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비료의 국제 원재료값이 수요
증가에 힘입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이를 반영해 국내 비료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농협중앙회가 농가 부담 가중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나 최근 업계가 납품 중단까지 불사하는 등 반발이 커 값 인상을 더 이상 미루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산물값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마당에 각종 자재값과 함께 비료까지 급등한다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수입
원재료, 비료 원가의 63% 차지=요동치는 국제 원재료값을 반영해 국내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비료값 인상률은 비종에 따라 무려 60~100%에
이른다. 일부 업체는 지금도 원재료값 인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100% 이상을 주장하기도 한다. 문제는 업계의 이 같은 요구가 완전한 엄살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비료 원재료는 요소·암모니아·인광석·염화칼리·DAP·유황 등이다. 이 중 요소·인광석·염화칼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암모니아는 벙커시유나 납사를 이용해 제조하며, DAP는 인광석과 유황·암모니아를 원료로 제조하는데 남해화학과 동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가 수입해 쓰고 있다. 이 같은 수입 원료가 비료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3%나 돼 국제 원재료값 인상은 국내 화학비료
원가 상승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여기에다 최근 상승한 환율도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24%를 인상키로 결정한 당시와 비교해 요소는 64%, DAP는 155%, 인광석은 82%, 환율은 9%가 올라 평균 56%의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실제로 남해화학의 DAP 복합비료 수출값은 2007년 5월 1t당 350달러에서 2008년 5월 현재 1,380달러로 294%
상승했다.
◆양비 교환율은 10년 새 3분의 1로 줄어=화학비료를 둘러싼 이 같은 변화는 과거의 비료값과 비교해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국내 화학비료값은 1997년 IMF의 영향으로 1998년 큰폭으로 올랐으나 1999~2003년 5년 동안은 정부 보조에 힘입어
동결됐다. 이후 2004년 보조가 절반으로 줄면서 13.3%가 인상됐고, 2005년에는 보조가 완전히 폐지되면서 17.7%가 인상됐다. 이
후부터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2006년 9.8%, 2007년 6.5%가 각각 인상됐다. 그러나 최근 국제 원자재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지난해 말
24%나 급등한지 반년도 되지 않아 더욱 큰폭의 인상 압력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쌀 수매값은 오히려 2004년
정점을 그린 후 3년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농가들이 자재비는 느는데 수입은 줄어드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농협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쌀
80㎏(2등품)으로 살 수 있는 요소가 1996년 37포대였으나 2007년 15포대, 현재는 12포대로 양비 교환율이 크게 악화됐으며 조만간
비료값이 또 오를 경우 10포대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 점쳐진다.
◆정부·업계·농가가 함께 노력해야=이에 따라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비단 농가뿐 아니라 농협·비료업계 등 전방위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비료값 상승이 국제 곡물 부족에 따른 것으로, 일부 국가는
쌀 수출을 통제할 만큼 세계 식량 사정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어 정부가 2005년부터 폐지한 화학비료 보조금을 재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임병교 농협중앙회 비료팀장은 “세계적인 식량부족 상황이 5~6년 지속될 것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식량자급률 26%인 우리나라가 쌀만이라도 자급해서 다행”이라면서 “그러나 농업생산 기반이 더 이상 어려워지면 포기하는 농민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모든 작물에 필수 자재인 화학비료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 농업기반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퇴비 등 유기질비료 사용을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국내 화학비료 투입량이 농경지 필요량보다 인산은
125%, 질소는 113% 많으므로 적정 시비를 통해 과비되는 양만큼 절감하고, 대신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퇴비 사용을 늘린다면 농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비료업계가 좀 더 싼 원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지난해 남북 경협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던 북한 내 인광석 광산 개발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농가 부담이 급격히 늘 경우
공적자금으로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도록 정부 및 농협 차원에서 자조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선 기자
mys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