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친정이란 이름
경빈마마 2007-03-01 00:16:29 | 조회: 7623





싱크대 위에서 음식을 조물거리시는 것 보다
바닥에 옹크리고 앉아 일하시는게 편하신가 봅니다.
홍어회 한 접시 무쳐 주신다고 굽은 허리 더 낮추시네요.

살아 계실 때 얼굴 한 번 더 뵙는게 도리며
적어도 사람 살아가는 구실은 하고 사는 것이다 ~ 생각하고
아이들 봄 방학 시간을 빌어 친정을 다녀왔습니다.

이렇게라도 마음 먹고 실천할 수 있는
지금 상황에 감사도 드립니다.

무엇보다 두 분이 너무 힘들고 외롭고 지쳐 계실때
다녀 와야지 싶었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컸을때 그 어린 기억속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얼굴이라도 생각나게 해야 되지는 않겠나?
하는 생각도 있었기에
작년 부터 맘먹고 실천하고 있는 일 중의 하나가
아이들 데리고 친정 다녀오는 거랍니다.

그래 봐야 1박 2일 이지만요.

아이들이 앞으로 기~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래로 위로 치우침이 없이 두루 보살필 줄 아는
힘들이 이런데에서 나오길 바래어 봅니다.

집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을 보고
가끔 가는 외갓집에서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리라 봅니다.

어떤 말로 딱 뿌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가슴으로 느끼고 받아 드리길 바랍니다.

몇 시간 이상을 힘들게 가서
달랑 밥 두 세 끼 먹고
또 다시 몇 시간에 걸쳐 집으로 돌아오는게 전부이지만
함께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 하고 사는 모습 보면서
다 늙으신 나이에 서로 흉보시는 모습도 보면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삶의 지혜를 배우리라 믿습니다.

괴팍한 외할아버지 모습
삶에 지치고 힘드신 외할머니 모습
아이들 머릿속에 과연
어떤 생각으로 자리 잡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외갓집 하면
이러고~ 저러고~
저네들 끼리 이야깃 거리가 있을꺼라 생각되네요.

그게 좋은 이야깃 거리가 아닐지라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다 그 나름대로 살아가는 모습이니까요.

우리가 사는 모습을 다 어찌 표현하고 말할 수 있나요?
생김새가 다 다르듯
사람 사는 모습도 살아가는 이야기도
그 상황에 여건에 따라 다 다르다는 것이지요~

친정이라고 늘 편한것은 아니죠.
친정이라고 늘 가고 싶은 곳은 아니죠.

내가 찿아보고
가 뵐 수 있는 친정이 있고
그래도 낑낑대고 내려가서 뵙고 올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둘 때도 있습니다.

늘 뭔가 문제가 있고
늘 아픔이 있고
늘 상처가 있고
엄마가 원하는 자식들 모습이 하나도 안그려 질 때
그 깊은 한숨을 듣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전화기 들었다 내려놨다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요~
이런 말 저런 말 듣기 싫을때도 있으니까요~

친정 아버지가 올해 81살.
우리 시아버님 마냥 왼팔에 마비가 오시고 계시네요.
뇌졸증은 아닌것 같은데 하여간 맘이 복잡하네요.

친정 아버지까지 누워 계심 안되거든요~

우리 시아버님은 10년 세월을 누워 계시다 보니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나 부다~ 하고 체념하셔서 그런지
어느 정도 당신 삶에 나름대로 잘 적응을 하십니다.
이것도 감사할 뿐입니다.

친정 아버지는 당신 성질 못이겨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답답할 뿐입니다.
아버지가 힘들수록 엄마가 힘들어 지니까요~

세상의 남편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남편님들)
제발 부인들 애간장좀 그만 녹였으면 좋겠어요.
(그냥 헛소리 해봅니다. 답답해서리....)

친정이 항상 따뜻하고 포근하고 편안한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제 경우에는 말이죠.

가끔 불평을 늘어 놓습니다.
친정가도 주방으로 쪼르르르 달려가야 하는 제 입장을 말이죠.

늘 시장에서 일하시는 어머니시기에
75세 구부정 허리 굽으신 노인이 된
어머니 밥상을 제가 어찌 받나요?

젊었을때는 정신없이 일하시느라 주방에 계실 시간이 없으시더니
지금은 몸이 안따라 주니 주방에 못 계십니다.
그냥 달가닥 달가닥 밥해서 드시는 것도 다행이다 싶습니다.

친정이란 이름이
조금은 편안한 이름이였으면..

찬 바람이 덜 불어주는
이름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2007-03-01 00:16:29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6
  • 기운쎈 아줌 2007-03-02 17:17:57

    작은 딸 아이가 어느날 "엄마 나 그 할머니네 가기 싫어.그 아저씨 무서워"하더군요. 그 할머니는 알고 보니 외할머니였습니다. 어쩌다 가는 친정집! 외할머니의 존재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안 해 줬더니....이렇게 부르더군요. 그 아저씨는 외삼촌! 시골서 온 까만 조카가 귀여워 "까마귀 까마귀하고 부르는 것이 싫었나 봅니다.  

    • 숨결 2007-03-02 14:10:41

      요즘 남자들
      부인들 애간장 안녹여요~
      요즘은 남자들이 철없는 아내들 땜에 속섞는 시댄디..

      그 세상 남자들은 따로 있는 갑니다 ㅋㅋ

      제 댓글을 못읽으셨나봐요.
      몇시간이니 전라도 광주에 다녀가셨었나봐요.
      울집이 거기서 2시간내에 있는데..
      한번 따님들과 마마님 보고싶었습니다.
      다음 기회가 있겠죠.
       

      • 노래하는별 2007-03-02 10:10:37

        부모의 그늘이란것이 한없이 포근하지만은 않다는걸
        나이가 들어가면서 알게되고
        때로는 이런것이 애증이란 것일까 서로 힘들게하기도하고
        마마님 말씀처럼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에
        마음의 그늘이 더 드리워질때도 있고...

        부모님처럼 살지않고 더 멋진 날들을 보낼 수 있으리라
        호기어린 자신감에 떵떵거렸어도
        나이들며 삶이란 이름아래 살아가는 개인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것을 배우며 부모님의 삶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것 같습니다

        제 부모님 연세도 그래요 마마님 부모님보다 1살 아래시네요
        2남 1녀를 두셨는데 저희 부모님 가슴에도 굴곡이 많답니다
        장성한 자식들 때문에 아직도 한숨지을실때가 많지요...
         

        • 꽃마리 2007-03-02 09:30:10

          마마님!!
          세상 삶이 그런것 갔어요
          마마님 힘내셨요...
          화이팅!!~~
           

          • 풋내기 2007-03-02 09:23:33

            부모는 자식 손자 얼굴 한번 더보는것이 삶의 즐거움 입니다 마마님 후일 손자보시고 나면 알것입니다 자식과 손자는 보고또봐도 보고싶은것이 나이드신 부모님의 생각입니다 생활에 바쁘시드레도 두분이 자주찾아뵈오시면 부모님이 좋아 하실것입니다 가식없이 삶 그자체를 표현하시는 마마님 500평 이루어 지기를 기도합니다  

            • 배꽃뜰 2007-03-01 12:14:29

              부모를 잃어 보아야 철이 든다고 하던군요.

              안타까운 모습의 부모님이라도
              힘겹게 찾을 수 있을 때와
              전화기 아무리 두들겨도
              목소리 조차 들을 수 없을 때.
              눈앞에 세상이 다르다 하던군요.

              조촐하게 사시는 친정부모님 뵙고
              아이들 기억에 남기고 왔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 아닌지요.

              행복한 날들 되세요.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367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3529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7955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4521
              5456 건강한 먹거리 와 제주 미래농업을 생각하는 연찬회 (1) - 2007-04-25 7653
              5455 마음을 건드리는 노래들... (3) - 2007-04-25 8087
              5454 3대가 살고 있는집 가위 (7) - 2007-04-25 8521
              5453 [초대합니다]농장동물복지포럼 - 동물복지와 축산물 안정성의 관계 2007-04-24 7157
              5452 여수 영취산 진달래 꽃 (4) - 2007-04-24 8666
              5451 주말 걷기 대회를 나갔는데요 (3) - 2007-04-23 7160
              5450 복사꽃 피는 사월에... (3) - 2007-04-23 8126
              5449 이해하고, 덮고, 가려주고 (7) - 2007-04-23 7176
              5448 연해주의 봄소식 (4) 2007-04-22 7084
              5447 유기농 벼농사와 자운영 (3) 2007-04-20 7204
              5446 나가 오늘헌일... (7) 2007-04-20 7261
              5445 천국에 와있는 느낌 입니다. ^^* (6) - 2007-04-20 7169
              5444 요즘 연을 심고 있습니다. (6) - 2007-04-20 7389
              5443 '체험마을 꾸미기' 말고 '생활마을 꾸리기'를 (2) 2007-04-20 7817
              5442 중년이기에 가질 수 없었던 너 - 2007-04-20 8016
              5441 양심없는 까치 못봤나요? (5) 2007-04-19 7305
              5440 함께 나누고 싶은 책본 이야기 레이첼 카슨의 "봄의 침묵"을 읽고 (4) - 2007-04-19 7276
              5439 4/28일 지리산 정령치~바래봉 산행 갑니다 (7) - 2007-04-19 8325
              5438 귀농시점에서의 귀인의 만남 (5) - 2007-04-19 7977
              5437 아내에 대한 배려 (3) - 2007-04-19 7906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