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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룡 칼럼]농업,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숨결 2009-11-19 17:58:21 | 조회: 9795
양승룡·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인류의 역사는 200만년으로 추정된다. 이 시간의 길이는 46억년 지구 역사를 우리 신장에 비교할 때 머리카락 한올 두께 정도 된다. 수억년 전에 이미 진화가 완성된 상어나 개미 등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역사를 가진 인류가 어떻게 오늘날의 찬란한 문명을 이루고 살 수 있을까.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인류의 역사를 3개의 거대한 물결로 분류했다. 1만년 전 농업혁명을 제1의 물결, 18세기 산업혁명을 제2의 물결, 오늘날 인터넷 기반의 정보혁명을 제3의 물결이라 칭하였다. 이 세가지 물결의 공통점은 생산방식의 혁신을 통해 인류의 살아가는 모습과 방식, 생각의 틀을 바꿨다는 데 있다. 산업혁명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체제, 시민사회를 잉태했고, 정보혁명은 기존의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물결은 첫번째 물결이 없었다면 결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농업혁명은 인류가 원시인의 모습에서 벗어나 문명을 이루고 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농업혁명은 먹을거리를 채집과 수렵에 의존하던 인간이 씨앗을 적절한 시기에 땅에 심고 이를 잘 관리하면 수십배, 수백배의 수확이 가능한 것을 이해하고 실행한 것을 의미한다. 이는 18세기 프랑스 재무장관이었던 튀르고를 위시한 유럽의 중농학파들이 농업만이 유일하게 부를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한 근거가 된다. 농업을 중시하는 이러한 전통은 아직도 유럽대륙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으며, 농업에 대한 애정과 농업·농촌정책의 토대가 된다.

농업혁명을 이룬 농사의 비법을 알기까지는 아마 100만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친 관찰과 실험이 있었을 것이고, 문자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전달 수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불분명한 의미와 부정확한 정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낳았을 것이고, 보다 정확한 사실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을 것이다. 이렇게 길고 긴 과정을 거쳐 유용한 먹을거리, 즉 식량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작물이 무엇인지 알게 됐을 것이고, 씨앗을 얻는 방법, 싹을 틔우고, 물 관리를 하고, 수확하고, 저장하고, 가공하는 방법이 얻어졌을 것이다.

이런 고통스럽고 지루한 과정은 혁명이 되기에 충분했다. 인간은 농업혁명을 통해 비로소 오랜 기아와 영양실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식량을 조달하는데서 오는 위험과 떠돌이 생활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삶과 활발한 종족번식이 가능했다. 수명은 연장되고, 인구 수는 늘어나 공동체가 형성됐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여분의 식량을 사고파는 거래가 늘면서 시장이 만들어지고, 사유재산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농업은 무리를 이루고 사는 인간사회와 사유재산을 근거로 하는 시장경제체제의 근본이 되는 동시에 인류문명의 토대가 됐다.

농업은 인류의 물질문명뿐만 아니라 정신세계의 바탕이 됐다. 프랑스의 천재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최신작 〈신〉에서 농업은 인간에게 미래라고 하는 관념을 심어 주고 사후의 삶을 상상하게 하여 인류의 정신을 변화시키고 종교를 탄생시켰다고 쓰고 있다.

농업은 인류가 가진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다.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농업을 망치면 미래가 있을 수 없다. 농업정책은 200년 역사의 미숙한 경제학이 아니라 농업의 가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학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양승룡·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sryang@korea.ac.kr
2009-11-19 17: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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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
  • leewan 2009-12-09 23:18:06

    현재 진행의 농업은 인류를 생존의 길이아닌 공멸의 길로 이끌고 있다. 산업자본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농산업이나, 정책, 그리고 사회 문화적 이슈는 본질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으며 근원의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덮는데 주력을 하고 있다. 과거 200여년의 짧은 산업화의 역사가 200만년 인류의 역사를 인류 멸종의 길로 이끌고 있다.
    이제 200여년 산업화가 이루어온 산업자본의 힘을 신 인류의 새로운 생존을 위한 곳에 쏟아야 한다. 평화적 인류의 공존과 안전하고 아름다운 생존을 위한 길은 200여년 산업화 이전의 소규모 가족농 중심의 작목 다양성과 자연 생태환경의 보존과 회복에 달려있다. 전통 가족중심의 소규모 농업이 인류의 사회적, 문화적, 철학적인 다양성과 창의성을 유지하여 왔기에 현대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본다면 이제는 그간 일어난 사회현상을 거꾸로 돌려 오늘날의 사회가
    같고있는 자아상실과 의식의 일탈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길은 생태환경과 재배작목, 그리고 가치관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길이 그 해답이라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자닮의 방법들은 충분히 다양성의 문제들을 제기하고 그 방향을 바르게 이끌수 있을것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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