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대란으로 앞으로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굶어 죽을 수 있다[1]는 통계가 머리로는 이해되고 걱정이 되면서도, 마트에 가면 쌀을 비롯한 식품들이 쌓여있고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바로 배달되는 현실에서는 식량난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그런 상황을 체감하게 되는 불행이 다가왔다.
올겨울 ‘코로나 19’[2]라는 전염병으로 온 세계가 떨고 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질병이라는 두려움은 생활 깊숙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포를 낳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마스크 품절 대란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마스크가 집에 한두 개씩 굴러다녀도 안쓰던 예전의 습관을 180도로 바꿔 놓았다. 마스크가 생존 필수품처럼 여겨지면서 너도, 나도 찾다 보니 가격의 급등은 물론이요.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약국이며 마트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려도 마스크는 눈에 보이지 않고, 인터넷에서는 제품을 검색하는 그 시간에도 가격이 계속 뛰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오전에 개당 2천 원씩 하던 마스크는 오후 되면 3천원 대 그다음 날은 4천 원대로 급등해버렸다. 그나마 모두 품절 상태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집 앞까지 배달되는 신속 정확한 택배 대국이 아닌가. 그런데 주문하고 일주일, 열흘을 넘게 기다리다가 판매자로 인해 강제취소 되는 거래가 생기다니, 자본주의의 정점을 찍는 대한민국에서 마스크 하나를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니.
출처: 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951898 |
필자가 여기서 코로나19와 마스크 얘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올겨울이 그랬듯 인류에게 부지불식간에 생존을 위협받는 위기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마스크를 식료품으로 대체해서 생각해보면 그 상황이 더욱더 아찔하게 다가온다. 그나마 마스크는 없다고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는 물품이 아니고 대체 방법들을 찾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집에 칩거하는 방법이라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식량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안 먹고는 살 수 없다. 식량을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 이 두려움이 마냥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라는 것이 더욱 슬픈 현실이다.
‘앞으로 세계는 종교, 이데올로기, 민족 갈등으로 인한 다툼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쟁과 기아에 시달릴 것이다. 대규모 기후 난민들이 몰려드는 미국과 유럽의 부자 나라들은 사실상 국경을 봉쇄하는 쇄국정책을 펼 것이다. 특히 유럽은 해안과 국경선으로 몰려드는 불법 입국자들을 처리하느라 심각한 내홍을 겪게 될 것이다.’[3]
세계식량계획(WFP)가 정리한 2015년도 세계 배고픔 정도를 색으로 나타낸 지도. 연두색은 5%미만으로 대체로 식량이 넉넉한 나라들이며, 붉은색이 짙어질수록 식량 부족이 심각하며 회색은 데이터 자체가 없는 상태다. <출처= WFP 홈페이지 > |
이미 오래전부터 그 위험성에 대해서 많은 학자가 경고를 해왔다. 그리고 환경 변화와 함께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기후 변화로 발생한 메뚜기떼로 아프리카의 수백만 명이 기아 위기에 빠지고[4] 이상적인 더위로 인해 바닷속 어패류가 익어서 죽는 현상이 일어났다.[5]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벌떼들도 죽어가고 있다. 인간의 먹을거리 25%가 벌떼의 수분 덕으로 생산이 되는 것[6]을 고려하면 보통 심각한 현상이 아니다. 하늘과 땅과 바닷속 까지 지구촌에 빨간 경고등이 켜지지 않는 곳이 없다. 문제는 이 모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716604 |
우선 농업계를 살펴보자. 지금의 농업은 상당히 에너지 의존적이다. 일상적이고 상식적이고 접근하기 쉬웠던 전통농업은 환경의 재생능력을 돕고 친환경적인 인간 활동이었다면 지금의 농업은 타 산업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게 온실가스 배출 주범의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가 먹는 식량의 대부분이 석유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식량생산과 소비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3%라는 통계도 있다. [7]
그럼에도 환경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농업이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다. 자연과 가장 근접한 인간의 생존 활동이 농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가공과정이나 에너지 투입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 농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에너지 의존형 농업이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자연 순환형 농사로 식량 위기 해결사로서의 농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식량난을 극복한다고 공장형 농장을 짓는 것은 안된다. 식물공장은 고에너지 투입의 농사이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악순환의 일부일 뿐이다. 그뿐만 아니라 생산비가 일반 시설재배보다 14배나 많이 발생한다.[8] 이는 생산자인 농민도 소비자인 서민도 소외시키고, 실질적인 수혜자는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는 두 눈을 부릅뜨고 생존을 위한 농사를 지어야 한다. 에너지 독립적이고 생활 주변에서 활용 가능한 자재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 답을 자닮식 농법에서 찾아보자.
이경희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20.03.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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