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 물려받아 사용한지 15년이 넘었다.
그러면 어머님 손에서 부터 20년이 넘도록 사용한 그릇일 것이다.
물려 받았기 보단 어머님이 쓰시던 그릇이라 그냥
자연스레 쓰다 보니 내손에 익은 살림이 되었단다.
버려야지~ 하고 마당에 내려놨다가
아니지~ 쭈글거리고 색이 바랬어도 얼마나 쓰기 편한데...
하면서 다시 주워오길 몇 차례...
사람도 정든 사람이 있듯
그릇도 손에 착착 감기는게 있단다.
국수 조금 삶았을때
시금치 두 어 단 데쳤을때
콩나물 조금 삶았을때
시래기 삶아 건질때
참 편하고 부담없이 쓰던 소쿠리이다.
이 작은 양은소쿠리에 담긴 어머님의 사연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사실 쉬이~버려지지도 않는다.
가끔 청승맞게 그런 생각도 나더란다.
별난 시 할머니...그러니까 어머님에겐 시어머님 이시다.
덕에 모진 고생하신 어머님 이시기에
한스런 세월도 많았건만 참 강하게 잘 이겨내오신 듯 하여 존경스럽다.
속이 답답하고 당신 힘들면 누워계신 아버님께 이러고 저러고 마음속 싫은소리를
내 뱉으셨다는데.
몇 일 전 어머님께 물었다.
"어머님 이제 이러고 저러고 화풀이 할 아버님 안계셔서 어째요?."
했더니
"이젠 안해야지~ 쯧~." 뭔가 아쉬운 듯한 여운이다.
"그럼 제게 말씀하세요~."
"왜 가만 있는 너에게 하냐?."
"그냥 이러고 저러고 말씀하시라고요~."
"내가 이래 뵈도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다~."
허걱...
그 만큼 마음 다스리는데 온 힘을 다 하셨단 말씀이다.
이야기 보따리 풀어내면 눈물 한 가득 이건만 다 이겨내신단다.
막연하지만 어머님이 조금은 답답하리라.
그래서 내 행동거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람관계도 고부관계도 가족관계도
어느 정도 노력은 해야 한다는 내 생각이다.
낮춤이고 배려이다.
살아보니 며느리가 가져야 할 십계명 첫째가 아닌가 싶더라.
당신도 여자인데 투정부리고 싶지 않겠나?
내가 미소가에게 막 투정 부리듯 말이지.
뭐~ 돌아오는 말이 좋지는 않을 지언정
내 가슴 답답함 하나는 덜지 않겠나?
투정부릴 상대가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해야 할 일이다.
며느리란 이름
시어머니란 이름
너무도 정확한 이 이름들이
때로는 거추장 스러울때가 있다.
그냥 같이 한 솥밥 먹고 사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동그라이 묻어버리고 싶다.
그리고 편하게 생각하고 싶다.
그래야 서로가 편하기 때문이다.
편하다~~하면 편한 언어와 행동들이 따라오고...
어렵다~~하면 어렵고 힘든 일들이 따라온다고 했다.
명심할 일이다.
무우밭이 어머님이다. 모르겠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친정어머님이 언젠가 택배 기사님편에 다 찌그러진 양은세수대야를 보내신 적이 있다.
택배 아저씨 왈..
"택배 하다 하다 이렇게 찌그러진 양은세숫대야에 택배 스티커 붙여 보내는 분 처음 봤어요~." 하며
건네 주시던 일이 있었다.
나도 웃고 우리 어머님도 웃고 마침 놀러왔던 교회 동생도 웃고 말았지만
왜 뒷 마음은 울컥 했는지...
살림은 햇살림 새살림도 좋지만
묵은 살림이 더 필요할 때가 많더라 하시던 어머니.
결혼 생활 20년 이런 저런 일 겪고 살아보니 그 말씀에 수긍이 가더라.
나는 그 누군가에게 묵은 사람이 되나?
또 내 옆에 묵은 사람이 얼마나 있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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