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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아빠하고 나하고
하리 2009-01-09 12:51:21 | 조회: 7312
곤히 잠든 아빠의 팔을 베고 누웠더니
놀랐는지 눈을 번쩍 뜬다.

당신의 팔을 베고 옆에 누운 사람이
딸이란 걸 아는지 모르는지
멀뚱멀뚱 그 큰 눈을 껌뻑이다가
그새 또 잠이 든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허공으로 팔을 뻗어
'엄마 엄마' 하며 낮은 고함을 치는 아빠.
그런 아빠를 꼬옥 안아 '괜찮다 괜찮다' 하고
등을 토닥이면 애기처럼 스르륵 다시 잠이 든다.

나이 서른둘에 부모님께 반말이냐며 버릇없다지만
지금의 아빠에게 난,
예의 갖춘 딸이기 보다
친구가 되어야할 순간이 더 많다.

24시간을 아빠 곁에서
대답도 않는 아빠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운동하자며 힘 빠진 팔다리를 쭉쭉 잡아 흔들고
밥을 많이 먹으면 잘했다 칭찬을 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이쁘다 박수를 쳐준다.

그 옛날 내가 꼬마일적에
아빠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반 평쯤 되는 이불위에 종일을 누워
눈만 뜨면 보이는 딸에게
끔찍이 예뻐하던 막내딸에게
"아가씨 물 좀 주세요" 하며
존댓말을 쓰는 아빠...

남들에겐 그저 늙고 쇠약해진 병자로만 보일
저기 저 백발노인이
나에게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하나뿐인 소중한 아빠이다.

이 사진을 찍고 이글을 쓰고,
3일 후 아빠는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당뇨합병증으로 아빠가 쓰러지신 후
모든 일을 접고 아빠의 곁에서
당신의 손과 발이 되어 생활한 3개월,
짧은 시간이나마 그 시간동안
아빠와 난 세상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습니다.

아빠 부디 편안하세요.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출처 : 사랑밭 새벽편지
2009-01-09 12: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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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2
  • 노래하는별 2009-01-09 14:41:58

    하리님 그런 기회는 절대 갖지마시구 평상시에 전화한통 더하시고 그렇게 지내면서 착한딸 되시는게 좋습니다~

    3개월이면 아주 아쉽지도 지치지도 않는 알맞은 시간이네요
    거기서 더 길어져 3년 10년 이렇게 되면 서로에게 못할짓입니다 되도록 그런 시간은 갖지 않는게 좋지요 ^^;;
     

    • 하리 2009-01-09 12:56:21

      아이쿠.. 사무실에서 읽었는데 눈물이 쏟아져서 혼났습니다.

      아직은 저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시는 우리 아버지..

      50년만 더 사시구 저도 저런 착한딸이 될 기회를 꼭 주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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