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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굴러들어온 행운
5년 전 새로 개간해 만든 사과밭의 근처에 해마다 으름이 무성하게 열립니다. 지금은 그 귀한 야생과일이 잊혀져 이름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실정이 된 것처럼 저 또한 그 과일에 대해 관심 조차도 없었습니다. 자연농업에서는 야생과일 중 최고의 당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정기(精氣)가 충만하다고 하여 으름 천혜녹즙을 최고로 인정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상인들이 우리 농장의 사과를 우선적으로 구매해 주어서 추석 전에 과일 대부분을 출하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농가의 사과와 비교해 당도와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지요. 자연농업에서 권장하는 토양 기반조성과 엽면시비를 서너 차례 해줄 때 매번 으름천혜녹즙을 활용했는데 아마도 당도가 남달리 높은 이유가 이 녹즙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과일의 당도가 너무 높아져 저장성이 떨어지는 것이 오히려 고민입니다.
올사과로 다품종을 심은 이유
사과농사를 지은 지 올해로 11년째됩니다. 그 동안 추이를 보면 계속해서 과일의 가격이 떨어져 요즘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실정입니다. 5년 전 새로 사과밭을 만들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생종만을 심되 종자를 다양화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조생종(올사과)을 심는 이유는 과일가격이 최고로 좋은 추석전에 출하하기 위함이고 여러 종자를 선택한것은 노동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 밭에는 홍로, 홍월, 산사, 야다까, 감홍, 화홍이 심어져있는데 거의 신품종입니다. 대구사람에게서 묘목을 구입했는데 다행히도 하나도 속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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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종별로 수확 시기가 약간씩 차등이 있어 부부의 노동력으로 충분히 수확을 할 수 있다는 것 외에 품종선택을 잘한 까닭에 과일의 맛과 색이 다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다. 이런 식으로 과수원을 운영하면 3000평에 드는 영농비는 500만원 정도 입니다. 그래서 5,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는 거지요.영농비를 적게 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에 과일 가격이 형편없을지라도 충분히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올사과로 품종을 다양하게 심는다는 발상이 처음에는 무모한 게 아닌가 후회도 없지 않았었지만 참 다행스럽습니다.
전국유랑의 경험
사과농사를 짓는 틈틈히 전국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과수원은 거의 다 가 보았습니다. 각각 방법들은 차이가 있었지만 한 가지 공통된 사실이 있었는데 ‘도장지가 적게 나오는 관리’를 한다는 것입니다. 말로는 간단한 것인데 도장지를 억제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왜냐 하면 도장을 억제하려다 과일의 정상적인 발육까지 억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도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시비 체계부터 개선을 해 들어가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과다투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억제는 사실상 힘듦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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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질의 과용이 품질저하의 원인
환경농업을 하는 농가들 대부분은 유기질비료를 사용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데 내 경험으로는 유기질 과용이 오히려 도장을 조장하고 과실의 성숙에 악형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기질비료의 질소성분이 과하면 봄에 일찍 나온 꽃눈은 여름 장마철에 거의 다 터져버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장마철에 특히 질소분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죠. 그러면 그해 수확량은 격감하게 됩니다. 과일과 꽃눈을 효과적으로 생장시키기 위해서는 탄소동화작용으로 만들어진 영양분이 축적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질소질이 많으면 신초를 만드는 2차영양생장으로 가버립니다. 시비체계를 개선해 토양의 질소질을 적당히 유지하고 때로는 질소흡수를 억제하는 인위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과다한 도장을 억제해야 과일이 크고 꽃눈이 알차게 된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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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사로 도장억제와 꽃눈 강화 효과
지나친 도장의 억제는 오히려 과수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나친 양을 사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도장을 억제할 때 칼슘제를 활용해 그 효과를 보는데 붕사(붕산나트륨의 흰가루 결정체)만큼 확실한 효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붕사가 가루 형태라 뿌리기가 번거로워 마그네슘제와 함께 섞어 뿌리면 편리합니다. 뿌리는 시기는 봄과 여름에 한 차례 씩인데 봄은 가급적 이른 봄이 좋습니다. 이 시기를 놓쳐 이후에 뿌리면 자칫 꽃눈이 더 늦게 피어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토양에 살포하는 양은 가름할 수가 없습니다. 밭의 상태와 과수의 세를 봐가면서 해마다 차등을 둡니다. 예를 들어 전년도 도장지가 나온 형태와 꽃눈을 보고는 감각적으로 손으로 양을 조정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해 수확량은 꽃눈을 보고 알아
봄에 나온 꽃눈을 가을까지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알통같이 만들어)나가면 다음해 다수확을 본다는 것을 알사람은 거의 알지만 눈농사(겉으로 보기에 무성한 것이 좋은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에 익숙한 사람들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수정이 되어 열매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나무는 또 다음 해에 필 꽃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는 ‘이중적 현상(?)’에 주목하고 관리를 한다면 시비체계를 세워나갈 때 보다 다각적인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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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름을 많이하면 병해가 심해
거름의 많고 적음을 수치로 검증할수도 있겠지만 과수와 붙어 살다 보면 과수의 수형을 보고 손쉽게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분석을 의뢰해서 유기질 성분등의 함량이 수치로 나온 다 해도 그 수치가 가용화(영양분화)될수 있는 영양분의 절대치를 의미한 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감(感)도 참 중요합니다.
어떠한 작물이든지 비효가 과하면 연약생장을 하게 되고 병이 오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두고 볼 때 ‘병은 오는 것이 아니라 불러 들이는 것이다’라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저농약이나 무농약을 한다는 것이 단순히 기존의 방법을 유지하면서 농약살포 횟수만을 줄인다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병을 불러 들이지 않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생장으로 유도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저농약으로, 무농약으로 자연적인 수순을 밟아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9.0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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