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집을 지으면서 중점적으로 고민했던 화두 중에 에너지문제가 있다. 내가 이 집에서 사는 생전에 언젠가는 분명히 오일피크(석유정점) 같은 에너지 위기 시대가 올것이고, 그런 외부적 위기 상황을 맞닿았을때 지금까지의 삶의 구조로는 아무런 대처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식량문제도 똑같은 맥락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너지를 거의 99% 외부로 부터 의존하며 살고 있다. 평상시에는 지금까지 그랬던것처럼 정해진 경제적 가치로 식량과 에너지를 바꾸며 살수있다. 쉽게 말해 정해진 돈만 주면 쌀이고 기름,전기를 쉽게 살수있단 얘기이다. 그러나 기상이변이나 오일피크같은 외부적 위기상황이 닥칠땐 99%의 의존률로는 돈으로도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식량과 에너지의 50%만 자급할수 있다면..." 이것이 요즘 나의 실질적인 삶의 화두이다. '50% 자급'의 의미는 예를들어... 내 자산이 500만원이 있고, 1,000만원의 부채를 갖고 사는 사람은 그럭저럭 버티며 살수있다. 그렇지만 내 자산이 0원이고 빚만 1,000만원을 갖고 있다면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 같은 것이다. 평소에 밥 한공기 먹다가 반공기만 먹어도 죽진않고 살수 있지만, 아예 못먹으면 굶어 죽는 것 같은 것이다. 그리고 미래현실에 대한 대처라는 '50%자급'의 의미를 떠나서도... 내가 먹고 사용하는 식량과 에너지를 스스로 만든다는 실존적 의미도 큰 의미이다.
식량이야 내가 농촌에서 사니 어느정도 해결점이 있고, 에너지문제가 고민이였는데, 이번 집을 지으면서 당장 현실의 문제로 다가왔다. 돌아보면 집을 설계할때는 에너지를 가급적 적게 쓸수 있는 작은 집을 지으려 생각했지만, 인간의 욕심이 끝도 없어서 결과적으로 이렇게 큰 집이 되어버려 죄스런 마음도 남아있다. 집의 규모는 이미 결과가 났으니 어쩔수없고, 그 다음 중요한것은 전기와 난방의 자급률을 높이는데 있다. 난방문제는 자재는 구해다놓고 아직 설치하지못한 태양열 난방쪽 이야기는 다음에 설치하면서 하기로 하고, 지금까지는 태양열 온수를 직접 설치를 했고, 태양광 발전을 어제 설치가 완료되었다.
먼저 태양열 온수를 설치하는데... 필요한 태양열온수 반재품과 자재를 사다가 직접 조립해서 설치했다. 우리집 창고 지붕위에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먼저 지붕위가 경사각도가 있고 남향위치가 아니니, 남향과 경사각도를 맞춰서 철재로 받침대를 용접했다. 설치는 평소에 에너지 자급에 관심이 많았던 김천의 운오형과 준태씨가 함께 도와주었다.
그리고 진공관과 물통을 고정할 다리를 조립하고 230리터 보온통을 올렸다.
이게 진공관인데 두겹의 유리관으로 되어있고 사이에 검은 집열필름이 붙어있다.
한셋트에 진공관 갯수는 32개가 꽂히고, 직접 진공관안에 물이 흐르는 수관형 방식이다. 진공관 안에서 뜨거워진 물은 자연대류작용으로 위의 보온통으로 올라가고 다시 찬물은 진공관으로 내려와서 다시 데펴지고... 그런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것이다. 처음 설치 해보는 것이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해보고 나니 원리가 이해되고 그러고보면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보온통 밑에 물의 온도를 체크해주는 센서와 흐린날 전기로 물을 데펴주는 히터기, 그리고 집안의 온수호스를 결속해주었다.
그 다음 온수선을 가장 두꺼운 보온재로 싸주었다.
그다음 집안의 온수호스와 찬물이 올라갈수 있게 결속시켜주었다. 신기하게도 한 호스로 뜨거운 물이 내려오고, 찬물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그 다음 콘트롤러에 위에 설치한 온도센서, 히터기선을 연결했다.
태양열로 데핀 따스한 물로 요즘 씻고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따스한 물을 볼때마다 이것이야말로 순전한 하늘의 은혜란 생각이 들었다. 태양이, 자연이 거저 주신 따스한 물... 감격이다...
태양광 발전... 올해 설치를 못할줄 알았는데 정말 우여곡절끝에 이틀전 결국 설치를 했다.
신청은 올해 봄부터 했는데... 마침 유가상승으로 인해 태양광 모듈(집광판)이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거기에 우리나라같은 경우는 태양광 사업으로 나같은 개인 가정집용으로는 배정을 받을수 없는 상황이여서 무조건 무기한 연기상태였었다. 우리집에 다녀간 업체만도 3군데, 전화통화는 열뎃군데... 그런데 소비자인 나는 계약서를 쓰자고 졸라도 이상하게 업체에서는 계속 미루고... 몇달동안 이 업체 저업체 수소문끝에 거의 포기상태였는데 겨우 배정을 받아서 설치를 할수 있었다.
개인 가정용 3kw급. 총공사비 2,300만원. 에너지 관리공단에서 60% 지원, 상주시에서 180만원 지원으로 자부담 520만원에 설치를 했다. 지금 우리집 경제적 상황에선 지나친 무리였긴 했지만, 이번 기회 아니면 앞으로 몇년간은 힘들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융자를 받아서 일을 저질러버렸다.^^*
지금의 한전 전기 요금체제로는 520만원의 자부담 원금이 다시 회수되기 위해서는 10년이상 걸린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그리 좋은 투자는 아닌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서 이렇게 지원을 해주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긴 안목을 본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투자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쓰는 전기, 내가 생산한다는 자립심, 자긍심. 어떠한 경제적 가치보다 더 큰 가치일지 모른다.
계약서 쓰는 순간까지는 몇달이 걸렸는데, 정작 설치는 다섯분 기사님들 오셔서 3시간만에 뚝닥 해치우고 가셨다.
설치하자마자 정말 신기하게도, 집의 전기 계량기가 오른쪽으로 돌지않고 왼쪽으로 거꾸로 돌고 있다. 야~ 진짜 신기하다 !!!
왼쪽에는 직접 설치한 태양열 집열판... 오른쪽 지붕에는 전기를 만드는 태양광 집광판... 그리고 곧 있으면 보일러에 연결해서 보조 난방열원으로 쓸 태양열 집열판이 지붕위에 몇개 더 올라갈것이고... 거의 우리집은 하늘의 은혜로 사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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