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살아 있어 고맙다.
늘푸른유성 2008-04-13 19:09:52 | 조회: 6848
금요일 아침 눈뜨자 생각 나는게 어미가 버리고 간 고양이
새끼 였습니다.
당장 밖에 나가 보고 싶었지만 장에 갈 준비를 하느라 잠시 미루었죠.
공판장에서 남편이 오고 밥을 먹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가 새끼 고양이 있는 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울 남편 저를 막습니다.
"왜요?"
"다 죽었어. 보면 속 아프니 가지마."
"다 죽었어 왜 죽었지?"
5마리가 밤새 죽었다는 겁니다.
갑자기 머리가 멍 해지는게 너무나 가슴이 아펐습니다.

장에 가서도 녀석들 생각에 짜쯩만 나고 얼굴이 펴지질 않았습니다.
태어난지 보름 정도 밖에 되질 않아서 어미가 곁에 있어야만 하는데
모든게 새끼들이 살기엔 힘겨운 환경 이었나 봅니다.

저녁에 남편과 아들이 물건 파는걸 도우러 왔습니다.
"새끼를 묻으러 갔더니 한마리가 살아있더라구. 우유를 먹였더니
먹지를 않네 녀석도 죽게 생겼어."
다 죽은 줄 았았는데 한마리라도 살아있다는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언니를 집에 태워다 주고 집에 오니 밤 11시가 되더군요.
얼른 고양이 한테 갔습니다.
몸이 얼음처럼 차갑고 목소리도 내질 못하더군요.
아마 곧 목숨이 떨어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울 남편 동물을 집으로 들이는걸 엄청 싫어 하는데 제가 그냥 녀석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욕실로 데리고 가서 따듯한 물로 녀석 항문을 자극했습니다.
졸졸졸 ...소변을 싸더군요.
그리고는 따뜻하게 녀석을 감싸고 우리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에 녀석을
놓았습니다.
울 남편, 곧 죽을 녀석을 집에 들인다고 싫은 소리를 하더군요.
준엽이가 신발 살때 가져온 종이 박스를 녀석 집으로 삼았습니다.
몸이 따뜻해 지니 녀석이 살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먹기 싫다는 녀석에게 강제로 먹였습니다.

토요일 아침 녀석의 소리가 거실에서 들리더군요.
"녀석 지난밤에 죽질 않았구나."

애견센타에서 고양이 우유를 한통 사왔습니다.
그리고 녀석의 항문을 자극해서 대변도 보게 했구요.
지금은 큰 소리를 내며 거실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름도 지어주었습니다.
오래살라고 장수라고 지어주었습니다.
녀석이 제 목소리를 알아듣고 있어요.
2008-04-13 19:09:52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시냇물 2008-04-18 15:04:58

    유성님 올만이죠?
    여전히 넘쳐나는 이야기에 한참을 머무릅니다

    저도 작년에
    어미잃은 고양이 새끼를 델구 왔다가 그만..
    울 꼬맹이들이 엄청 이뻐했거든요..
     

    • 늘푸른유성 2008-04-14 22:15:19

      하리님 잘 지내고 있지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린것은 다 이쁘지요?  

      • 하리 2008-04-14 10:11:53

        저도 원래 동물들 좋아했는데 아기 생기니깐 흐이미;;
        동물 쳐다볼 시간이 없더군요.

        그래도 유성님 좋은일 하셨네요. 쉽지 않으실건데..
        장수가 건강해져서 쥐 많이 잡는 고양이가 되길 바랄께요. ^^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30036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96940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97884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38644
        6337 고양이와 벌침 (2) - 2008-08-27 7837
        6336 채민아~ 바퀴는 징그러운 거란다.. -_-; (2) - 2008-08-25 6786
        6335 얘네들 모임..초고층 대봉감잎에서 (1) 2008-08-25 7402
        6334 중추절과 사과 익히기 (1) - 2008-08-22 7577
        6333 잡지<마을>삼백82호 : '오래된미래마을'을 찾습니다 2008-08-22 6996
        6332 햇빛 (2) - 2008-08-21 6889
        6331 자연을 꿈꾸는 추억의 팝스 - 2008-08-20 6841
        6330 서울여자 - 김수희 - 2008-08-19 6841
        6329 걸어서 하늘까지 - 장현철 (1) - 2008-08-19 6595
        6328 꿈길 - 은희 - 2008-08-19 6234
        6327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 - 이은하 - 2008-08-19 6370
        6326 동천네 농장 나눔 예고합니다.....^^* (3) - 2008-08-16 7663
        6325 충남 예산 박기활님 농장 견학 (1) - 2008-08-15 7355
        6324 핸드폰 바꿨답니다. 번호도 바뀌었구요. - 2008-08-13 6374
        6323 날이 가며 새록새록 더한 산야로 생각으로 (3) - 2008-08-13 7107
        6322 천연농약 전문강좌 신청요? (2) - 2008-08-12 7235
        6321 대형사고!!!나서... (10) - 2008-08-12 7208
        6320 신문지와 스타킹 활용법 (2) - 2008-08-12 11681
        6319 후원금의 실질적 쓰임새가 궁금합니다. (1) - 2008-08-11 6537
        6318 자연몰 디비 복구, 새로운 몰로 재탄생 준비!! - 2008-08-07 7163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