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농법이란 외부로부터 투입되는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농법이다. 외부로부터의 투입이 전제되지 않기에 화석에너지나 화학비료 등을 과도하게 투입하는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이 적기에 주어진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고 이는 현대농과 비교해 봤을 때 투입 대비 생산성이 효율적이다. 이것이 우리 현대인들이 주목할 부분이다. 과도하지 않는 선에서 효율적일 것.
현대 농업, 에너지 의존의 문제점
우선 현대농업에서 사용하는 화석에너지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화석에너지란 오래전 지구상에 생존했던 유기체가 매장되어 형성된 에너지로, 산업혁명 이후 급속하게 소비량이 늘어났다. 현재 사용되는 에너지의 85% 이상이 화석에너지다. 의존도가 높은 만큼 화석에너지 사용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크게 둘로 나눠보자면 지속가능성과 환경오염이다. 화석에너지는 그 형성 기간이 수만 년에 달했던 것에 비해 소비의 속도는 그 기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 고갈의 위험에 처해 있다. 앞으로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는 어떤 활동도 지속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농업도 예외일 수 없다.
또한, 환경오염의 문제도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대기오염, 산성비, 수질오염과 토양오염 등의 문제는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 되었고, 지구 온난화 또한 위험한 지경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오염의 문제는 농업에 악영향을 미치며 인간에게 그대로 위험 요소로 되돌아오고 있다.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2035년까지 에너지 수요예측http://nucleus.subnara.info/bbs/board.php?bo_table=m52&wr_id=46&sfl=&stx=&sst=wr_hit&sod=desc&sop=and&page=1 |
현대농업, 획일화의 문제점
에너지 의존과 함께 현대 농의 심각한 문제점은 생물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은, 넣으면 뽑아낼 수 있는 공산품과 달리 상호작용과 관계에 의해 생산되는 생물이다. 당장은 해로워 보일 수 있는 생명체들이 장기적으로는 농산물의 생명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의 농업은 그 모든 과정과 다양성의 생태계를 무시하고 배제한다. 독한 화학농약들로 논밭의 생태계를 무너뜨렸고 이는 새로운 병해충의 창궐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또한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대규모 단작을 감행하면서, 종의 다양성을 획일화시켰고 소비자들도 선택의 폭이 줄어들게 되었다. 농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양성과 조화로움이라는 자연계의 존재 방식과 전면 배치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종의 다양성을 지키는, 멕시코 전통 농법 밀파(Milpa)
토양에는 다양한 영양성분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미생물과 작은 생명체들이 긴밀하게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 맞춰 작물을 다양하게 심음으로써 서로 다른 영양분을 흡수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숲의 자연순환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멕시코의 전통농법 밀파를 소개한다.
밀파는 마야족 농민들의 고대 농법에 기반한 것으로 세계농업유산의 후보로 올라있을 뿐 아니라,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농업 체계’라고 칭송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그 이유는 생태계를 해치지 않고 숲과 공존하면서 작물의 다양성과 환경을 지켜내고 있다는것과 인위적인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생산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마야족의 농민들은 밀파를 활용해 식량 자급을 해왔다.[1] 이러한 지속가능한 유기농법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밀파는 옥수수, 아보카도, 애호박, 리마콩(흰까치콩), 멜론, 토마토, 칠리, 고구마 등 다양한 품종을 한꺼번에 12 작물까지 심을 수 있다. 이는 영양학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보완적인 작용이 가능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옥수수에는 단백질과 니아신을 만드는 데 필요한 리신과 크립토판이 부족하지만 콩에는 라이신과 트립토판이 풍부하다. 또한, 콩이 질소고정을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화학비료가 필요하지 않은 원리다.
또한 다양한 작물이 공존하면서 병충해의 생물적 방제력이 높아져 농약은 최저한도로만 사용해도 된다.
밀파의 4단계 순화과정https://polyculturedesign.wordpress.com/2009/12/08/milpa/ |
밀파는 20년간 중요한 4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 단계는 ‘숲에서 밀파로’ 과정인데
숲의 한 부분의 나무를 제거한 뒤 그 공간에 2~3년 동안 옥수수, 콩, 애호박 등 다양한 작물을 섞어짓기를 통해 재배한다. 이 과정에서 해충과 토양을 관리 개선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밀파에서 숲의 정원으로’ 과정이다. 이때부터 다양한 작물을 생산하던 밭이 ‘숲의 정원’으로 바뀔 준비를 시작한다. 바나나, 파파야와 같이 빨리 수확되는 과일나무는 심은 지 1년 후부터 바로 수확을 시작하고, 아보카도, 망고, 감귤, 구아바 등 수확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과일나무는 몇 년 후의 수확을 위해 옥수수, 콩, 스쿼시 등 사이에 심어진다. 세 번째 단계는 “숲의 정원에서 숲으로”의 과정인데 수확기가 긴 과일나무는 자라서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다자란 과일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태양을 차단하기 시작한다. 점점 옥수수 콩 호박은 그늘에서 살 수 없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삼나무와 마호가니 같은 단단한 나무가 다음 수십 년 동안 자랄 수 있도록 준비되어진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점점 단단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면서, 20년전 밀파 1단계에서 개간하고 불태우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울창한 숲으로 환원되는 것이다. 이렇게 밀파의 순환은 다시 시작된다.
이 기간에 농산물의 부산물과 풀을 먹는 가금류들을 키워 또 다른 식량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현대식 축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친환경적이고 생산적이다. 또한 땔감이나 건설자재가 되는 목재공급, 양봉, 수렵 등을 통해 농촌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자재들을 자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형성되는 것 또한 중요한 장점이다. 밀파 농법의 영향으로 마야숲은 아마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생물 다양성이 높다. 또한,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는 농법과 비교해 보면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도 높아 보통 10가지 이상을 넘기기 힘든 현대 작물의 품종에 비해 옥수수만 해도 2만 종 이상의 품종이 존재하고 있다.
https://viaorganica.org/la-milpa-del-buen-comer/ |
하지만 멕시코 정부는 과거 30년에 걸쳐 녹색혁명 기술에 따른 계획을 추진해온 결과 밀파 농법은 위기에 처해있다. 현지의 환경에 맞지 않는 개량 품종, 단작재배,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은 토양과 작물들을 오염시켰고 멕시코 농촌에 사는 주민들의 93%가 빈곤 상태로 전락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생물의 다양성을 보전하고 전통적인 숲 관리를 하며 유지해오던 자급의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밀파는 단순한 농업 체계가 아니라 사회 문화적 제도다. 숲과 공존하면서 구성원들의 의식주 자급제도를 유지 하는 것. 이는 인간만의 문제를 넘어 작물과 토지와의 인과 관계를 포함하는 공동체 의식에서 나온다. 지금이라도 현지의 입지조건에 맞는 기술로 토종의 유전적인 다양성과 생태계를 지키는 농법으로의 선회가 필요하다.[2]
이경희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9.01.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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