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 미루와 자주 다툽니다.
내가 특별히 총애하기도 하지만 미루와 티격태격 다투면 그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미루는 동방신기라는 가수들에게 빠진지 벌써 몇년되었습니다.
딸애는 서울로 콘서트를 가고 그들의 CD를 구입하고 온 방안의 벽마다 브로마이드로 도배를 하더군요.
하여 질투심에 동방신기를 구박하곤 하는데 이일로 자주 다투는 거지요.
[10 minutes]
그러고 보니 미루만 욕할 게 아니라,
나도 가수 효리의 팬임을 자처한지 벌써 오래되었습니다.
그의 CD를 구입하고 그가 선전하는 술을 골라 사마셨던 기억,
그가 출연하는 심야 프로그램을 보다가 아내에게 눈총 받았던 기억,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에게 인디언식 별명을 붙여 주었다가 뒤지게 혼났었는데...
영화 "늑대와 춤을" 에서 케빈 코스트너의 이름이 그렇고
인디언들의 이름이 '주먹쥐고 일어서', 혹은 '머리에 이는 바람' 등 정말 신선하고 아름다운 이름이 많았습니다.
하여 난 효리의 가슴이 워낙에 섹시하므로, 더구나 얼굴도 이쁘므로
"가슴 큰 이쁜 사슴"이라고 불렀다가 하마터면 아내에게 맞아 죽을 뻔 했었습니다.
그때 종주먹을 불끈 쥔 아내는 "내 이름도 한번 지어봐" 날선 목소리로 치받길래
순간 생각난 이름이...
"다시 만나면 도망가"
그리곤 시내 어느 술집으로 줄행랑을 놓았습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곰곰 생각해 보니 영 쫓겨날 거 같다는 느낌에 핸드폰 문자로 수정해서 보내기를...
"다시 만나도 조강지처" 라고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새벽 4시부터 방제 작업하고 오후엔 예취기 둘러메고 풀을 깎았습니다.
엔간히 더워야 멀 하쥐!!
겨우 겨우 어찌 어찌 다 끝내고 거실 선풍기밑에 누워 수박 먹다보니 예전 생각에 웃음 지어봅니다.
더위 잘 견뎌내고 계시죠?
정읍 농부 미루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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