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비오는날 감자꽃을 보며
하리 2007-05-16 16:31:39 | 조회: 8185

며칠전에 텃밭에 감자꽃이 폈더라구요.

아직은 드문드문 몇포기에만 펴 있지만

조금 지나면 밭에 하얀 무언가를 뿌려놓은듯 감자꽃들이 피어나겠지요.



꽃이 폈으니 굵은 감자를 캘 날이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에 또 기뻤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비맞은 감자꽃이에요.
우산을 쓰고 찍으니 제대로 안나왔네요.
사진 찍는 기술은 언제 늘려는지.. ^^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까 바람이 많이 불더니 감자줄기가 한쪽으로 누웠어요.
해가 나오면 다시 일어나려나요..



결혼하기전에 읽었던 시인데
외우진 못해도 감자꽃이 필때마다 "감자꽃 같은"
이라는 구절이 떠오르게 하더군요.



아줌마가 되기전엔 왜 이런 시들만 보면
뭔가 가슴이 터질것 같으면서 어디론가 뛰쳐 나가고 싶었는지.


결혼하고 아이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괜히 설겆이 하기싫고 청소 하기싫을때



'내가 이렇게 축 늘어진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한건 아닌데..'



하면서 결혼전의 치기어린 열정을 떠올리곤 합니다.


시골 아낙의 생활을 그런 열정을 가지고
실천하면서 살아야 할텐데요.



그래서 정말 결혼전에 꿈꿨던
소박한 자연속에서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야 할텐데 말이죠..






감자꽃 같은


북녘 그 너른
개마고원에 심어놓았다는
감자, 그 꽃 같은 눈이
철 지난 오늘 피었다
하얀 감자꽃 그 향내가
목숨 만큼 진하다
눈 덮인
저 줄기 하나 뽑을 때마다
주렁 주렁 매달려 나오는 게
경전에 쓰인 글귀 같다
소망으로 드린 기도 같다
굶주린 산하를
온통 먹여살릴 수확의 기쁨에
수전증처럼 손이 떨린다
감자꽃 활짝 피었으니
흰 쌀밥 같아서
햇빛의 무기로
다 타서 재가 되어버리기 전에
뼈만 남아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국경 너머 허기진 이웃에게
한 공기 가득 퍼 담아
조촐하게 식탁 차려주고 싶다
오늘 내린 눈이
저 덩굴 식물의 흰 꽃 같아서
감자 몇 포대 시장에 내다팔아
한 겨울 지낼 옷 해 입고
방 뜨듯하게 군불 땔 장작도 사고
배 고픈 세상에 가득
생명 같은 눈 나눠 주고 싶다



출처 : http://www.joungul.co.kr/poem/poem1/인생_50534.asp

2007-05-16 16:31:39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1
  • 행복배 2007-05-17 09:06:26

    비도 종류가 많지만 차분하게 내리는 비는 우리를 상념에 젖게 하지요.....
    비를 맞고 하염없이 걷다보면
    여기가 어딘가?
    나는 누구인가?
    ...........
    그 자리에서 온비 다맞고 있는 풀을 보면서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하리님!
    행복하시죠?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05777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60419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73300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01387
    229 글쓴이 deleted 로 나오는 님 컴퓨터 시계를 맞춰주세요. - 2007-09-01 6605
    228 빈지게 (5) - 2007-08-30 7302
    227 야채의 그림 (1) 2007-08-30 7397
    226 보성 율포 해수욕장에서 (2) - 2007-08-30 7518
    225 아버님 쪽파김치 잘 담궜어요 (9) - 2007-08-29 7386
    224 안타까운 과욕의 결과 (3) 2007-08-28 7546
    223 고구마 3개.. (5) 2007-08-26 7715
    222 교육신청문의 (2) - 2007-08-26 7395
    221 '천연농약 전문강좌', 9기 사진입니다^^ (5) - 2007-08-26 7918
    220 태양초 고추 말리기 (2) - 2007-08-26 7736
    219 경운기 사고로... (3) - 2007-08-24 7513
    218 현미경으로 토착미생물을 보다가 (4) - 2007-08-23 7548
    217 땡볕아래 생명의 숨소리가... (3) - 2007-08-23 7579
    216 황금배 따기 (5) - 2007-08-22 7519
    215 욕지도 천황산에서... (1) - 2007-08-21 10084
    214 층분리없고 변하지 않는 오일혼용살충제? (3) - 2007-08-20 7568
    213 특수작물을 사랑하는 모임.... 2007-08-20 9354
    212 울금과 하늘 (1) - 2007-08-19 7068
    211 땅콩 밭 (2) 2007-08-18 7499
    210 고흥에 외나로도를 다녀와서 (2) - 2007-08-18 7241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