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가뭄과 폭설로 생산이 줄어드는 데 반해,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으로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달러 약세로 갈 곳을 잃은 투기자본들이
'사재기'에 나섰다.
사람들은 대체로 농산물 위기라고 하면 유가가 폭등하는 오일쇼크 정도를 연상한다. 하지만 기름이 없어서 승용차를
운행하지 못하는 상황과, 식량이 없어서 굶어야 하는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감 강도에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주식(主食)인 쌀이
남아도니까 식량위기를 남의 집 불보듯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미국 옥수수 가격이 뛰면 미국 옥수수 사료를 먹는 한국 쇠고기의 가격이
뛴다. 주부들은 가족들이 좋아하는 쇠고기와 빵이 식탁에서 사라지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커진다.
벌써 미국의 식품업체들은 원료가격이 상승하자 미국 곡물의 해외수출을 제한하라고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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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는 사막에 농사를 짓기 위해 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시설을 건설 중이다. 하지만 유엔식량기구는 "1년에 2모작, 3모작하는 정도의 신기술을 개발해야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자원은 공장제품과 달리 공급을 늘리려면 수년씩 걸린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안정적 확보를 위해 입도선매와 같은 금융선물(先物) 기법을
쓴다.
새 정부가 '자원외교'를 하겠다며 총리의 역할을 재규정했다. 하지만 자원 문제는 외교관이 외국을 많이 돌아다닌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월스트리트맨들은 맨해튼에 앉아서 선진금융기법을 동원해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돈을 번다. 자원확보는 철저히 가격(價格)의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C씨는 "식량 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 금융은 여전히 이자놀이나 주식투자 수준"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