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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서 급전이 왔다. 꼭 와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지금까지 농사를 지면서 이런 현상은 처음 발견했다고, 그리고 ‘자연농업의 위력’을 절실히 실감했다는 것이다. 도착하여 농장을 둘러보며 필자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경계로 관행농업 포장과 자연농업 포장이 바로 붙어 있었는데 낙엽병 증상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었다.
전국적으로 감나무 농가들에게 낙엽병은 일종의 공포다.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낙엽이 떨어져 수확을 망쳐놓기 때문이다. 과연 병에 대해 농약방제만이 유일한 대안일까 병을 극복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안은 없는 것인가
조영식 씨는 이번 경험을 통해 병해 극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확연히 구분되는 낙엽병반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의 감염을 막아내기 위해서 농약방제는 필수적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건강한 나무로 키우면 병을 견뎌내거나 물리칠 수 있다는 자연치유·극복에 관해서는 거의 무관심하지요. 이번 기회를 통하여 과수와 질병 관계속의 본질을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경계로 한 쪽은 관행농업을, 우리는 자연농업을 해왔는데 밭을 경계로 한 쪽은 낙엽병으로 완전히 박살나고 우리 밭은 전혀 이상이 없는 놀라운 현상이 발생되었습니다. 학자들이 말하는 병리학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낙엽병 병원균이 우리 밭의 과수에 달라붙었을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 나뭇잎에는 전혀 병반이 없었습니다. 전부터 자연농업을 원칙대로 하는 농가들은 대부분 낙엽병에 걸리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시각적으로 그 차이를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병원균의 존재가 병을 유발하는 절대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병원균에만 병의 원인을 귀결시키기 때문에 일반농가들은 낙엽병 방제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농약방제를 전쟁을 치르듯 해냅니다.
질병에 대한 시각이 농업을 가른다.
모든 질병에 대해서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으니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지긋지긋한 싸움의 연속이 되는 것입니다. 우스운 말로 농사꾼을 싸움꾼으로 만들고 농약장사만 배불리는 형국이지요. 자연과의 교감, 그 속에 잔잔한 감흥·기쁨이 전혀 없는 생업만을 위한 농업이 고착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농업이 피치못할 농업의 운명인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비료업자들의 농간(농민의 과욕과 부합)으로 비료를 과다투입해 농토가 망가지는 결과를 만든 것처럼, 농약업자의 계략으로 온 국토가 파멸로 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농민 스스로, 과수 스스로 해내고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현대 농학의 심각한 문제점입니다.
균제 사용이 불필요한 농업으로
낙엽병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해마다 낙엽병약을 1~2차례 해왔습니다만 내년부터는 나무를 건강하게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낙엽병 방제는 그만둘 생각입니다. 어차피 무농약재배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끊겠다는 것입니다. 단감에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은 탄저병과 흰가루병입니다만 이것은 낙엽병만큼 심각한 피해규모를 보이지는 안는데 이 또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다른 자연농업 선배들이 균제는 거의 필요없다는 그 경지까지 들어선 것 같습니다.
건강한 나무 만들기를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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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농가들은 한 해에 줄 모든 비료를 봄에 한 번에 넣습니다. 그러니 전혀 생육통제가 되질 않습니다. 자연농업방식은 영양주기이론에 입각해 시기별로 거름의 성분과 양을 조절해 나갑니다.
거름은 농가에서 구한 우분과 흙, 쌀겨, 깻묵, 골분, 흙, 토착미생물을 섞어 띄운 것(여건에 따라 양이 유동적임)을 14톤(4천 5백평)정도 봄에 표층시비합니다. 화학비료는 요소, 염화칼륨, 용성인비를 70포 정도 사용하는데 반드시 미생물에 띄워쓰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요소는 수세에 따라 가감하고 특히 6월~ 8월중에는 생육을 보아가며 1~2주 간격으로 추비를 하는데 1회에 염화칼륨 반포, 용성인비 6포, 흑설탕 7kg에 미생물을 적량 섞어 20일을 재워둔 후 약 70kg정도 분량을 뿌립니다. 특히 태풍이 오기 직전에 살포하면 비와 함께 흡수가 촉진되어 태풍후에도 건강하게 생육을 도모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당도 18도, 자연농업 품평회 대상 수상!
관주로는 으름녹즙과 쑥녹즙을 15일 간격으로 8월까지 지속적으로 넣어주는데 수세에 따라 가감합니다. 시비재료와 방식은 과수를 건강하게 하고 과일의 당도를 높이는 데 밀접한 영양을 미칩니다. 위와 같은 방법이 당도 18도 되는 단감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이유라고 생각합니다.
8월 이후로는 모든 관주나 추비를 중단하고, 축적생장을 촉진시키고 과일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 칼슘제를 2~3차례 사용하며 마무리합니다. 8월 이후에 영양을 공급하면 과일은 커지나 물러지기 쉽고 저장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내 힘만으로 끌고 가려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저절로 되도록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연농업은 후자의 경지입니다.
정리/사진 : 조영상
조영상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1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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