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머님 모시고 치과를 다녀왔다.
몇 년 전 7남매가 어렵게 어렵게 해드린 틀니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어디던 아프면 모든게 더 많이 불편하다.
남편보고 가랬더니 이런 저런 일을 해야하니 나보고 가란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다가 가기로 했다.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어머님이 그런다.
"아범하고 가는 것 보다 너랑 가는게 시원하긴 하다~."
(남편이 이 글 봐도 어쩔 수 없다.)
시원하다...
말없음표 아들보다
입에서 나오는 말이 틀리건 맞건간에
옆에서 조잘조잘 거려주는 며느리가 편하시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하면 될거 같다.
그러며 한 말씀 더하신다.
"교통요금 나오는거 모아놓은 통장있는데 그 돈으로 하면 될 것이다~.
이번에는 치료하는 것이니 많이 안들것이다~."
혹여~복잡하고 힘든 마음일까 며느리 속마음을 얼른 막아 놓으신다.
어머님 죄송해요~
살면서 서운한 점 어디 없겠나?
살면서 어머님 내게 서운한 점 없겠나?
그런데도 내게 어머님은 마음을 기대이신다.
가끔은 내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당신에게 조금은 어려운 장남이랑
같이 사는 여자가 토닥 토닥 살면서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는 어머님이시다.
알았어요~ 어머님 ~
부족하지만 제가 지켜 드릴께요.
묘한 느낌으로 하루를 보낸거 같다.
뭐라 딱히 말하기 어려운
조금 복잡하기도 한 뭐 그런....
울 어머님 잔잔하게 웃고 계시는 모습이 대왕대비마마 같다.(그래서 내가 경빈마마가 되었나 ㅋㅋ)
세월을 잘 만났으면 더 아름다우셨을 어머님이다.
제일 첫 번째 월요일 손님으로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몇 번 와 봤던 곳이지만 늘 느끼는 것은
참 편안하고 깨끗하다~ 라는 것이다.
보험카드 접수하고 어머님의 이 상태를 이야기 하고 잠시 기다린다.
문뜩 가방 안에 카메라가 생각나서 여기 저기 담아본다.
그리고 간호사 언니와 울 어머님 모습까지.
고생한 흔적에 비해 참 고우신 어머님이다.
이 부분은 정말 인정한다.
아마도 어차피 살아야 하는 인생
이런 저런 일도
그냥 그런갑다~~할수 없지~ 어쩌겠냐~세상이 그런걸~
그러시며 순하게 인정하고 받아드린
삶을 살아오셔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미워하는 것도 습관이 되어야 미원한다.
원망하는 것도 습관이 되어야 원망한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에 서툰 어머님.
아마 나도 조금씩 그 서툼을 닮아가나 보다.
길게 미워하고
길게 원망하질 못한다.
부부싸움 하고도
오랜동안 말 안해보고 싶지만
그게 안된다.
가끔은 소원이다.
삐져서 일 주일 이상 말 좀 안해보고 사는것!
난 여태 그걸 못해봐서 억울하다!
그래서 다른 이들보다 사는게 더디고 무딘지 모르겠다.
바라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말이다.
이것도 어쩔수 없다.
많은 이들이 내게도 그랬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었음에도 밝은 표정이라
하나 어려움 모르는 사람 같다고...
이것도 어머님과 내가 닮았나?
원장님께 치료 받으시고 나서
간호사 언니들이 나를 부른다.
"따님 들어오세요~ 어쩌고 저쩌고~!"
혈압이 너무 높아 이 치료가 불가능 하단다.
몇 일동안 내과에서 준 약을 먹고 혈압을 낮추고 치료하잔다.
간호사 언니들이
따님~~ 따님~하고 몇 번을 불렀는데
나를 그 말을 얼른 알아 듣질 못했다.
너무도 당연히 따님 따님 이라고 불렀으니 내가 아닌줄 알았다.
왜 나는 며느리라고 생각하고 의자에 앉아 있었으니까...
어디 한 두 번 들었던가?
사람들은 어머니와 나 사이를 이젠 의례히 딸과 친정 엄만갑다~~ 한다.
이런 저런 일들을 한데 겪고 사는 사람들은 몸짓 눈짓 언어까지 닮아가나 보다~
그냥 같은 느낌으로 그렇게 물들어 가나 보다.
어머님이 그랬다.
"너랑 나랑 닮았다는게 어디 한 두번이냐 옛날에 장에서도 그랬잖냐?."
"어머님 저 살 빼야 되요. 얼굴이 똥그래서 그런가봐요~에이~."
"야 봐라~ 애미~ 너 살 안쪘을때도 나 닮았다고 친정엄마 아니냐고 안하더냐?"
결혼해서 시댁 동네 장이 서는 날 어머님이랑 첫 나들이때에도
내가 막내 시누인 줄 알고 시댁 집안 아저씨가
"야~ **이 너 많이 컸구나~." 해서 눈이 또옹그래 지지 않았던가?
같은 느낌으로 사는 사람들은 모습도 닮아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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