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버섯 이야기(118): 버섯 하나에도 내재한 치유의 영(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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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불로초가 죽은 미국 솔송나무 위에 돋아 있다. |
태초에 영이 있었다. 이 영은 조물주의 영으로 생명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 생명의 원천이며 우주 자연 만물의 호흡(숨)이다. 생명 자체가 신비하듯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영의 존재도 신비자체이다. 허지만 우리가 우주 자연 만물을 눈여겨보노라면 도처에서 영의 임재를 볼 수 있고 또 경험할 수도 있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오래 전에 버섯을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어렴풋하나마 이러한 창조의 영, 생명의 영, 치유의 영을 보기 시작하였고 체험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자닮에 “야생버섯의 신비”라는 글을 약 140여 편 연재하였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저 그늘 속에 홀연히 버섯이라는 생명체가 돋아나는 것을 보고 그 생명체가 곧 창조의 영, 생명의 영의 표현이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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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버섯의 주름살이 아름답다. |
신비한 생명은 그 자체가 생동(生動), 성장, 힘, 에너지이다. 버섯이란 한 생명체에 내재한 영은 창조의 영, 생명의 영은 물론 치유의 영이기도 하다. 마치 우리 자닮 가족들이 온갖 정성을 다 모아 생산해 내는 모든 작물 하나하나에도 그 창조의 영, 생명의 영이 내재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것을 섭취하는 모든 다른 생명체에 생동과 성장과 힘과 에너지를 공급함은 물론이다. 그 힘과 에너지를 받아 모두가 건강을 얻는다면 모든 작물에도 치유의 영이 내재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닮 가족들은 생명을 죽이는 방법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방법으로 모든 작물을 키워내기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이렇게 버섯 하나에도 또 작물 하나에도 생명의 영, 치유의 영이 내재한다.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은 기적과 신비에 대하여 말하면서, “풀잎 하나가 별들의 운행에 못지않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가 펴낸 시집은 평생 단 한권, “풀잎”(Leaves of Grass)이라는 시집 한 권뿐이다. 풀잎 하나가 가진 생명의 기적을 본 것이다. 그래서 또 우리나라의 유명한 판화가 유연복 화백은 “낟알 하나 속의 우주”를 말하였다. 쌀 한 톨 속에도 우주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낟알 하나에 담긴 우주의 신비를 누가 다 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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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숲속에 덕다리버섯이 여기 저기 돋아 있다. |
버섯 종(種)의 다양함, 그 모양, 색깔, 크기, 냄새의 다양함에 놀란다. 어떤 것은 연하고 어떤 것은 질기다. 어떤 것은 땅위에 자실체를 형성하고 어떤 것은 땅속에 숨어서 모든 식물의 생장을 돕고 있다. 미국 솔송나무가 죽어서 서 있거나 쓰러져 있다. 죽었으니 거기에는 생명이 없는가? 죽은 미국 솔송나무에 붙어 있는 쓰가불로초의 무리, 생명이 무리지어 돋아 있다. 엄청난 치유의 영이 마치 초콜릿 색깔을 가진 카카오 가루처럼 포자가 되어 쓰가불로초를 뒤덮고 있다. 이 가루들은 죽음에서 또다시 생명을 키워낼 것이다. 죽음에서 피어난 생명, 그것은 경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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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발버섯은 하얀 알에서 돋아나 냄새나는 점액질을 두부에 발라 곤충(파리)을 불러 모은다. 곤충의 몸에 묻은 포자를 곤충이 날아 다니는 곳마다 퍼뜨린다. |
버섯의 복잡함, 다양함과 함께 모든 존재하는 것과 더불어 상호의존 됨을 보여준다. 영이 그 안에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치유의 영이 활동하고 있다. 이를테면 쓰가불로초 하나도 우리에게 활력을 주고 우리를 해치려는 것들, 해로운 박테리아, 바이러스, 종양 같은 것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여 면역력을 키워주며 역동적 에너지를 부어준다. 우리가 버섯을 만났을 때 우리는 근원적 치유 에너지와 친교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우주 만물 모두, 들꽃이나 나무나, 풀 한 포기나 새나 버섯이나 모두 영으로 말미암아 지속적으로 창조(구원), 재창조(치유)되고 있으며 유지되고 있다.
약용버섯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많은 약용버섯이 사람의 질병만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땅을, 지구를 다시 살려내는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함께 말하였다. 그래서 약용버섯이 사람의 질병에 어떤 효과가 있는 지를 설명하는 것과 나란히 지구 다시 살리기에 버섯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지에 관해서도 함께 적었던 것이다. 버섯이 지닌 치유의 영은 지구(땅)도 환경도 다시 살린다. 화학 농약이나 비료나 살충제나 제초제, 거기다가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성 폐기물, 나아가서 핵무기 등으로 망가진 지구, 생명력을 잃고 오히려 사람을 해코지하려는 땅을 치유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구가 살아야, 땅이 살아야 사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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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시흰구멍버섯(아까시재목버섯). 죽은 플라타나스 나무 위에 많이 돋고 있다. |
풀잎에 맺힌 이슬, 거기에 친 거미줄이 햇빛에 반사되어 빛난다. 새들의 노래가 들려오자 촉촉한 풀잎이 싱싱하게 위로 뻗을 때 땅 속의 지렁이도 활기를 얻는다. 이른 아침의 평화와 안식, 모든 것이 신성하다. 시원한 바람에 안개 걷히자 거기 여기 저기 돋아 있는 버섯들.....숲속의 나무들은 이들과 상호관계를 맺으면서 생명을 위하여 필요한 것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모든 것들의 소리(이야기)를 듣는다. 설렘과 놀라움과 경탄과 그리고 밀려드는 잔잔한 환희, 나는 지금 거기 조물주의 영, 신의 숨결을 호흡하고 있구나! 내가 여기 살아있다는 의식에 감사가 솟구친다.
자연 세계의 영적 측면은 가히 절대적이다. 나무들 안에 녹색 영이 뛰놀고 있다. 빙엔의 성녀 힐데가르트(1098-1179)는 만물에게 생기를 주는 에너지, 영으로 침투된 모든 것들이 신성한 녹색으로 나타나 있다고 하면서, 생기(生氣)는 녹색으로부터 온다고 말했다. 지구에, 땅에, 자연에 영성이 있다. 그래서 생태학적 위기는 영적위기다. 지구, 땅, 자연만물은 거룩하다. 오래전 9세기 중국의 선사 운문(雲門)도 “세상전체가 의술”이라고 하였다. 그러니 버섯 하나에 내재한 치유의 영을 말하는 것이 미친 사람의 소리는 아닐 것이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7.07.3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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