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딸 때가 되었습니다.
참 탐스럽게도 열렸거든요.
미시마 후지 5년생인데 색이 아주 곱게 잘 들었습니다.
내일부터 시작한다며 일 도와주실 아주머니들을 불렀습니다.
헌데,
이른 새벽부터 살풋 눈발이 날리더니 이렇게 쌓이더군요.
시린 발과 굳은 손가락을 녹이려 묵은 나뭇가지를 태우며 추운 새벽을 보내고 드디어 첫 수확이 시작됩니다.
아이고, 징허게 좋아부러!!
얼굴을 좀 찍자고 해도 안보여주는군요. ^__________________^
한해 수고로움을 보상받기에 빈 콘테이너를 나르는 제 발길이 날아가는 듯 합니다.
그런데 저녁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첫눈입니다.
정말 엄청나게 퍼부었는데요,
간밤, 이런저런 걱정으로 거의 날을 샜습니다.
이른 아침, 먼저 집 마당에 길을 내고 허연 눈을 뒤집어 쓴 자동차 지붕을 털어냅니다.
그러자 겨우 제 모습 드러내는 '미루네 거둠터' 로고와 미루사과 캐릭터.
차 지붕에 쌓인 눈 두께가 장난이 아닙니다.
트럭은 미끄러워 탈 엄두도 못내고 그나마 4륜 구동인 승용차로 과수원을 갑니다.
과원에 도착하니 내막이야 어찌됐든 풍경은 기가 막히도록 좋습니다.
어제 따놓은 사과를 우선 급한대로 반사필름을 덮어 보호했습니다.
아주머니가 쓰던 사다리도 눈을 뒤집어 썼군요.
이런 저런 사과나무의 모습입니다.
다행이 햇빛이 쨍하여 빠르게 눈이 녹습니다.
미처 떨어지지 못한 꽃사과(만추리안)의 색깔도 이쁘기만하고,
더구나 하늘빛이 너무나 아름다워 눈쌓인 사과나무와 함께 렌즈 가득히 채웁니다.
쌓인 눈만 눈이 부신게 아니라,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이 눈가를 찌릅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러 과원에 온 게 아니라....
어제, 자그마치 600콘테이너를 과원 바닥에 늘어놓았으니 걱정이 태산이었음에 과실의 품질이 염려스럽습니다.
정말 첫눈치곤 너무 많은 눈이 왔죠
조심스레 반사필름을 들춰보니,
다행이 쌔에한 찬기운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훈훈까지는 아니어도 온화한 지온이 콘테이너 안에서 느껴집니다.
품질에는 별 지장이 없을 듯 합니다.
아이고 살었네. 휘유~~~
재작년이던가,
그때도 갑작스레 폭설이 1미터도 넘게 쏟아지는 바람에 선별장과 액비실이 폭삭 주저앉았던 아픈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그땐 참 막막했는데...
다시 지은 선별장 입구까지 눈보라가 휘몰아친 탓에 입구에 걸어 두었던 루페에도 눈이 성기었습니다.
하여간 정읍은 너무 많은 눈이 온다니깐요.
정읍농부 미루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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