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가장 강력한 바람을 보았던 것 같다.
이것을 직접 실감하기 위해 운동장 가운데 선다. 아마도 이 비바람에 남아 있을 과일은 전무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남아난다면 그것은 기적과 같은 것이란 생각도..
나무들 잎사귀는 이미 털려 앙상한 가지만이 어둠을 날리고 있었다.
가슴을 졸이며 깊은 시름을 속으로 빠져드는 여러 얼굴이 떠올려진다.
학교는 강력한 수평 바람으로 강당의 대형 유리창이 박살나고 2층에는 여기저기 물난리를 겪으며 한 밤을 지새우며 아침을 맞는다.
자연농업농가들의 농장을 이곳 저곳 다니며 현황을 살펴보았다. 마을 길은 대봉 낙과와 잎사귀들, 밤송이, 각종 낙엽들로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일반적으로 대봉은 강력한 피해를 본 듯하다. 잎사귀가 거의 없을 정도의 나무도 있었다.
평사리 벌판을 나선다. 곳곳에 침수와 도복이 보인다.
한편으로는 태풍의 피해가 전혀 없는 곳도 보였다. 같은 지역에 있지만 피해의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궁금했다. 이렇게 강력한 태풍의 피해에서도 건재한 자연농업 감농가와 벼농가의 이유는 무엇일까.
TV에서 방송되는 엄청난 피해가 전 농가의 현상이 아님을 피해의 현장을 돌아보면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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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감 농사를 짓는 유재관 씨를 취재하였다.
유재관 씨의 감농장 1만 2천 평을 보면서 단감나무에서는 태풍의 흔적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너무나 다행스런 생각으로 유 씨에게 이렇게 강력한 태풍에도 나무가 건재할 수 있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유 씨의 말을 정리해본다.
태풍에 강한 나무로 키우기 위해서는 전정을 통하여 저수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작업을 수월하게 하는데 도움도 되지요. 저의 경우는 자연개심형 전정법으로 중앙을 없애고 사방으로 가지를 늘이고 중앙에 지주대를 세워 가지를 고정하는 방법을 활용합니다.
이를 통하여 수고는 낮아지고 채광과 통기성이 좋아져 나무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나무의 잎을 작게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무의 잎을 크게 키운다고 광합성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잎이 크다는 것은 초기생장에서 질소 과다 조건에서 성장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잎면이 넓고 힘이 없어보이는 잎은 광합성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고 영양축적에도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특히 이상기후로 인해 태풍이나 냉해가 왔을 때 견디는 힘이 약해지지요.
작고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고(나무잎을 손으로 접었을 때 부드럽게 말리는 정도) 작은 잎사귀를 만든다면 광합성 능력이 확대됨은 물론 태풍이나 이상기후에 견디는 힘도 훨씬 강해집니다. 엽면이 강해짐으로서 해충가 균으로 인한 피해도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기질 거름이건 화학비료이건 질소가 과다한 시비 체계가 문제입니다. 질소의 과다가 충과 균을 불러들이고 환경에도 아주 열악한 나무를 만들게 됩니다. 또한 다수확에도 장애가 되지요.
새벽에 떨리는 마음으로 과원을 돌아보면서 '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심한 폭풍우 속에서 건재하게 살아 싱그러움을 자아내는 내 농장, 내 나무를 보면서 말입니다.
내가 노력한 결과가 이렇것이었다는 사실을 생생히 보면서 자연농업의 위대성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만일 자연농업으로 전환을 하지 않고 관행으로 했었다면 저도 일반 농가와 다름없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이런 말씀은 어떨지 모르지만 선배님들께서 자주하시는 말씀이 자연농업은 어려울 때 비로서 빛을 발한다는 말씀이 실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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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태풍을 이겨냈으니 수확 때까지 날씨가 받쳐주는 일만 남았습니다.
장기간 비가 오거나 태풍이 오면 일반적으로 병해충 방제를 위해서 농약을 뿌림니다만 그것은 아주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의 경우, 작물이 굉장히 피곤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연농업식 영양제를 엽면시비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기에 과수에 농약을 뿌린다해서 뚜렸하게 효과를 볼일도 없습니다 .
기후로 인한 스트레스를 벗어나게 하면서 작물의 영양을 주어 광합성을 더욱 촉진하고 당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이렇습니다.
저의 경우는 앞으로 7~10일 간격으로 수확기 까지 한방영양제 500배, 바닷물 20배, 천연칼슘 1000배를 중심으로 한 엽면시비를 계속할 계획입니다. 영양이 좀 부족하다 싶을 때는 농도를 아주 묽게(1000배 이상)하여 잘 숙성된 생선아미노산이나 천혜녹즙을 살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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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느끼는 것은 작물을 건강하게 키우는데 중점을 두면 자연스럽게 복잡한 문제나 난관들이 해결되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당도를 높이고 색을 내고 크기를 키우고 하는 것을 구분하여 자재로 대응을 하는 농사는 오래 못 갑니다.
태풍 '매미'로 자연농업은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무농약 감재배를 실시했는데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만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다 완벽한 친환경적 재배방법으로 가야만 살아남는 다는 것이 흐름입니다. 열심히 노력하여 무농약 재배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보겠습니다.
조영상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9.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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