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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농사만 20년
이 지역은 산이 많아 농사를 질 만한 땅이 별로 없습니다. 하우스 농사는 연작 장해로 인해 자주 옮겨 다녀야 하는데 그럴만한 처지가 못 되는 것이지요. 보통 하우스 고추에서 문제가 되는 병해는 역병과 흰가루병입니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것이 토양 선충에 의한 피해 입니다. 일단 선충의 피해가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어떠한 방제 프로그램을 적용해 철저히 시행한다 해도 그 자리를 옮기것 외에는 별 대책이 없습니다.
옮길 자리마저 없어 어떻게든 한자리에서 살아남아야 되기 때문에 이 곳에서는 재배 기술에 대한 접근이 다른곳에 비해 아주 치열합니다.
고추 농사만 20년,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 속에서 결국 최종적인 대안으로 삼은 것이 자연농업입니다. 인근에 이세영 씨께서 먼저 실천하셨는데 자연농업으로 단단히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그분은 이 지역에 하우스를 처음 들여 오셨고 고추 농사의 대선배였기에 더욱 든든한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힘 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협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자연농업 시설 고추 연구회’를 결성했습니다. 성원은 10명이고 자연농업 전문연찬까지 이수한 사람들입니다.
자연농업 이후 역병이 없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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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이 한 포기라도 걸리기 시작하면 농사는 일단 접어야 합니다. 역병이 오기 전에 역병방제를 하면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까 사후 대책은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역병이 걸린 고추를 뽑아 보면 정상적인 뿌리와 별 차이가 없는데 자세히 보면 뿌리의 끝이 까맣게 곪마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자연농업을 한 이후 수년간 한번도 역병을 경험해 보질 못했습니다. 우스운 얘기지만 고추시세의 폭락으로 절단나고 역병으로 망가지고 해서 시설 고추재배농가들이 많이 줄어들어 요즘은 고추시세가 좀 회복세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느냐가 주요 문제로 될 것 같습니다. 하도 병해로 몸살을 앓으니 살아남기만 해도 성공인 셈입니다. 역병이 우리 밭에서 사라진것은 퇴비 투입양을 줄였던 것과 토착미생물을 활용한 것이 주원인으로 봅니다. 어쩌면 토착미생물을 넣어서 퇴비의 가용화율이 높아졌기에 전처럼 많은 퇴비량을 넣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보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흰가루병에는 한방막걸리를
균병에는 균으로 대처를 하는 방법이지요. 시중에 비싼 균제가 많이 있습니다만 고추농사처럼 수지 맞추기가 힘든 작물에는 쓸 엄두도 내질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오물조물 균제를 만들어 냅니다.
술을 빚는다는 흐뭇한 마음으로 ‘한방막걸리’를 만드는 거죠.
흰가루병의 주 원인은 토양 건조, 습도 부족이라고 볼수 있는데 어쩌다 관심이 소홀하면 이내 흰가루병이 삽시간에 퍼지고 맙니다. 그러면 잎이 오그라들고 고추의 성장은 형편없이 저하됩니다.
한방막걸리 제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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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 온 한방찌꺼기를 2말의 물에 넣고 24시간 정도 푹 끓여 물이 반 정도 되게 만들고는 여기에 고두밥 2되, 누룩 한 장, 양조장에서 사온 누룩균 1봉을 넣고 버무려 몇일 지나면 향긋한 냄새가 나는 한방막걸리가 완성됩니다.
엽면시비 때마다 이 한방막걸리와 한방영양제를 다른 자연농업 자재와 함께 넣어 주기적으로 살포를 하면 흰가루병은 걱정이 없습니다.
경험으로 볼 때 어떠한 재료로 만든 천혜녹즙도 3000배 정도의 희석 배수를 지켜 사용하면 농도장해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
염류 제거는 수단그라스 재배로
고추의 수확이 끝나는 5월 말경 포장을 정리하고는 수단그라스를 심습니다. 2개월 정도만 키우면 하우스 높이까지 자라게 되는데 이 식물은 염류 발산에 아주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주의 할 것은 중간에 베어서 가축의 사료로 써서는 안 되며 반드시 열매가 달려 패는 2개월 후까지 키워야 염류 제거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사료이용도 이 때 가능합니다. 염류도 제거하고 엄청난 양의 유기질을 확보하는 이중 효과를 얻게됩니다.
균사가 표면 위로 상승
베어진 수단그라스를 전량 로타리로 흙에 투입을 하고 추가로 발효된 거름을 내고 그 위에 토착미생물 원종을 살포한 후 로타리를 다시 한 번 치고 하우스를 닫아놓는데 3일 후면 미생물 균사가 표면으로부터 8~10cm는 올라와 있습니다.
이런 진기한 현상을 목격한 사람이면 미생물의 놀라운 힘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시판 미생물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기현상입니다.
자가 퇴비 생산으로 안전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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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을 알 수 없는 퇴비를 구입해 밭에 투입하며 시설 고추를 한다고 하면 그 농사의 전망은 낙관적일 수 없습니다. 퇴비를 잘못써서 농사를 망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번식우 4마리에 새끼 2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번식우이기 때문에 볏짚을 주사료로 하고 사료는 극미량만을 급여하기 대문에 볏짚 값 외에는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거름은 하우스 1300평에 들어가는 거름을 채우고도 남습니다. 항생제나 호르몬제 등 화학약품에 전혀 오염되지 않은 양질의 유기질 거름을 확보하는 것이 고추의 건강한 생육을 도모하는 데 아주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착미생물을 사용한 후부터 해마다 투입 유기물을 줄이는데도 과비 현상이 오고 있습니다. 예년에 비해 50% 이상을 줄였는데도 말입니다. 앞으로 얼마까지 줄여 나가야 할지 잘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올해 같은 경우는 전혀 유기물의 투입이 필요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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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 아픈 총재 벌래 임자를 만나다
총채벌레는 여간 잡기가 힘듭니다. 망사를 친다 해도 워낙 작아서 불가능하지요. 우리 회원들은 요즘 천연 식물 기피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벌레에 전혀 먹히지 않고 아주 독특한 향이 나는 잡초를 지금 대량 증식을 하고 있습니다. 녹즙으로 만들 양만큼 수확이 되는 올해 한 번 포장실험을 할 계획입니다.
작년에는 한 가지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은행잎 천혜녹즙을 만들어 낸것입니다. 이 녹즙은 진디와 응애에도 효과적이긴 하지만 총채벌레 방제에 더욱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완벽한 방제라기보다는 70% 정도 가능합니다. 그 정도라도 우리는 감지덕지합니다. 적당히 공생을 모색할 만큼 피해를 주니까요.
인근 농가들이 선충 피해로 폐농의 위기까지 간다는 소식을 빈번히 접합니다. 이제 길은 자연농업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다른 환경농업은 자재 구입비가 많이 들어가 흉내내기가 어렵습니다.
서울 하나로 마트에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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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저농약과 무농약 두 가지로 재배하고 있는데 무농약으로 재배된 고추를 서울의 청과 유통 전문가에게 선을 보였습니다. 여러 명이 심사를 한 결과 모양과 맛에서 합격점을 받아 유통을 개시하자는 통보를 받고 계약까지 체결했습니다. 그 동안 닦아온 무농약 고추 재배 기술을 드디어 서울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는 기쁨도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정성스럽게 농사에 매진을 해야될 지 긴장이 됩니다. 고추만 20년, 긴 시간이 아닙니다. 항상 새로운 의문이 나타나거든요.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10.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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