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자와 성장 단계의 탄저균(Bacillus anthracis). 탄저균 포자는 공기 중에서는 24시간, 흙 속에서는 100년까지도 살 수 있다. 테러에 이용되는 것이 바로 포자다.
지난 해 가을 미국에서는 탄저균으로 5명이 죽고, 13명이 치료를 받게 만든 생화학 테러가 발생했다. 사건 이후 많은 미국인들은 탄저균이라는 단어에서 아직도 생화학 테러와 탄저균이 동봉된 우편물의 배달이 상기된다고 한다.
그러나 의약품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탄저균은 암을 치료하는 새롭고 효과적인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2001, 2002년에 각각 탄저 독소를 생쥐에 주사해 암세포의 혈관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피부암을 치료한 연구결과가 미국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됐다. 탄저 독소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동시에 혈관 생성을 막아 암세포로 혈액이 유입되는 것을 억제, 암의 증식을 저해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최근에는 적은 양의 탄저 독소를 투여하면 체내의 다른 조직은 손상되지 않는다는 결과도 나타났다. 이 연구들을 담당한 반 안델 연구소의 니콜라스 듀스베리 연구원은 탄저 독소가 흑색종, 결장암, 유방암에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밖에 지난해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는 탄저 독소로 기존의 화학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16명의 흑색종 환자들 중 11명을 완전히 회복시켰다는 임상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연구성과들을 기반으로 미국 국립 보건원(NIH)의 연구진들은 암세포의 표면에 접촉해야만 효과를 나타내는 탄저 독소를 생산하는 변이 탄저 균주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었다. 즉 다른 정상 세포는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고효율의 치료용 탄저 독소가 개발된 것이다. 이와 함께 고 용량의 탄저 독소를 투여하는 방법과 다른 종류의 암세포에 대한 응용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처럼 탄저균이 공포의 대상에서 생명의 보호자로 이미지 변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탄저균은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년 동안 동물 실험을 거쳐야 한다. 탄저균에 내 몸을 맡기기에는 아직 믿음이 부족한 셈이다.
참고문헌
1. Cancer Weapon Potential Cure Could Come From Anthrax ABC news 2002/4/17.
2. Proc. Natl. Acad. Sci. USA, Vol. 99, Issue 5, 3052-3057, March 5, 2002 Apoptosis and melanogenesis in human melanoma cells induced by anthrax lethal factor inactivation of mitogen-activated protein kinase kinase.
3. Proc. Natl. Acad. Sci. USA, Vol. 98, Issue 7, 4089-4094, March 27, 2001 Suppression of ras-mediated transformation and inhibition of tumor growth and angiogenesis by anthrax lethal factor, a proteolytic inhibitor of multiple MEK pathways.
출처 : 배우철/인터넷 과학통신원, 일양약품 연구소 연구원
2002년 4월 19일
woocbae@yahoo.co.kr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1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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