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살리는 윤작, 이론과 실제 9. 종합, 정리편
윤작을 통해 흙이 살아야 고품질 다수확 가능
양질의 퇴비로 지력을 높이고, 윤작으로 토양개량과 양분조절
2008년 흙살림 캠페인 <흙살림 회원은 흙을 살리기 위해 윤작을 실천합니다>와 관련하여 한 해 동안 윤작을 실천하는 농가를 중심으로 현장 취재를 하고 윤작 연구자나 참고자료를 통해 바람직한 윤작 작부체계를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호에는 지난 1년간 소개한 현장의 윤작 사례들을 정리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되고 제안된 다양한 윤작의 방법과 의의를 덧붙인다.<편집자 주>
윤작과 관련하여 전문가 인터뷰 1회(서종호 박사), 관련 서적 요약 2회(작물윤작기술론, 유기재배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현장 사례 5회(토마토-벼, 보리-메밀, 벼-헤어리베치, 고추-콩, 참외-벼,콩)에 걸쳐 취재, 정리한 바 있다.
윤작 방법과 구체적인 실천 사례는 각각 다르지만, 몇 가지 원칙과 의의는 공통된다.
같은 땅에 매년 다른 작물이 뿌리내리고 살면 그 흙 속에서 어떤 작용을 주고받는지 과학적으로 다 밝혀지진 않았지만, 정밀시비를 목표로 하는 화학농법 못지않게 미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화학비료를 하나도 쓰지 않고 헤어리벳치 재배만으로 양분 부족없이 벼농사가 되는 사례를 보아도 그렇다.
하지만 윤작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양질의 퇴비를 넣어 지력을 높이고, 윤작을 통해 토양을 개량하고 양분을 조절한다. 이 둘을 함께 해 나가면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줄이고 주변 생태계가 잘 보존될 수 있게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 작물만 연작할 때 병원성미생물이나 해충이 포장 안에서 단독으로 우점해서 피해가 커지는 것과 달리, 생태계가 잘 보존된 농장에서는 해충과 천적이 공존하므로 오히려 병충해가 대발생하는 경우가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기간에 많이 투입해서 많이 생산하는 방식이 이득처럼 보일지 모르나, 계속 그 땅에서 농사짓고 사는 것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소득 작물 외에 지력을 높일 수 있는 작물을 돌려짓고, 필요한 시기에는 땅을 쉬게 하여 흙이 살아나면, 장기적으로는 수확량이 많아지고, 품질이 더 좋아진다.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부분 외에 농업관련기관, 대학, 연구소 등에서 현장 실험을 거친 몇몇 윤작 활용 사례를 덧붙인다.
윤작의 활용
수량증대) 참깨+옥수수, 콩, 호밀, 보리
참깨는 연작 피해가 큰 작물로 역병, 시들음병, 입고병 같은 토양 전염성병이 심해질 뿐 아니라, 생육도 떨어지고 1년 재배에 비해 2년 연작~5년 연작까지 32~64%까지 수량이 줄어들 수 있다. (연작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이 연구되고 있으나, 길항균이나 토양개량용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는 아직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토양 소독 같은 화학적 방제는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다. 객토나 깊이갈이 같은 물리적 방제는 노력과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 )비교적 손쉽고 효과적이며 부작용이 적은 방법은 작부체계를 조절하여 연작하지 않는 것인데, 땅콩이나 밭벼도 시험 상으로는 결과가 좋지만, 소비자 수요가 많거나 일반적으로 재배하는 작목은 아니므로, 대표적인 밭작물인 콩, 옥수수와 경지이용 효과가 높은 보리와 호밀을 재배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이 작물들을 참깨와 돌려짓기하면 토양 내 유기물 함량과 치환성 양이온 함량, 유효 인산 등 작물 생육에 두루 필요한 양분 함량이 참깨를 연작 재배할 때 보다 높아지고, 덕분에 생육이나 수량도 30~40% 정도 좋아진다.
제염효과) 담배+사료작물
잎담배 재배에서 염소를 따로 시비하지 않지만, 산업폐기물 재료나 축분을 원료로 미숙된 퇴비 사용이 늘어나면서 염소가 토양 중에 투입되고, 멀칭재배로 인해 자연 유실되는 양도 적어 토양잔류양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호염성(염소를 잘 흡수하는 성질)작물인 담배의 염소함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토양 개량제를 처리하거나, 심경으로 토양상을 개선하는 방법있지만 효과에 비해 노력과 경비가 많이 든다. 제염작물로 이탈리안그라스, 페레니알 라이그라스, 수단그라스 같은 사료 작물을 재배하면 염소 외에 다른 성분들도 흡수해 버려, 지력이 떨어진다고 예상할 수 있으나 실제 제염을 위해 사료작물을 재배한 후에도 pH, 유기물, 토양 내 유효인산함량 등에는 큰 차이가 없고, 토양질소 함량은 오히려 증가하기도 한다.
제초효과) 콩+보리, 호밀
콩은 수요가 많고, 병충해나 양분 공급 면에서 재배상의 어려움도 다른 작물에 비해 적지만, 제초와 갈무리에 품이 많이 들고, 노동력에 비해 수확량이 적어 생산 면적이 늘어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월동하는 보리, 호밀 같은 맥류 작물을 봄에 파종하여, 수확하지 않고 피복용으로 이용하면 피복작물은 여름철 고온과 강우에 의해 자연 고사되어 별도의 관리를 덜 필요로 한다. 맥류는 저온에서 싹이 잘 터서, 초기 생육이 잡초보다 빠르다. 자라면서 피복되면 광 투과를 막아 잡초 발생을 줄이는데, 이 때 콩을 파종하는 방법이다. 3월 20일쯤 보리나 호밀을 파종하고, 콩은 5월 말~6월 중순사이에 심은 뒤, 6월 중순 이후 보리나 호밀을 밟아서 쓰러뜨리면 피복이 더 잘 된다. 소나무 밑에는 다른 풀이나 나무들이 자라지 못하는 것과 같이, 한 식물이 잎, 뿌리, 줄기 등을 통해 분비하는 물질이 다른 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식물간의 상호작용이 있는데, 호밀, 보리, 밀 같은 맥류에 이런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점도 잡초를 막는 피복작물로 유리한 점이다. 실제 호밀 추출물을 20% 첨가했을 때 피나 강아지풀은 100%, 쇠비름은 75% 정도 억제된 실험 결과가 있다.
고영양 사료작물 생산) 수수, 수단그라스+콩
사료값이 계속 폭등하는 가운데, 질 좋은 국내산 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조단백 함량이 높고 기호성이 좋은 국내산 사료작물의 수급은 낙농, 축산 농가의 시급한 과제이다. 여름철 여러 번 베어 먹일 수 있는 수수×수단그라스 교잡종과 청예대두를 혼작하면, 여름철 부족하기 쉬운 청예조사료를 확보하고 단백질함량을 높일 수 있어 효과적이다. 수수×수단그라스를 단독으로 재배하는 것보다 대두를 혼작할 때 토양에서의 양분 교환도 더 활발하여, 초기 생육은 더디지만 토양 내 양분 수탈이 적어서 총량으로는 사료 작물의 수확량도 많고 영양상도 더 좋아져 기호성도 높일 수 있다.
<정리 : 이선자(흙살림 친환경농업지원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