바로 옆에서 태우질 않나?

세탁기 안의 빨래를 이 틀이 지나도 꺼내지 않고
방 걸레질도 하기 싫어 한쪽에서 걸레가 빼빼 말라가고
반찬도 하기 싫어 겨우 겨우 구색맞춰 밥을 해 먹는데...
어머님 아버님께 아주 많이 죄송할 뿐입니다.

아침 상 보면서
어머님 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그냥 변명만 늘어놓고 살고 있어요.

구석 구석 할 일이 많건만
요즘은 그냥 눈으로만 하고 삽니다.







- 마마님청국장 -
2007-02-11 23: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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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5
  • 경빈마마 2007-02-13 15:34:10

    목사골님
    숨결님
    별님 그리고 아리님...
    기다립니다.
    그 세월을...긴 시간을 말이죠
     

    • 으아리 2007-02-13 13:04:12

      참 무던한 것이 세월입니다,
      그 당시 선택의 순간은 고통스럽고
      그 결과 또한 실망스러운 것이어도
      결코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것이 세월의 힘인 것 같습니다.
       

      • 노래하는별 2007-02-12 10:27:21

        건망증이 피부로 느껴질만큼 심해지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나네요
        어쩌면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라고 하더만
        어쩜 그렇게 닮아가는게 많은지..
        제가 놀려대며 깔깔거리던 엄마모습이 제게 발견되는게
        많아지네요 저도 이제 40대거든요 ㅎㅎㅎ
         

        • 숨결 2007-02-12 09:36:22

          좀만 더 키우시면...
          아이들이 부모를 키우게 될것, ㅎㅎ

          요즘 저흰 땡잡고 있습니다.
          아침은 큰딸 선영, 점심은 성우, 저녁은 둘째 성은..
          청소는 각방 1개씩
          저녁 5시반에 영어암기 시험, 9시에 방청소 검사 등등..

          아이들을 먼곳으로 보내기 앞서
          강훈에 들어간 거죠.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해나가네요.

          셋나면 팔자고칠만하니
          넷이니 마마님은 더욱 좋겠네요. ㅋㅋㅋ
           

          • 목사골 2007-02-12 00:11:17

            재형이가 보물단지 입니다.
            재형이가 있어서 즐거움도 더하고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든든한 딸들이 엄마에게
            큰 힘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어려울때 힘이 되어줄 든든한 아이들 부러워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힘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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