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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산야로님을 추억하며...
미루사과 2008-08-04 17:02:04 | 조회: 7033

환경농업에 뜻을 두고 실천한 지 4년째 됩니다.


아는 게 없다보니 참 열심히 배우러 다녔지요.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을 사귀게 되었는데요,


나와 한동네에서 농사를 짓는 산야로님이 그러합니다.


정읍 토박이로 평생을 여기서 살아오신 산야로님을 만난 건 자연농업을 통해서입니다.


전화로 목소리를 들은 건,


2005년 6월 무덥던 한낮입니다.


그리고 얼마후, 낡은 이스타나 승합차를 털털거리며 우리 과원에 찾아오셨지요.




<으아리님의 사진중에서>



굳이 떡과 매실 액기스를 들고 오신 첫인상이 환갑을 앞에 둔 나이임에도 거리낌없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산야로님의 직장은 정읍의 가장 큰 새마을 금고의 전무였는데 이젠 퇴직하였다고 말하는데, 함께 첫인사를 나눈 아내는 대뜸 알아보더군요.


그후 깊은 교류가 지속되며 나이차가 거의 조카뻘임에도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대하며 서로의 고민과 농사를 의논하였습니다.



난 한때 공직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었는데요,


산야로님은 참으로 열심히 도와주었습니다.


다만 실패로 돌아간 그 경험은 지금도 날 아프게 합니다.



산이라곤 집 근처 내장산에도 올라보지 못한 날 여기저기 참 많이도 끌고다녔더랬지요.


여행을 좋아하는 산야로님은 온갖 곳을 다 들쑤시고 다니다가 돌아올때는 늘 내집을 들러 "질좋은 유정란이 있길래..."라며 다만 계란 한판이라도 나눠주려 애쓰던 분이었습니다.




<으아리님의 사진 중에서>




지난 토요일,


가족과 함께 근처 산으로 피서를 갔습니다.


토요일 아침, 먹거리를 사러 시장에 갔다 돌아오는 중 신호대기하고 있는데 옆차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날 부릅니다.


"미루야, 어디가냐?"


산야로님이었지요.


더위에 지쳐 우리집에 놀러가는 중이라더군요.


난 사정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고 헤어졌는데...



오지 산속에선 휴대전화가 불통이 되었습니다.


이튿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서울에 계신 강물처럼님의 전화를 받고 난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뻔 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산야로님이 타계하신것 같다는...



산야로님은 평소 배움에 대한 갈증이 매우 컸던 분입니다.


쉰을 훨씬 넘겨 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예순을 두해 앞두고 최고 경영자과정을 이수한 후,


지금은 전북대 평생교육원 카운셀러과정을 공부하고 있었지요.


그 공부를 함께하는 교우들과 저녁 모임을 하고 돌아오던 중 마주오던 카니발 승합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현장에서 사망하셨습니다.


내가 처음 뵈던 날 함께 처음 봤던 그 이스타나를 타고 오다가... ... ... ...



향년 61세,


고 유영관 집사는 미처 죽음에 이르는 그 험난한 고통을 느낄새도 없이 비명에 세상을 등졌습니다.


평소 단한번도 시속 80km를 넘지 않는다는 산야로님은 어이없게도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등졌습니다.


상대의 차량은 카니발이었고 운전자는 30세의 젊은이로 6개월짜리 아들과 당연히 그만큼 젊은 아내와


산야로님보다도 더 젊은 아버지와 어머니 등 온가족 5명이 함께 탑승하였는데,


운전자와 아버지가 역시 사망하였고 운전자의 어머니와 며느리는 중태이며 6개월 된 아들이 중경상이라는군요.


난 다시 앞이 아득해지고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옵니다.



월요일 아침,


산야로님의 발인이 있었지요.


님의 선산은 우리동네의 뒷편에 있습니다.



허망하게도 엊그제 웃으며 헤어진 내 친구 산야로님은,


허연 봉분으로 남았습니다.



봉분 하나라니... ... ...


그리고 거짓말처럼 방금 태운 님의 옷자락에서 피어나는 연기 한줄기... ... ...



기가 턱 막힌 이 현실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산야로님이 날 이끌어 아버지 학교를 함께 다닌 어느 집사님이 내게 말합니다.


천국에 더 좋은 자리를 마련해 두심을 믿노라고...


물론 그러함을 나도 믿습니다.


그럼에도,


난 지금 산야로님이 그립습니다.


다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 토요일 우리집에 머물게 하고 절대 돌려보내지 않겠습니다.


난 지금 친구처럼 스스럼없던 유영관님이 사무칩니다.


그를 결코 잊을 수 없겠으나 할 수만 있다면 그와 다시 울금과 사과와 자연농업과 산과 들을 말하고 떠돌아다니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그러하길...


부디 그가 우리를 잊지 말기를...


하여 내가, 아니 우리가 그를 영원히 추억하길 바랍니다.



고이 잠드소서.



미루사과 최 인규 삼가 영전에 排





2008-08-04 1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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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들꽃향기 2008-08-12 12:02:32

    제가 어제 또 산야로님을 생각했더랬어요.
    종이 한장차이로 죽음이 쉽게 오는구나 싶더라구요.

    운전하기가 겁납니다.

    내가 잘해도 상대방이 밀고 들어오면 어쩔수가 없겠더라구요.
     

    • 하리 2008-08-05 09:47:37

      아직도 산야로님을 생각하면 실감이 잘 안나네요.
      세상 참 불공평하단 생각만 더 많이 들구요.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편히쉬고 계시는지..
       

      • 불량감자 2008-08-04 20:07:22

        미루사과님의 글을 읽어 가면서
        지난 짧은 시간속에서 그 분을 만났던 기억들이 하나 둘씩 지나가는군요.

        무척이나 다정다감한 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자연농업과 환경농업을 조금 늦게 시작한 나에게 항상 격려와 용기를 주시곤했었는데.... 이제는 그 말씀도 다시 듣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게 너무나 가슴이 아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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