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세계의 식사로 읽는 우리 농업
미루사과 2007-12-17 00:10:09 | 조회: 7122


늘 그렇듯, 이맘때면 한해 농사가 마무리됩니다.


무성했던 지난 여름의 그 황홀한 사과밭은 이제 휘헝한 고즈넉만이 들판께를 넘나드는 바람과 함께 제철이 되었습니다.


사과를 가꾸는 농부는 대개 겨울이 더 바쁩니다.


그럼에도 다급하게 쫓기지 않으므로 일하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는데요,


얼마 전 타임(TIME)지에서 읽은 기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어느 현명한 기자가 전지구적인 식량의 문제를 몇 장의 사진에 표현함으로 깊은 공감을 갖게 했는데요,


특히 세계 4대 식량 작물(밀,쌀,옥수수,감자)은 전체 수요량의 단 1%가 부족하면 가격은 30%가 상승한다는 보고서도 나와 그 긴장감을 더하게 했지요.


만약 약간의 기상이변만으로 생산량이 3%만 줄어도 식량가격은 자그만치 100%가 뛴다는 뜻 아닙니까


이는 곧 식량은 무기가 되며 농업은 곧 국가의 안보라는 평범한, 그러나 늘 잊고 있는 냉엄한 현실입니다.



지금부터 보이는 그림들은 세계 각국의 일주일 분량의 식량을 모두 모아놓은 그림입니다.


먼저 일주일동안 500불을 씀으로 가장 많은 돈을 식량으로 지불한 독일을 보면



가공식품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만, 화학약품이 많이 들어간다는 가공육이 눈에 띄는군요.


신선과일을 많이 섭취하는데 반해 탄수화물을 만드는 곡물류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역시 매우 균형있고 신선한 식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음식 문화가 최고로 꼽히는 이태리는 260불을 쓰는데 그림을 보자면,




우선 밀을 원료로 한 빵이 주식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데, 신선 과일이 아주 많습니다.


유난히 눈에 띄는 건 생선이 모두 가공된 캔으로 되어 있군요.


또 색소가 첨가된 탄산음료도 많이 보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인 나라는 일본인데요,



자그마치 318불을 지불하는군요.


가공 식품은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부분 일차 포장만 한 아주 깨끗하고 신선한 생선과 곡류, 육류, 과일 등 균형잡힌 모습입니다.


그런가 하면 식문화조차 우리가 얼마나 서구인들에 대한 열등과 사대주의로 편협한지 보여주는 사진도 있습니다.




영국인데요,


돈은 일주일동안 264불을 지불하니 비싼 음식입니다만,


모두 가공된 음식들입니다.


불과 물과 손과 정성이 별로 필요 없을 듯 보이지 않습니까


다만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고 있습니다.




기름을 팔아 떼부자가 된 쿠웨이트는 225달러를 쓰는데 음식문화의 빈곤을 느끼게 하는 식량이 보입니다.


특히 식수가 아주 많이 보이는군요.


북중미에 있는 멕시코의 사진을 보며 난 20여년 전 한참 빠져들었던 종속이론이 생각났습니다.


당시엔 이런 종류의 서적을 읽으면 안기부나 최소한 경찰서 보안과에 잡혀가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읽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다 아시다시피 멕시코는 이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이미 미국에 예속되어 있습니다.




다른 부분은 언급해봤자 골치 아프고 혹은 이념적으로 논란이나 오해를 불러오므로 접어두고 음식을 가만 볼까요


우선 과일이 엄청나게 생산되는 곳이므로 신선 과일이 무척 많습니다.


다만 그에 못지않은 코카콜라며 기름에 튀긴 옥수수 후레이크, 가공 식용유와 전형적인 미국식 크래커, 야자유등이 미국의 주방을 그대로 옮긴 듯 보입니다.



지금까진 나름 잘사는 나라들을 봤는데요,


실은 나머지 사진들을 보며 제 생각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선 아시아의 빈국인 부탄의 일주일 식량입니다.



일가족이 자그마치 13명이나 되는 대가족인데 일주일 식비는 5달러입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음식은 그림 오른쪽에 보이는 큰 푸대자루인 듯 하군요.


아마도 쌀같은 원료곡일 겁니다.


육류로는 둥그렇게 말린 돼지고기 혹은 양고기 몇 개가 전부이구요,


유제품은 펫트병 하나가 전부입니다.


심각한 단백질 부족을 실감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에겐 굶주림의 한탄스러움이나 삶의 간난(艱難)에서 오는 피곤함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웃는 가장과 삶으로부터 편안해 보이는 노인, 장래의 두려움 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우리네 사는 목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웅변하는....


난 이 사진을 몇 번을 보고 또 보았는지 모릅니다.


집 한칸 장만하려 십년을 청약하였더니 열배로 뛰는 아파트,


죽어라 공부하고 경쟁하여 겨우 하급 관리직 혹은 간부가 되었더니 언제 잘릴지 모를 불안한 고용관계,


칼만 안들었지 날강도처럼 내주머니 돈을 뺏어가는 아이들 사교육비,


우리가 부탄보다는 더 잘 먹고 잘 사는 건 분명하나 과연 우리 삶이 저들보다 천박하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나요


마지막 사진입니다.




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인 채드라는 나라인데요,


나도 처음 들어 본 곳인데 일주일 식비가 1.5불이랍니다.


원료곡 몇되, 물 한병, 과일 몇 개가 이들의 일주일 양식입니다.


난 오늘 점심을 라면으로 때웠는데 그 사실이 이 글을 쓰며 이들에게 미안해집니다.


아프리카에 왜 농업은 절멸했을까요



불과 한세기전,


유럽의 노예사냥꾼들은 때맞춰 부는 바람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면 지금의 세네갈이나 토고의 해안에 도착하게 되었는데요,


이들은 당시 아프리카 지식인들이 주로 사는 해안가에서 흑인들을 납치하였습니다.


그들은 아프리카 농업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최고 지식인들이었는데 이때 납치된 아프리카인 대략 500만명이었다는군요.


그리고 이들을 유럽의 시장에서 판매하는 오죽하면 노예무역이라고 불렸고 때맞춰 부는 바람을 무역풍이라고 불렀겠습니까


당시 아프리카 총인구가 1500만명으로 추산되니 실로 엄청난 납치극이었습니다.


당연히 이 광분의 납치극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밀림 깊은 곳에 사는 상대적으로 미개한 부족이었을 겁니다.


이건 우리가 청소년 시절에 읽었던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에서 짐작한 겁니다.


그 소설의 주인공인 쿤타킨테가 만딩가 부족의 왕손이었는데 납치당한 이후로 자신이 전사였음을 주장하며 항거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 쿤타킨테의 고향이 우리와 월드컵에서 맞붙은 지금의 토고입니다.


난 아마 이 납치극이 아프리카의 농업을 절멸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농업의 미래는 어찌될까요


난 은근히 두려워집니다.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농촌경제연구원 원장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농업 정책을 기획하는 국책 연구원장의 입에서 서슴없이 수출액 대비 농업비중,


제조업 대비 농업 GDP, 농업 생산량 대비 농업인구를 줄줄 쏟아냅니다.


그리고 대부분 먹물 든 관리들의 마지막 마치는 말이 그렇듯 농업의 규모는 어쩔 수 없이 줄어들 것이고 그 희생의 책임은 국가가 없다라는 것입니다.


어이구~~!!


아무리 옳은 소리도 참 싸가지없게 한다 싶기도 하고, 저런 인간을 농촌경제연구원장으로 임명한 인사권자나 그 인사권자를 선출한 내 손가락이나 똑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 인사권자도 옳은 소리를 참으로 싸가지없게 하는 인물이지요.


그럼으로 이 땅의 진보를 절멸시키는 이중성의 보유자이고...


강연을 듣다보니 철책선에 바친 내 청춘과 꼬박꼬박 갖다 바친 내 세금과 억지스럽게 지키고 있는 시골살이가 싫증나더이다.



그럼에도 난 다시 부탄의 대가족 사진을 보며 희망은 농업이라고 다잡습니다.


그나마 이거라도 없으면 내 존재는 이유조차 없기에....



쓰고나니 너무 길군!!



정읍 농부 미루사과




2007-12-17 00:10:09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2
  • 하리 2007-12-17 12:18:05

    웅.. 역시나 먹는것은 중요한것입니다.

    여러나라의 식단중에서 부탄이 참 소박하니 좋아보이네요.
    사람들 모습도요..

    그다음엔 이태리. 역시나 과일과 야채 많은곳이 눈이 많이 갑니다.

    울집 일주일치 식량을 쌓아놓으면 쌀이랑 김치가 제일 수북할것 같아요. ^^*
     

    • 꽃마리 2007-12-17 11:19:48

      정말 우리가 살아가는 단한가지의 끈은 농업이라고
      저도 생각을 하지만....
      미루사과님 말씀과 과연 우리 농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 농민들의 굳은 의지만이 농촌을 더욱 더발전을 시킬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339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3433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7872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4394
      6136 추월산은 추월당하라고 있는 산인갑다.. (3) - 2008-03-24 7417
      6135 김근호(늘해랑)님께 무한한 감사를 올립니다. (2) - 2008-03-24 7531
      6134 목사골님이 포토에 올려주신 사진입니다. - 2008-03-24 10699
      6133 먹거리에 암 예방의 비결이 숨어 있다 - 2008-03-24 7258
      6132 둥글게 사는 사람 (1) - 2008-03-24 6702
      6131 화개장터 벚꽃축제 구경오시요.. (3) - 2008-03-23 7282
      6130 성큼 다가온 봄 (4) 2008-03-23 6658
      6129 봄이 점점 깊어갑니다. (2) 2008-03-23 8233
      6128 추월산이라.... (7) - 2008-03-23 6737
      6127 추월산 산행 사진 (5) - 2008-03-23 7226
      6126 어머나...... (3) - 2008-03-23 6496
      6125 천연농약 전문강좌가 입소문으로 퍼져나가다... (3) - 2008-03-21 7253
      6124 교육참가 - 2008-03-20 11259
      6123 황토유황합제 시연 장소입니다.(김근호님의 글) (3) - 2008-03-19 7711
      6122 자연을 꿈꾸는 팝여행 (1) - 2008-03-19 7118
      6121 딸래미가 너무 기분 좋아도 어려워요~ >_< (2) - 2008-03-18 7006
      6120 먼 훗날까지, 우리.... - 2008-03-18 6578
      6119 하얀민들레.. (1) - 2008-03-17 6949
      6118 이제는 만나고싶다... (1) - 2008-03-15 7785
      6117 꽃마리님을 위해 ㅎㅎㅎㅎㅎ (2) - 2008-03-15 11753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