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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자연을 닮은 사람은 호박꽃 같은 당신이 있기에 (1편)
여디디야 2009-03-13 08:02:45 | 조회: 7798
호박꽃 당신

1.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다는 말
그건 아마도 내 경우인 것 같소

호박꽃을 쏙 빼어 닮은 당신
그리고 당신의 풍만한 육체적 구조 덕택에
별 고통도 없이 낳아준 세 딸들
당신의 붕어빵들

당신은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이오

당신의 피부는 호박전처럼 쭈글쭈글 부드럽고
당신의 입술은 호박 죽 처럼 빛은 갔지만 달콤하고
당신의 눈빛은 호박엿처럼 끈적끈적하고
당신의 마음은 좁아터지기가 애호박 같지만
당신의 모습은 늙은 호박

어려서부터 호박을 좋아하던 나에게
당신은 천생배필이오. 천생연분이라오.

당신 하나만 바라보아도 호박밭인데
어쩜 딸들도 그처럼 당신을 쏙 뺐는지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 소굴 속에서
난 무지무지 행복하오.

잠잘 때도 집이 떠나갈 듯 큰 코고는 소리와
이 가는 소리로
당신이 항상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당신의 자상함

당신이 돌아누울 때마다 지진의 진동을 느끼오!
그래서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그동안 습관 된 지진의 고통 덕에 난 별루 두렵지 않소.
매일 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세상 풍파의 모든 것을 세세히 훈련시켜준 당신

오늘 또 잠 못 들겠지만
이 밤 뼈저리도록 뼈 무지무지 저리도록 행복하오.

2.

난 당신과 결혼한 걸 한 번도 후회 해본 적이 없소
당신이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아
고픈 배를 움켜쥐고 버스를 타던 슬픈 날들,

아니 매일매일. 현기증에 멀미까지 하고
사지에 남은 힘이 하나 없어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할머니에게
도저히 자리를 비켜주지 못했지만
난 당신과 결혼한 걸 후회하지 않았소.
그건 배가고파야 점심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당신의 배려라는 것을 억지로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오.

우리 집엔 바퀴벌레가 없잖소.
당신의 음식 솜씨는 벌레마저 싫어하오.
그런 맛대가리 없는 아침 요리를
나에게 결코 먹일 수 없다는
당신의 또 다른 배려에
난 지금 무척이나 행복하오!

오늘밤 별로 늦게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먼저 잠든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소
그래 여보 난 알아
하는 일 없이 피곤한 게 진짜 피곤이라는 걸

소파에서 잠자는 당신의 모습은 참으로 애처롭소.
당신의 몸무게에 짓눌려 버린 헝겊 소파
당신의 양다리 사이에 끼워져 있는 불쌍한 큐숀
빨래 방망이 5개는 들락날락할 만큼 벌어진 당신의 입
소파에서 떨어진 당신의 굵은 팔뚝.

여보.
난 그런 당신의 모습에서
세상 아주머니들의 삶의 애환과
처절한 고통을 느낄 수 있다오.
당신을 들어 침대에 눕히고 싶지만
오늘은 너무 허기가 져서 자신이 없소

나.
우유나 한잔 마시고 잘 테니
신경 쓰지 말고
당신도 거기서 잘 자.
2009-03-13 08: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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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2
  • 숨결 2009-03-14 07:57:54

    ㅋㅋㅋ

    그래도 익숙해 지면 다 좋아져요.. ㅋㅋ

    제가 가끔쓰는 말인데요.
    철모르는 아이는 키우면서
    왜 아내는 못키우느냐!
     

    • 하리 2009-03-13 16:20:00

      자작시인줄 알았는데 가져오신 건가봐요.

      흠냥.. 너무 리얼하당 ^^;

      같이 사시는 아자씨 고생 쩜 하시겠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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