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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없는남자랑사는이야기14] 폭력-유리창 폭사 사건
평화은어 2007-04-26 00:05:02 | 조회: 7919
저의 요상한 글쓰기 버릇 중 하나가 인터넷에 바로 쓰기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그냥 술술 편안하게 풀리지 않고 원래 쓰던 버릇대로 너무 진중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그 글쓰기 습관을 버리지 않았는데...
아뿔싸!
13번째 이야기는 좌파남편 우파아내 라는 글이었는데요.
남편과 제가 얼마나 다른 환경에서 살았는지를 통렬히 보여주는, 저는 앞으로도 그냥 건강한 보수로 살겠다, 아니 右고 左고 없다. 가치관 달라도 살고 성격 달라도 산다. 뭐 그런 이야기 우왕좌왕 써놓고는 글쓰기 버튼 누르니 너무 시간이 흐른 탓인지 로그아웃이 되어서 바로 사라지더군요.
새벽세시... 아악~ 하는 제 비명에 일어난 서방 왈
“ 내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줄 알았다...”
그래도 저는 굳굳이 인터넷에 씁니다.

이번 제목은 좀 심상치 않지요...
봄, 봄바람, 봄꽃, 아지랑이, 미치다...
봄에는 무언가 사람을 홀리는 기운 같은 게 느껴지 않습니까
봄 탄다. 그런 말 어른들이 하지요...
봄이면 괜히 싱숭생숭 해지는 거. 살도 내리고 기운도 없고...

근데 저는 봄보다 가을을 특히 더 탑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 어쩌구 하는데 가을이면 저는 그동안 쓰지 못한 에너지를 일시에 다 비우려는 듯 미친 듯이 무언가를 쓰기도 하고 어디론가 마냥 떠나려고 훌쩍 집을 나서기도 합니다.

근데요... 요 몇 년 그러지를 못했어요.
가을마다 평화대회다 뭐다 행사로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홀로 여행을 간다든지, 무언가 불시에 하는 일을 해보지 못하고 삼년을 보냈지요...
그래서 일까요
이번 봄은 유난히 싱숭생숭 합니다.

그러다 제가 얼마전 사고 하나 쳤습니다.
이시인은 2박3일 여정으로 집을 비웠고 저는 모처럼 책 한권 집어 들고 읽다가 낼모레 세미나가 있어서 원고도 들여다보고 무언가 이제는 좀 써야 하지 않나 폼도 잡다가 그만 울적해져 버린 겁니다.
머릿속이 딱딱하게 굳어있고 감성도 전 같지 않고 표현력도 부족하고 더구나 사물을 주의 깊게 보는 시각이나 사고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제 자신 앞에 무기력이 스며들더군요. 무작정 지리산으로 내려오던 때의 역동성도 없고 제 자신을 바꿀 의지도 없고 한가지를 붙들고 끝장을 볼 지구력은 더더구나 없는 제 자신에 대한 분노가 혼자서 야금야금 술 한잔을 먹게 하는 겁니다.

근데 비겁하게 술 때문이었다고 하지 않을 래요.
물론 그 시간에 하소연하고 싶은 아내의 전화를 받지 않은 남편 때문이었다고도 하지 않을래요.
그리고 위에 말한 장황한 제 자신에 대한 변명도 아닌 것 같아요.

내 안의 폭력성이 발동한 거지요.
생명평화 운동이라는 말이 그날따라 참 버겁더군요.
실은 제가 제일 그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그 일을 하니...
저는 그저 일을 하는 사람일뿐이에요. 제 자신이 생명평화적인 사람이거나 생명평화운동을 하는 사람이 아닌 거지요. 저는 그 말의 의미를 가장 편하게 쉽게 말하기를 즐겼는데 그 말은 사람을 쉽게 편하게 해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날렸습니다.
뭘 날렸냐고요
거실에 있는 유리창에 비친 제 자신에게 한방!
답답한 거실 유리창에 또 한방!
투명한 듯 제 자신을 속이고 사람들을 속이는 것 같은 유리창 밖 세상을 향하여 한방!
처음에 사과를 던지고
나중에 찻잔을 던지고
그래도 꿈쩍 않는 유리창에 촛대를 날렸지요.

와장창! 챙!
우수수 떨어지는 유리창 파편들이 거실에 날리고 저는 끼득끼득 웃으며 방안으로 들어와서 남은 술 한잔을 털어 넣고 잠이 들었는데요.
잘 때의 마음은 참 시원하더군요.
아, 이래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두드려 부수기도 하고 팽개치기도 하고 그러나보다...

깊게 달게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상황이 전혀 시원하지 않더군요.
거실의 유리창은 너덜너덜 분명 다 깨어버렸으니 시원해야 하는데
그냥 눈앞이 아득해지데요...

게다가 제가 유리창을 깬 날은 토요일 새벽,
그날따라 저희 집에는 왜 그리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누군가가 잽싸게 남편에게 문자와 전화로 이 상황을 알리는 바람에 일요일에 온다던 남편,
BMW바이크를 몰고 휙 날아왔더군요...

저는 어디서부터 치워야 할지 몰라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쥐 죽은 듯 납작 엎드려 있는데
이번엔 남편의 폭력이 이어지는데요.
무지 야비한 액션,
선생님처럼 머리 통 꾹꾹 누르며 기가 차다는 듯
"또 도졌지 또 봄이지?”
“우쒸~ 차라리 한 대 쳐라, 뭐...” 하니
검지 손가락으로 이마 찌르며
“당신, 이젠 내가 다 소문 낼거야. 당신이 저지른 일...”
언젠가 제가 왜 당신은 나에 대한 글은 안 써 하고 물으니까,
이 양반 왈“너 내가 너에 대해 낱낱이 쓰면 너 매장 당한다” 이러더라고요.
“헉!”
그래서 제가 미리 고백합니다.

근데, 제가 마흔해 살면서 처음으로 이런 겁니다.
인생 마흔해 넘어서는데 뭐, 산골에서 이정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반성문 쓰겠다고 했지만 뭐, 사는 게 늘 잘 한 것도 있고 잘 하지 않는 것도 있고 그런 거 아닌가요

어느 가수 노래처럼
~ 자아~ 이제부터 접시를 깨자. 접시 깬다고 세상이 깨어지나...~
하지만 거실 유리창은 깨지 마세요...
생각보다 참 큽니다. 그리고 혼자 처리 잘 안됩니다.
게다가 가족들 및 주위가 다 알게 됩니다. 후처리가 쉽지 않습니다.
접시는 세상을 깨게 하지 않지만 거실 유리창은 주위 사람들을 깨게 합니다.

고백과 아울러 쬐끔 반성하고 나니 살짝 속이 후련합니다.

이 어려운 고백은 딱 하루만 웃지 않은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사죄의 의미로 *** 살인 사건 보여 주기로 했거든요. 낼은 둘이서 영화 보러 순천 가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화가 다 풀린 거 아니라고 협박(?)하는 남편과
좌충우돌 산중 생활, 지리산에서 돈 없는 남자랑 사는 이야기 열네번째 끝
2007-04-26 0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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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5
  • 으아리 2007-04-27 06:55:58

    생각 없이 휘두를 때까진 좋은데 정말 뒷갈망이 골치 아프죠. 그래도 속이 후련하다면, 가끔은...^^  

    • 정록지기 2007-04-26 14:47:07

      노래하는별님 감사합니다  

      • 노래하는별 2007-04-26 14:08:04

        제목 리스트 밑에 검색창이 있어요
        검색조건을 '이름'으로 놓으시고 평화은어 를 쳐서
        검색해 보세요 이분이 쓰신 글이 쫘악~ 다 뜹니다 ^^
         

        • 정록지기 2007-04-26 13:39:58

          이제까지 14편!
          혹.....?
          1편 부터 볼려면 어떻게 하면 볼수있어예.
          좀 알켜주시면 감사하시지요.
           

          • 노래하는별 2007-04-26 13:25:34

            항상 유쾌하고 명쾌하고 통쾌히 보이는 평화은어님도
            그런걸 느끼시는군요

            저도 종종 그래요 병이 도져요
            저만 끝없는 땅속으로 꺼져가는듯
            무기력하고 무능력하고 권태가 하늘을 찌르고
            그런 제자신을 대책없이 방치하고는 정체감에 우울해하고...

            그래도 전 머릿속에서 상상은 많이했어도
            실제로 유리창은 안깼어요 ㅎㅎㅎ
            참 독특하지만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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