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결혼 기념일 내게만 있는 줄 알았다.
경빈마마 2007-04-10 22:15:32 | 조회: 7453



이른 아침에 만난 텃밭 친구


이번 주 토요일은 남편과 내가 결혼한지 20 주년이 되는 날이다.
많은 가난한 이야기들을 안고 둘이 하나가 되기까지
말하지 못할 아픔과 설움 인내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친정어머니는 암 말 없이 더 잘해주려 하시고
지금은 남편과 나를 더 미더워 하신다.
그래도 이런 저런 일 겪으면서 아이 넷 낳고 알콩 달콩 살아주니 고마우신 갑다.
더 이상 이러고 저러고 말씀 안하신걸 보니.

서운함을 가지자면 하면 한도 끝도 없이 커진다.
그래서 되도록 서운함이 작아지게 하려 노력하며 살고 있다.
서운함을 작게 가지는 것도 노력을 해야 된다.

친정어머니란 이름.
친정이란 이름.
여자로서 그 당시 세월을 이해를 해야 서운함이 덜한 이름일 때가 있다.
가끔은 그런다.

아픔을 줄줄줄 이야기 하자면
누구나 다 책 몇 권을 쓴단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책속의 주인공인 셈이다.

사는게 다 그런갑다.
요모양 저모양으로 스스로를 다듬으며 사는갑다.

서로 서로 뾰족하게 모만 나 있다면 어찌 살겠나?
서로 부댖기며 세상은 둥글게 돌아가는 갑다.
그러며 더 둥글어 지길 소망하며 우린
하루 하루 살아가는 갑다.


이 작은 물방울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얼마 전 일이다.
어머님과 일을 하다가

"어머니 이번 주 토요일 결혼기념일 20 주년이 되네요.
그래서 아범과 여기 저기 누구 누구네 이러 이러해서
인사도 할 겸 함께 다녀 오려구요~."

했더니

"그려~ 갈 수 있을 때 가야지. 아버지좀 봐라 저렇게 누워 있으니 꼼짝도 못하잖냐."

친정 식구라곤 대구에 계신 이모님 딱 한 분인데
아버지 걸어 다니실 땐 1년 이던 2년 이던 한 번은 내려가서 보고도 오셨건만
아버님 누워 계신지 10년이 넘다 보니 그나마 당신 고향 한 번 못 가시고
친정 식구 한 번 보러 못 가신 것이다.

아...그래~ 맞다.
어머니 에게도 친정이 있었지...

그러며 다시 물었다. (아마 언뜻 생각이 나서 그랬던 거 같다.)

"어머니는 올해 결혼 기념일이 몇주 년 되세요?"
"나~올해 60 주년이지~."

헉~ 60 주년.
딱 내 결혼 기념일 세 배 되는 해이다.

결혼은 언제 하셨느냐 했더니 11월에 하셨단다.


어머니도 이런 꽃다운 나이가 있었겠지...

형빈이 보다 두 살 어린 15세 나이에 시집을 오셨는데
옛날 어르신들이 말하는 달걸이도 안하는 나이에 오셨단다.
말도 안돼!

시집오니 세 살 위의 아버님이 그리 작더란다.

가끔 서운하면 어머님은 아버님에게
"내가 시집와서 당신 키우며 살았는데~그거 아냐고~." 한단다.

그 말씀을 하시는 어머님 모습이 순간 흥분되어 보였다.
지난 60년 세월을 떠올리니 아마도 설움이 일었을게다.

나이 들었다고 친정이 없는 것도 아닌것을.
몸이 늙었다 하여 여자가 아님이 아닌것을.
너무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어머니 우리 둘이 여행갈까요?'
"여행?"

ㅎㅎㅎ내가 말해 놓고도 어이가 없어 웃었다.
어머님도 기가 막혀 웃으신다.
가당치 않은 엉뚱한 말이기에.

그래도 그 말이 싫지는 않은 듯
두 볼이 발그레하니 상기되는 걸 보았다.

아버님 쓰러지고 이런거 저런거
꿈도 안꾸고 포기하고 사시던 분이라~
여행이란 말이 새삼스럽지만 어머니를 설레게 한 말임엔 분명한거 같았다.

여행은 힘들겠지만
올 한 해가 가기 전에 어머님과 둘이서 외식이라도 할까보다.



결혼 기념일 내게만 있는게 아니였다.
우리 어머님에게도 결혼 기념일이 있었던 거다.

나는 20주년
어머니는 60주년 이렇게 말이다.






흐르는 곡
Bilitis(빌리티스) - 남택상 .




- 마마님청국장 -
2007-04-10 22:15:32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6
  • 으아리 2007-04-13 12:31:51

    서로 사랑하며, 의지하며
    그렇게 20년, 60년 살아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 시냇물 2007-04-12 11:46:24

      마마님의 꼬리글은 첨 달아보네요

      그러게요
      잠시 눈앞이 흐려집니다

      올해 팔순이 되신 울시어머니
      시어버님 먼저 보낸지 17년째임에도
      아직도 외로움을 느끼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마마님 저도 5월 18일이면 20주년이네요
      (읔~ 말하고 보니 벌써 그렇게...)
       

      • 노래하는별 2007-04-12 09:24:11

        '부모'라는 이름의 모습이 당신들의 다양한 모습중에
        한부분이라는걸 자식들은 잊어버리죠
        당신들도 좋고 싫음이 있고 즐거우면 웃고 때로는
        어린이같은 모습이 있다는걸 잊어버리고 사네요...
        20년을 지나 결혼기념일을 맞이하면 어떤 느낌일까요
        좋은날 보내세요 ^^
         

        • 경빈마마 2007-04-12 09:13:34

          네에 마리님 감사합니다.
          마리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야 합니다.

          도향님 그러게 나만 생각하다 보니
          그렇더라구요.

          생각을 달리 가지고 바라보는 어머니 모습
          참 가엾습니다.
           

          • 도향 2007-04-11 23:59:20

            그렇군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많더라도 여자는 여자이고 결혼은 결혼 이니까요. 어쩜 어머님 시대에는 그런 것 챙겨 볼 생각도 못 하셨을지도 모르죠.아이들이 모르고 넘어가면 서운 할 때도 있더군요.내가 먼저 챙기지만 나도 모르게 지날때가 있어요. 바뿌다 보면....  

            • 꽃마리 2007-04-11 09:25:18

              마마님 행복 하세요..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되시구요.^^*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361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3495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7924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4469
              5611 초등학교 입학 50주년 기념 동창회 (3) - 2007-06-25 8486
              5610 지리산 대성골 산행 사진 (5) - 2007-06-24 7721
              5609 자재는 성의있게!! (3) - 2007-06-23 7315
              5608 귀농, 전원생활... 그 꿈은 이루어진다 (3) - 2007-06-23 7974
              5607 창포 (10) 2007-06-22 7157
              5606 거리에 비내리듯 (3) - 2007-06-22 7301
              5605 손톱만한 개구리 (3) 2007-06-22 8192
              5604 천연 모기약 만들기 (3) - 2007-06-22 8443
              5603 실미원에 연꽃이 피고 있습니다. (5) - 2007-06-22 7526
              5602 배열매 솎기를 마치고 (3) - 2007-06-21 7256
              5601 장마 준비 2007-06-21 6569
              5600 제충국 자료 - 2007-06-21 6988
              5599 일산이라 볼 수 있는 풍경들... (1) - 2007-06-21 7471
              5598 sbs에 확실히 나온다네요. (4) - 2007-06-20 7513
              5597 노래하는 분수 (1) - 2007-06-20 10180
              5596 노랑할미새(?)의 부화... (1) - 2007-06-20 7264
              5595 노랑할미새(?)의 부화... - 2007-06-29 7980
              5594 저에게도 - 2007-06-20 8658
              5593 야가 뭐더라...????? (3) 2007-06-19 8260
              5592 오늘 금산엘 댕기왔네요. (1) 2007-06-19 7714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