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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날이 가며 새록새록 더한 산야로 생각으로
강물처럼 2008-08-13 00:24:22 | 조회: 7069
좋은 벗, 산야로를 보내며...

7월 27일 오전이었다.
갑자기 쏟아진 호우속에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강물처럼”인가요 네, 그렇습니다만...
유영관씨, “산야로”님을 아시죠
네, 친군데요. 왜 그렇시죠
산야로님이 어제밤 돌아가셨습니다.
네!! 뭐뭐 뭐요 산야로가 어떻다고요!

어제밤 교통사고로 그만...
갑자기 걸려온 전화는 누군지도
알 수없는 분의 침울한 목소리였다.

믿겨지지 않는 황당한 부음에
나는 한동안 멍한 채, 쏟아진 빗줄기만 바라보다가
정신을 채려 정읍의 미루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는 미루의 너무도 평범한 목소리에 나는 당황한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은, 아무리 오랜만의 통화라지만
그가 산야로의 죽음앞에 이처럼 태연할 수 없으리란 생각이
행여나(오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한다.

의례적 인사말도 않는 채, “산야로가 죽었다는데”...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는, 네!!! 뭐 뭐요?
그의 매우 당황스런 목소리에,
나는 그럴거야, 잘 못 전해졌을 것이다.란 기대감.
그 누구보담 먼저 알고 있을 처지의 미루이기에 말이다.
(미루님은 전화 사정으로 연락이 안 돼 모르고 있었다)

다시 통화하자며 황급히 전화를 끊는 미루,
궁금 초조하지만, 아니기를 바라면서...
나는 무작정 그의 전화만을 기다렸다.

그후 몇 시간이 지나서야 미루에게서 전화가 왔다.
산야로의 영안실인 호남 장례식장이란다.

기대는 아닌 채, 그의 설명인즉
어제 저녁(7월 26일) 전북대 평생교육원에서 모임을 마치고
귀가도중 가드레일을 치고 중앙선을 넘어온 차와 정면 충돌하여
산야로님은 현장에서 운명했다고 한다.
상대 운전자의 졸음 운전이 원인으로, 三代의 가족이 탄
상대차의 운전자도 죽고 중상자도 있는 아주 대형사고였단다.

행여나를 기대했던 산야로는 이제 우리 곁에 없다.
다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결코 믿기지 않는 채,
그는 우리 곁을 영 떠나버렸다. 이제 우리 어데서 어떻게 다시 만나랴.
잊을만하면 꼭 전화라도 해주곤 했던 산야로였는데,
이제 그의 모습, 목소리를 다시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니!

내가 산야로를 알고 지냄은 그리 오래지 않다.
4-5년전,(기억이 가물거린다)이었다.
우연히 알게된 자닮의 정모에 참석하였을 때이다.

아무런 인연도 지면도 없는 내가 어울리기엔 너무도 막연해
주저주저 어색해하는 나를 접근하여 감싸주며 계속해 곁에서
관심을 배풀어준 산야로였다.
그의 알뜰한 보살핌과 배려지덕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무사히 모임을 마칠 수 있었으며, 그 고마운 인연으로 지금까지
우리는 제법 끈끈하게 우정을 나누며 가깝게 지내고 있다.

작물을 수확하면 언제나 꼭 챙겨 쌀이며 고구마, 울금이며,
복분자를 보내 왔었고, 자닮 행사가 있을 때마다,
특히 등산때에는 꼭 전화를 하여 동참을 권해 주었다.
이 지경이고 보니, 그의 많은 권유에도 자리를 거의 함께 할 수 없었음이
새삼 그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스러움으로 더욱 안타깝고 통탄스럽다.

전화라도 먼저 할라치면 어느새 그의 전화가 결려 왔으며,
특별한 꺼리가 없으면 한 번 다녀가라며 치근데기도 했던 그였는데...
이제는 누가 나를 챙겨주랴 생각하니 산야로의 정이 더욱 절실하다.

산야로는 참 호인이었다. 그의 밝은 인상도 그렇지만, 항상
긍정적인 말과 행동으로 그가 곁에 있으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에겐 부정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 불가능도 그를 통하면
가능으로 바뀌고, 그에게는 언짢은 언행이란 애시당초 없다.

남의 어려움을 보지 못하며 기필코 도와주며 함께 해야만 한다.
지난 추월산행때에도 그는 몸이 불편해 자기는 산행을 못하면서도
새벽부터 달려와 나를 사오십 리 길 산입구까지 바래다준 그였다.
아! 받기만 하고 그 무엇 하나 돌려주지도 못한 채,
그는 영 떠나가 버렸으니... 아쉽고 섭섭하며 너무 허무허망하다.
도대채, 이제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
아무리 상대의 과실이라지만 믿겨지지가 않는다.
활짝 웃으며 여유롭게, 항상 서두름 없이 편하게 운전하던 그가
교통 사고사라니.. 어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어려운 일 일수록 쉬이 행하는 그였기에
죽엄마저도 이렇게 쉬이 맞을 수 있다며 훌쩍 떠나는 건가.
산야로여.
나는지금 당신의 죽음앞에 슬픔보다는 비탄과 비분이오.
사랑했던 우리를 두고 홀련히 가버린 당신에 대한 비탄이요
끝까지 지켜주어야 할 당신을 버린 하늘에 대한 비분이오.
할 말이 없구려.

당신의 죽엄 앞에서 뭐 할말이 있겠소. 오열 뿐!
명복을 빌며 비오. 멀리서 장례식장만 바라보며, 여강이.
2008-08-13 00: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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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동천 2008-08-16 16:40:04

    참 좋은 분이셨습니다..저에게도 울금을 나누어주셨는데...
    이 험한 세상 떠나 하늘나라에 가서 편히 쉴 것입니다...명복을 빕니다.
     

    • 하리 2008-08-13 09:38:49

      글을 보니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자연농업 기본연찬 교육에서 저와 동기였는데..
      그때 먼저 말을 거셔서 알게 되었죠.

      도시에서 귀농하신다며 참 부드러운 인상이셨죠.

      하느님이 왜그리 허망하게 데려가 버리시는지..
      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아마도 오래오래 자닮 가족들은 산야로님을 기억하겠지요.

      지금은 아름다운 어떤곳에서 텃밭 농사하면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강물처럼 2008-08-13 00:35:11

        산야로가 간지도 보름이 된다. 황당한 그의 운명 소식에 아연, 당장 달려가 보고 싶었지만 바쁜 행사중이라 장례도 불참인 채, 썼던 글. 그 후 연이어 가까운 벗(이청준)이 갔고,
        그리고 바쁜 여름 행사들로 지금까지... 모처럼 비오는 날 집에 있으려니 새록새록 산야로의 생각이 새삼스러워집니다. 문상도 못한 채, 자닮에 들르니 미루의 글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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