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새로운 깃발을 세우다
미루사과 2009-06-05 20:40:01 | 조회: 8640

수년동안 새로운 과원을 찾아 다녔습니다.


물론 지금 운영하는 과수원도 2ha(6,000평)나 되는 큰규모이지만,


시골로 처음 정착할 무렵 구입한 과원이어서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하여, 이번엔 아주 까다롭게 조건을 살피며 땅을 구입하려 작정했지요.


첫째, 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되는 황토질의 마사토일 것.


둘째, 규모가 2헥타(6,000평)이상이어서 규모화를 이룰 수 있을 것.


셋째, 접근이 용이한 큰 도로를 끼고 있을 것.


넷째, 산중턱쯤에 자리잡고 남향이어서 햇빛과 통풍이 잘될 것.


다섯째, 주변의 경관이 사과원으로 조화로운 풍경을 이룰 것.



이상의 조건 중 단하나라도 빠진다면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몇년간 참 많은 곳을 다녔는데요,


장수, 진안, 무주는 물론이고 완주, 금산, 충주, 보은, 심지어 강원도 철원과 홍천까지...


헐~~!!


길가에 바친 기름값이야 그렇다 치고 시간깨나 바치며 찾아다녔답니다.


근데요,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바로 우리 동네에서 그리도 찾던 부지를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총12,400평에 개간이 가능한 곳은 7,300평정도...


거래금액이 워낙에 커서 솔찬히 부담이 되었습니다만, 너무 마음에 들기에 단10원도 깎지않고 잔금까지 후다닥 지불했습니다.


덕분에 빚도 많이 늘었다는...ㅜ.ㅜ



자아~~!


이제 기초부터 철저히 다져가려고 합니다.


먼저 이곳이 감밭이었으므로 감나무를 캐내려 합니다.


수령 20년이 넘은 아름드리 감나무를 뽑자니 무척 아깝더군요.


마침 조경업자가 찾아와 골프장에 납품하려고 하니 주당 35,000원에 팔라고 합니다.


나무가 총 1,200주니 얼추 4,000만원이 넘는 큰돈이긴 한데요,


작업 기간이 자그만치 6개월이나 걸린다기에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이땅에 거는 내 기대가 어딘데, 그깟 기천만원에 내 계획을 변겅할 수는 없었습니다.


캐낸 나무를 한곳에 모으고,


미련없이 불질러 버렸습니다.


물론 소방서에 신고하고 소방차 대기시켜 놓고...음홧홧!!!



경사가 너무 심한 곳은 중장비를 동원하여 평탄작업을 합니다.


사실 불도저로 밀어버리면 경비도 적게 들고 시간도 많이 절약되지만


불도저 작업은 필연적으로 지표면을 깎아넬 수 밖에 없지요.


하여 사진에 보이는 것 처럼 겉흙을 1m정도 걷어 한쪽에 쌓아 놓고 평탄 작업을 했습니다.


저 아래쪽은 너무 깊으므로 덤프트럭 3대가 부지런히 흙을 실어 나르고 언덕이 평평해지기까지 굴삭기 3대가 꼬박 4일간 땅을 팠습니다.



자아~~이제 기반조성을 해야합니다.


먼저 유공관을 묻어야겠지요.


구멍이 아주 많이 뚫린 직경 100mm짜리 관을 묻기위해 4m간격으로 80cm를 파냅니다.


이 길이가 무려 5,300m, 즉 십리가 훨씬 넘는 길을 파내고 저 관을 묻었지요.


이유는...


지하에는 아주 가느다란 물길이 여기저기에서 흐르고 있는데요,


그 물길에 사과나무의 뿌리는 닿기만하면 나무가 죽게 됩니다.


사과나무가 심어질 자리 밑에 저 관을 묻으면 지하수가 올라오지 못하는거지요.


또 폭우가 쏟아지면 신속하게 과원내의 물을 빼내는 역할도 합니다.


더구나 땅속에 묻히므로 흙이 유공관의 구멍을 메울까봐 하얀 부직포로 감쌌습니다.


대형 굴삭기 3대가 5일간 작업했습니다.


아이구~~힘들다. 지겨워(아내는 "아이고~~돈들어간다. 지겨워")



잘 덮어준 후 이번엔 구비를 깔아줍니다.


우분인데 미숙분이라서 마음에 들진 않지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닙니다.



15톤 덤프 트럭으로 96대분량을 깔았습니다.


엄청난 양이군요.


그리고 포크레인으로 전체 밭을 50cm 깊이로 뒤집어 줍니다.


로터리를 치고 다시 천매암, 훈탄왕겨, 패화석, 토착미생물을 뿌려준 후,,,


일년간 휴경합니다.


다만 많은 유기물 확보를 위해 '수단그라스'를 재배했지요.


7월경이 되자 수단그라스의 키가 3m에 이릅니다.


한번 예취하고 다시 9월말이 되면 또 키가 3m까지 자라서 다시 잘게 잘라준 후,


깊이갈이와 로터리를 반복하여 잘게 부순 수단그라스를 부숙시켰습니다.



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나무를 재식하였는데요,




흙이 너무 부드럽고 찰진 기가 흘러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삽질을 하지 않고 발로 흙을 걷어 낸 후 나무를 심고 다시 발로 흙을 덮습니다.


그러니 2,300주의 나무를 다섯명이 반나절만에 다 심어버리는군요.


그리고 비가 오지 않기에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실은 이게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강행군은 계속됩니다.


제아무리 거센 태풍이 와도 쓰러지지 않게 굵은 기둥을 세우고 와이어로 서로를 묶습니다.



또 제아무리 심한 가뭄이 와도 제때 물과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관수 시설을 하였지요.


마침 조카 두명이 군에서 제대하였기에 이들과 장장 한달간 이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관수시설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뿌리 끝까지 물을 공급하기 위해 미니 스프링쿨러로 설치하였고 반경 1.5m까지 물을 뿌릴 수 있습니다.


제가 확보한 용수량은 분당 40리터를 공급할 수 있는 중형관으로 지하수를 확보했으므로 크게 부족한 물의 양은 아닌 듯 하군요.


이 사진은 사실은 바로 며칠전 찍은 그림입니다.


다른 쪽 과수원 일이 너무 바빠 사진을 촬영할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 사이 질소고정균(뿌리혹박테리아)을 확보하기 위해 땅콩을 심었는데 아주 잘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나무가 반듯하고 곧게 자라게 하려면 개별 지줏대가 있어야 합니다.


자 이제 완전히 완성된 새 사과밭입니다.


총넓이 7200평,


재식된 나무는 미시마후지-1650주, 호노까 300주, 감홍 200주, 꽃사과 180주.


고사한 유목은 겨우 8주이므로 거의 100%에 가까운 활착율을 보였습니다.


4m*2m의 밀식 재배원이며 심을 당시 묘목의 키가 2m가 넘고 측지수 8개이상인 우량묘목이었으나


뿌리와의 비율(T/R율)을 감안하여 지상부 60센티에서 절단하였고 6월 3일 현재 평균키는 1m정도 입니다.


땅구입비로 4억6천만원정도 소요되었고 기반조성 및 재식비로 약 7천5백만원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이제 난 또 다른 꿈을 꿉니다.


내 평생의 희망인 농업과 농촌과 농민을 품고....


내 평생의 화두인 考五兩, 動一兩(고오량,동일량:다섯번 생각하고 한번 행동한다)을 잡고...


내 평생의 목표인 최고의 사과를 위해....



난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이 있어 오늘도 행복합니다.



정읍농부 미루사과



2009-06-05 20:40:01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5
  • 노래하는별 2009-06-08 14:04:58

    축하드립니다. 꿈을 향한 첫발을!!!
    지금은 비어있는 사과밭에 눈부시게 이쁜 최고급 사과들로
    가득 채워지길 기원합니다. 그리 되겠지요^^
     

    • 하리 2009-06-07 08:26:09

      흐미....; 상상이 안가는 규모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멋진 결실 맺은 사진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숨결 2009-06-07 07:27:12

        미루미루미루

        화이팅!!
         

        • 희망21 2009-06-06 12:05:54

          나무 잘 키우셔서 탐스럽고맛있는 사과가 주렁주렁달리길 기대합니다.  

          • 촌부가 2009-06-05 21:09:40

            대단하시네요,,,
            사진을 보면서,,참 많은일을하셨네요,
            한편의 영화를 보듯하네요,,
            앞으로도 많은 사진과 땀의 결과를
            보고싶습니다,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03481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58977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71738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799545
            6822 이 물을 마신다면.... (3) - 2009-11-02 8657
            6821 주왕산과 주산지 가을 풍경 (2) - 2009-11-01 9042
            6820 참다래잼만들기 (7) 2009-10-31 9035
            6819 Coming Home - Stratovarius (4) - 2009-10-27 8818
            6818 강아지나 사람이나 情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보니.... (3) - 2009-10-27 9433
            6817 여포 74년생 청포도 아가씨 보쌈하다 (4) - 2009-10-27 10459
            6816 피아골 단풍 (4) - 2009-10-26 9943
            6815 시금치,열무,월동초 벌레퇴치제 급하게 사용할수 있는게 뭘까요 (1) - 2009-10-24 9592
            6814 깻묵 나눔합니다 (25) - 2009-10-23 10213
            6813 깻묵 나눔합니다 - 2009-11-04 14553
            6812 궁금합니다 (1) - 2009-10-22 8490
            6811 20kg 주문합니다. (1) - 2009-10-22 9152
            6810 여러분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36) - 2009-10-22 10749
            6809 경남 고성에서 유기참다래 하시는 배용만님입니다^^ 저도 주문.. 2009-10-22 8891
            6808 경남 고성에서 유기참다래 하시는 배용만님입니다^^ 저도 주문.. - 2009-10-22 12833
            6807 돌풍에 벙찐 아침 (4) - 2009-10-22 9271
            6806 ■ 2009 진안마을장터판 & 귀농귀촌 설명회 in 서울 : 10/31(토) ■ - 2009-10-21 8158
            6805 그 얼굴에 일생이 보인다 (4) - 2009-10-21 8569
            6804 수백만 히말라야 주민 물부족 위협직면.. - 2009-10-20 8326
            6803 우리밀 살리기 20년의 기적 - 2009-10-20 8887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