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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10만원이 죽었습니다.
늘푸른유성 2009-10-14 13:31:07 | 조회: 8851
닭이라는 이유하나로 겨우 10만원도 많게 생각되어

이 녀석은 비둘기라는 이름 말고도 10만원 이라는 이름이

또 있었습니다.(10만원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 뭐....)



수 백 마리의 병아리들 틈에서 이 녀석은 얼른 눈에 띄었습니다.

털 색깔도 다르고 몸집도 다르고 하는 행동도 특이해서

이 녀석은 늘 제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녀석들은 오골계나 토종닭으로 불릴때

이 녀석은 비둘기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처음엔 암탉인줄 알고 알도 많이 낳겠거니 했는데 ................

어느날............벼슬이 나오고 꼬끼오~~~~~~~~하고 외치고..........

에라~~~~~~~~~숫놈이구나...........



워낙에 성품이 고운 녀석이라서 그런지 아님 멍청해서 인지

덩치는 제일 큰 이 녀석 오골계가 쫒아 와도 도망을 가는

그런 녀석이었습니다.

식탐은 많아서 홍삼 찌꺼기에 지렁이,몸에 좋은건 알아서

잘도 먹어 댔는데............

너무 큰 덩치가 문제 였습니다.

제가 간신히 들 정도로 무거운 이녀석은 덩치 때문에 쌈도 잘 못하는 녀석이었거든요.



어느날 이었습니다.

그 많던 닭들이 세월앞에서 하나 둘 사라질 때 몇 마리 남은 닭 중에

이 녀석 어찌 된 일인지 대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참말로 별일이었습니다.

먹이를 먹을 때도 녀석이 다가가면 모두들 자리를 피하고

암탉을 쫒다가도 녀석이 다가가면 도망가고.........

다리를 심하게 다친 이후에도 왕 노릇은 계속 되었습니다.

아주 잠깐 암탉이 알 낳는 곳에 숨어 있었을 뿐이었지요.



자기는 왕이라고 잠자리도 특별난 곳을 찾아 자곤 하였는데

그 곳이 저온 창고 옆에 높게 쌓아둔 콘테이너 박스 위었습니다.

그 몸집으로 올라가려다 다리도 다치고 목숨도 끊어 질뻔 했는데

저녁이면 굳세게 그 위로 올라가서 잠을 자곤 했습니다.



어느날 이 녀석 다리를 더 심하게 다쳤는지 걷기를 거부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다른 수탉에게 집단 쪼임을 당할텐데

녀석들 늙긴 늙은 모양입니다.

왕도 귀찮은 모양입니다.

녀석은 집을 나와서 차 옆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녀석이 갈 때가 됐음을 짐작하게 하는 행동이었죠.

딱 2틀 만에 녀석은 옆으로 누워 버렸습니다.

아까워서 팔지도 못하고 가엾어서 잡아 먹지도 못했는데................
2009-10-14 13: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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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7
  • 검지 2009-10-16 14:30:30

    유성님 오랜만이네요
    제가 요즘 자주 안오거든요
    저희는 닭하고 토끼하고 키운답니다.
    닭은 중복날 이웃들과 마을 잔치하고
    또 닭을 들였지요
    그것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잔치할려고요
    그런데 벌써 거의 다 커서 사료 관계상 미리 잔치할까 봐요
    요 며칠 저는 토끼를 세마리 묻었습니다.
    덩치가 제일 큰 녀석이 쓰러졌는데
    그냥 짐작으로 노환일거라 생각되고요
    제법 노닐던 새끼가 이유없이 또 쓰러져 있었고
    어제는 굴에서 겨우 얼굴을 내밀던 녀석이 쓰러졌네요
    내일은 토끼 분양을 하기로 되어 있으니까
    사료 걱정을 덜게 됐습니다.
    대신 닭을 서너마리 잡아가지고 온다니
    또 잔치 준비를 해야 할까 봐요 ㅎㅎㅎ
     

    • 시원 2009-10-15 09:41:35

      으아리님 말씀 처럼 한편의 단편 소설,영화를 본듯합니다
      글을 읽으며 <워낭소리>라는 영화가 생각 나네요
      마치 가족처럼 소를 기르시던 할아버지...
      늘푸른유성님도 10만원을 그리 생각하지 않았을까싶네요
      날아간 10만원 어쩌나...
       

      • 으아리 2009-10-15 09:02:35

        한 편의 단편이거나 꽁트 같은 글, 언제봐도 재밌습니다^^  

        • 숨결 2009-10-15 08:58:58

          종자가 육계용일겁니다.
          이 놈은 한정없이 커서 결국 자기 다리가 견디질 못해
          자빠지고 말조..

          고기도 엄청나오겠네요^^
           

          • 결심이 2009-10-14 21:54:53

            덤덤하게 그러나 하나하나 비둘기(?)의 삶을 적어내려 가신 것이 오히려 애잔한 유성님의 마음이 더 짠하게 다가옵니다.
            어짜피 우리도 잠깐 빌려 살고 있는 것이겠지요...
            조금 길고 짧은 차이가 있을 뿐...
            다만..
            살아있는 동안
            빌린 것 지저분하게 만들어 넘겨주지 않고
            참 소중한 인연인 사람들에게 내가 조금 손해가 되어
            서로에게 향기가 되는 삶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듭니다.
             

            • 늘푸른유성 2009-10-14 20:41:37

              별님 오랫만이네요. 잘 지내고 있죠?요즘 갑자기 추워져서 적응이 잘 안되고 있습니다.옥수수 심어 논것이 있느데 아무래도 못 먹고 서리맞을듯 싶네요. 에구~~아까워라~~~~~~~  

              • 노래하는별 2009-10-14 14:36:25

                ㅉㅉㅉ 우짜지요~ 받은 사랑만큼 오래오래 살지...
                날이 점점 쌀쌀해지네요 잘 지내시죠 유성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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