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콩을 대규모로 재배한다면 콩 파종 한달 전에 호밀을 미리 뿌리세요.”
농촌진흥청은 콩을 심기 전에 호밀을 파종하면 잡초 발생을 크게 낮춘다는 연구결과를 활용해 대단위 친환경 콩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기계화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 내년에 본격 보급키로 했다.
호밀은 보리와 마찬가지로 생육할 때 춘화처리(저온에 일정기간 노출시키는 상태)과정이 필요한 대표적인 작물이다. 이 호밀을 콩 파종 한달 전인 4월 말쯤 뿌리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영양생장만 하다가 결국 여름 장마철에 말라 죽는다. 이를 하고(夏枯)현상이라고도 한다. 호밀은 또한 헤어리베치와 같은 일종의 타감작물로, 잡초 발생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할 뿐만 아니라 햇볕을 차단해 잡초의 생육을 방해한다.
이런 호밀의 특성은 실제 콩 생육 초기에 잡초 발생을 크게 낮춘다는 연구결과로 여러 차례 확인되기도 했다. 농진청이 2007~2008년 실험한 결과에서도 호밀을 간작 피복할 경우 제초제를 한번도 뿌리지 않은 포장에 비해 잡초 발생이 2007년엔 17%, 2008년엔 2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잡초만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콩 수량 감소도 5~10%에 불과했다.
농진청은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호밀과 콩을 번갈아 파종한 뒤 부분경운까지 할 수 있도록 장치한 기계를 고안하고 이를 사용한 ‘춘파 호밀 콩 기계화 재배기술’을 확립했다.
서종호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전작과 연구사는 “경사지 콩밭에서 호밀을 재배하면 강수에 의한 토양유실을 막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보고되는 등 호밀의 재배효과가 컸다”면서 “제초제 사용이 불가능한 대단위 콩 재배포장을 대상으로 이러한 기술들이 보급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031-290-6763.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